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도연 교수(디지털콘텐츠공학과)

 2015년 6월, 서울 연세대에서 메인 카피가 '신촌을 부탁해'라는 <마을학개론> 강좌가 열렸다. 한 학기 강의를 정리하면서 열린 발표회에서, 이 프로젝트는 "신촌을 요리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뭉쳤다! 연세대 학생들의 톡톡 튀는 소셜픽션!"으로 소개되었다. 이 수업에서는 모두 5개의 팀별 프로젝트, 즉 연세로팀은 신촌 거리를 휴식과 친환경 타운으로 만드는 거리 프로젝트를, 사회적경제팀은 신촌 일대에 고립적으로 살아가는 대학생들이 만나서 같이 밥을 먹고 기부도 하는 소셜 다이닝을, 지하보도팀은 대학 앞 지하보도를 공공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주민들과의 협력 사업을, 에누리팀은 신촌 주민들과 함께 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 공동체를, 미디어팀은 신촌에 사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전시하는 사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마을학개론>은 연세대 학생들의 생활공간인 '신촌' 지역에 관심을 두고, 마을 혹은 지역공동체 그리고 공간을 둘러싼 정치와 정책결정과정을 공부하는 현장 중심의 수업이었다. 이 수업은 대학과 지역사회를 연계하여, 지역과 대학의 청년들이 함께 교류하며 상생하고, 학생들이 마을을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하고자 서울시가 정책적으로 지원한 사업이었다. 이러한 사례는 대학과 지역사회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까지 대학의 관점에서 지역은 봉사와 참여의 대상이었다. 연세대의 '신촌을 부탁해' 프로젝트는 지역에 대한 이러한 관점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대학은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이며, 오히려 지역사회로부터 다양한 에너지와 환경을 지원받거나 공유해야 한다.
한국의 대학은 지금 칼날 같은 위기에 서있다. 대학은 입학할 연령대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이른바 '인구절벽'에 직면해 있고,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지방 소재 대학들의 고통을 더 크게 한다. 겉으로 보이는 대학의 위기는 이렇게 구조적인 문제들이어서 어찌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현대사회가 날로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면서 이제 대학은 아카데미로서의 고고하고 우월한 지위를 주장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제, 대학이 학문과 연구의 전당이라는 것만으로 발전하고 나아가 생존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바로 여기에 대학과 지역사회의 협력과 연계라는 실천의 공간이 존재한다. 대학에서 배우는 것들을 지역공동체 안에서 같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과정은 교수나 학생들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다. 대학 바깥의 세상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사람과 마을, 공동체를 챙기고 작은 이야기들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회의 건강성과 협동의 사회를 모색하는 대학 바깥의 사람들과 대학이 긴밀하게 만나고 협력한다면, 지역공동체는 조금씩 변화할 수 있다.
원광대의 사상적 기반인 원불교는 협동과 공동체의 정신으로 시작한 종교다. 우리 대학이 자리 잡고 있는 익산이야말로 이러한 모색과 도전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익산은 구도심이 대책 없이 쇠퇴하고 있고, 신도시는 무수히 많은 생활형 과제들을 안고 있다. 우리는 지역사회와 더욱 강하게 연대해야 하고, 그 접점은 대학의 교과과정과 각종 프로그램을 통한, '신촌을 부탁해'와 같은 생활형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익산시의 오랜 고민인 영등동 악취문제를 대학의 전문가들과 학생들이 같이 조사하여 대책을 마련한다거나, 익산 미륵사지의 역사를 멋진 스토리로 만들어 본다거나, 중앙시장의 노후한 상가를 멋지게 디자인하거나, KTX 역사 광장에서 주말마다 멋진 버스킹 공연을 만들어보는 등의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궁극적으로 대학에 대한 인식을 바꿀 뿐만 아니라,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일자리를 발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익산시의 관심과 약간의 투자로, 원광대 학생들이 익산을 사랑하고 익산시민이 된다면 그 투자가 아깝겠는가. 이제 우리도 우리의 방식대로 대학이 가진 장점들을 살려 '익산을 부탁해'와 같은 지역연계 프로젝트들에 도전하고 참여해야 한다. 이제, 우리도 그럴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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