유행은 늘 우리와 함께 걷는다. 새로운 유행도 많지만, 잘 살펴보면 낯익은 유행들도 보인다.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편 이후, 1세대 아이돌 S.E.S, 젝스키스 등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또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영화 <써니>, <국제시장>은 X세대(61~84년 출생)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복고문화를 이끌어 냈다.
 복고문화는 옛것을 그대로 가업으로 이어오는 사람과 옛것을 좇는 사람, 그리고 옛것을 흉내 내는 사람들로 인해 만들어진다.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어려서의 옛 추억을 다시 되새기게 하면서, 그 속에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 <응답하라 1988>의 포스터                                                                                         출처 : TvN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다
 지금은 무한경쟁시대다. 20~30대의 청년계층뿐만 아니라, 40대, 50대, 심지어 60대 이상도 마찬가지다. 쉴 틈 없이 싸워나가고, 싸워온 이들에게 있어 아련한 과거는 휴식처가 되기 마련이다.
 지친 이들을 위해서일까. 대중 매체들은 이들에게 초점을 맞춰, 과거의 추억을 '힐링'의 기능으로써 제공해 준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 200명을 대상으로 한 복고 트렌드에 대한 설문에 따르면, 향후 복고의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인식이 61.8%로 크게 나타났다.
 이처럼 충분한 수요를 가지고 있는 컨텐츠기 때문에, 공급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 사람들의 공감이나 호응을 많이 얻어 낸다면, 일정 기간을 주도하는 복고문화가 형성된다.
 
  작은 부분에서 완성도가 나온다
 대중 매체에서 만들어낸 복고문화들은 앞서 말했던 '아련한 과거'를 겨냥한다. 중요한 것은 아련한 부분을 '정확히' 겨냥한다는 점이다. 먼 과거는 구름과 같아서 멀리서 보면 잘 보이지만, 안에 들어가서 보면 작은 부분들은 어렴풋하게 흩어져 있다.
 그러나 대중 매체에서 만들어낸 '작품'들은 그런 작은 부분까지도 고려한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는 당시 유행뿐만 아니라, 지금은 단종된 크라운맥주나 유리병에 들어있는 오렌지 주스 등 작은 소품 준비에도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이런 디테일함에 신경 쓸수록 아련한 과거를 겨냥하는 화살은 더욱 예리해진다.
 
  세대를 이어주는 다리
 이렇게 쏘아진 화살은 목표 대상, 즉 처음 겨냥한 세대가 있는 가정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부모세대가 자식세대에게 과거 이야기를 하면 한 귀로 흘려듣거나, 잘 듣더라도 그것을 직접 체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큰 공감을 얻지 못한다.
 과거의 일을 나만 기억하고 있다면 추억이지만, 이 추억들을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문화가 된다. 비슷한 세대라면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이 있다. 하지만 세대 간에 차이가 날 때, 이를 넘어서 공감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대중 매체를 통해서라면 그 시대를 간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식세대가 부모세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문예창작학과에 재학 중인 유 모 씨는 "어머니께서 가끔 옛날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천리안이나 IMF 같은 용어들이 와 닿지 않았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고 나서야 공감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중 매체는 세대 간의 차이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준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나왔던 패션들, 예를들면 청청패션, 깻잎 머리, 나팔바지, 잠자리 안경, 둥근 뿔테 안경 등 옛날에 유행했던 몇 가지는 그 당시 패션을 넘어 다시 유행하고 있다. 또한, 인기에 힘입어 단종됐던 크라운맥주도 한정판으로나마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돌아온 복고문화는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한편으로는, 익숙한 문화만 좇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대중들이 익숙한 것만 찾게 되면, 결국 대중 매체 또한 새로운 것보다는 전에 있던 것에서 콘텐츠를 찾으려 할 것이고, 문화의 발전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응답하라 1988>의 OST인 '걱정말아요 그대'에서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라는 가사로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보고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유행이 돌고 돌듯이 문화 또한 돌아오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가 새롭게 접하는 문화들도 몇 년, 몇십 년 뒤에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일이다.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복고문화. 고된 하루 끝에 다가와 우리를 '힐링'해주는 소중한 문화다. 그러나 현재 유행하고 있는 문화들을 즐기지 않고 복고문화만 좇는다면, 정작 현재 유행이 복고문화로 돌아왔을 때 공감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지금의 복고문화도 즐기되 현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조현범 수습기자 dial159@wku.ac.kr
이병훈 수습기자 lbh672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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