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프라임인문학진흥사업단≫의 <융복합 문화유산 콘텐츠 전문가 양성사업팀>에서 추진하는 문화유산 전문가 특강의 일환으로 관광전문가인 엄서호 교수를 초청하여 실시했던 제2회 특강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유산관광의 활성화 전략> 원고이다. /편집자 

▲ 지난달 30일 진행된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유산관광의 활성화 전략> 특강 모습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2년


지난 2015년 7월, 익산의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를 비롯하여 공주의 공산성, 송산리고분군, 부여의 관북리유적, 정림사지, 능산리고분군, 부여나성 등 백제문화유산 8개소가 '백제역사유적지구'라는 이름으로 묶여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이제 2년이 되어가고 있다. 이들 유산들이 대부분 고고학적 발굴을 통하여 그 모습을 드러낸 매장문화유산인 까닭에,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볼만한 유산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유산이 지닌 가치와 진정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다음에도 또 찾고 싶은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유산 그 자체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어떤 요소가 필요하다.
세계유산 등재의 주요 목적은 "인류가 남긴 유산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여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보존 관리와 홍보 활용을 위하여 '백제세계유산센터'가 설립되었다. 유산이 있는 지역의 주민들을 정기 모니터링 사업에 참여시킴으로써 세계유산의 보존 관리에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가 하면, 세계유산 알리미를 양성하고, 국외 홍보를 위하여 일본 여행사와 언론사를 초청, '고도 세계유산 팸투어'를 실시하거나, '백제누리단'이라는 홍보기자단을 운영하는 등 유산의 보존 관리뿐 아니라 홍보 및 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에는 백제역사유적지구 지역의 방문자 수가 등재 이전보다 증가세를 보였다. 익산의 경우는 등재 이후 외국인 방문객이 200% 이상 증가했고, 내국인 방문객은 23%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물론 관람객의 숫자로 비교해 보면, 공주, 부여에 비하여 익산의 방문자 수는 차이가 많이 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유산'이란 역시 내국인보다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보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내국인의 경우에는 과거의 친숙한 장소로 인식되고 있기에 방문객 수가 당장 늘어나기 보다는 향후 관리·운영 여하에 따라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익산의 경우는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의 석탑을 제외한다면, 사찰과 왕궁이 모두 매장문화재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볼거리가 부족하여 방문객 수 증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세계유산 등재는 각 지자체의 열망이었으므로 이 기회로 인한 관광객 수 증대에 대한 기대도 대단할 수밖에 없다. 등재 2년이 경과한 지금, 관광객 수가 다소 증가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겨우 이것밖에 안되나?"하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농업 이외의 별다른 향토산업이 부재한 부여의 경우에는 공주, 익산에 비해 더욱 관광산업에 대한 열망이 커서 관광객 수에 대한 집착도 강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주, 부여, 익산 등 기초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지역 관광 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각종 관광 시설 도입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를 기존의 타 관광지에서처럼 관광 시설 위주의 투자를 통해 관광 명소로 육성해 나가는 데는 실질적으로 오랜 시간과 막대한 투자비가 요구된다. 경주에 조성된 보문단지의 경우에도 1974년 관광단지 개발이 착수된 이후 현재까지 42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부지의 91%만 개발이 완료되었을 만큼 개발의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다. 특히 사업 타당성 문제로 민자유치가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사업 진척은 더욱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으며, 각종 관광 관련 시설 투자가 완료된 시점에서도 투자자의 과실 송금이라는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유산관광으로의 차별화가 해답

세계유산 등재로 인한 관광 효과를 졸속으로 기대하면 할수록 대중관광, 대량관광의 유혹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는 세계유산의 관광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므로 백제역사유적지구의 관광 자원화는 '세계유산'이라는 특성을 살려 기존 관광지와는 차별화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겠으나, 백제역사유적지구 관광 자원화 추진 목표를 '유산관광'이라는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로, 관광 자원화 역시도 추진 과정에 있어서 세계유산의 객관적 진정성 보존을 최우선으로 접근해야 한다. 왜냐하면 세계유산의 객관적 진정성이 바로 관광 매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단순 관광지가 아닌 세계유산인 만큼 지속 가능한 발전 차원에서 수요자 위주의 대량관광보다는 공급자 위주의 품질관광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관광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수용하기 보다는 문화유산 보존과 문화유산 가치 전달의 효용성을 위해 방문객 수를 제한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관광 자원화는 수요 변화에 따라 그리고 보존 기술의 발전과 발굴 성과에 따라 단계적, 점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로, 단지 주민 소득과 세수 증대, 그리고 고용 창출 등 경제적 직접 효과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백제다움 창출을 목표로 한 이미지와 인지도 제고 등 지역 브랜딩 차원에서도 접근되어야 한다. 관광의 핵심인 최초 방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라는 백제역사유적의 객관적 진정성 확보를 통해 강력하게 유인되겠지만, 재방문은 객관적 진정성보다 백제문화 콘텐츠 체험을 통해 느껴지는 실존적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다양하고 흥미로우며 공감되는 백제문화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광 자원화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문화유산은 기념물이거나 사적이어서 그 실체가 분명하게 남아있지만, 이들 유산 속에서 고유한 백제문화의 콘텐츠를 발굴해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므로, 이를 관광 자원화하는 데에는 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고유한 백제문화 콘텐츠의 빈곤을 아쉬워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대안을 찾아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현재 백제역사유적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문화야말로 과거 백제시대와 미래를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1차적으로 금마면 주민들의 생활 문화 즉 전통시장, 농산물, 향토산업, 인물, 음식, 교육 등을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는 것이 바로 고유한 백제문화 콘텐츠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제주도 1달 살이 여행과 템플스테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관광 트렌드의 배경은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현지인 모드로 생활해보고자 하는 관광객들의 니즈 때문이다. 백제역사유적지구에서 백제인 같이 살아보고자 하는 생활관광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유적지구 주민들뿐만 아니라 익산시 전체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도 필요하다. 백제다움은 왕궁리나 미륵사지와 같은 유적뿐만 아니라 현재 익산시민들의 생활 문화에 바탕을 둔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서 관광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현재 사람들이 살고 있는 생활환경이므로 기존의 타 관광지와는 달리 보존과 활용 관련 각종 의사 결정 과정에 주민 참여는 물론 관리 운영 주체로서도 주민 참여가 요구된다. 또한 세계유산 등재로 인한 양적관광 증대에 대한 집착으로 야기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제로 주민들이 직접 관광 사업 참여를 통해 관광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체험케 하는 마중물 사업을 조속히 시행토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유산 활용과 관련한 주민 참여는 최근 자주 언급되는 단골 메뉴이지만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크게 진척이 없다. 익산 왕궁리유적지구와 관련해 지역 주민 참여의 대안을 한 가지만 예로 들자면, 탑리마을과 왕궁리유적전시관 주차장 사이의 철책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 철책을 제거함으로써 탑리마을 주민들이 쉽게 주차장을 이용해 접근할 수 있으며, 관광객들이 전시관 방문 후 자연스럽게 탑리마을과 연계될 수 있다면, 마을의 풍경은 일시에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탑리마을은 왕궁리유적과 가까이 인접해 있으므로 과도하게 상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철책을 제거하기 전에 주민들의 역량 강화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도조차도 유적지구 보존을 위해 허용치 말자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앞으로 보존과 활용 관련 주장에서 더 이상 주민 참여를 언급할 자격이 없다.
넷째, 세계유산 등재로 얻을 수 있는 유익을 대량관광 유치를 통한 경제적 효과보다는 생활관광 유치를 통한 백제다움 창출에 둘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백제다움은 바로 백제역사유적 보존을 통해 시작되지만 생활관광 유치를 통해 이색적 도시 경관, 교육 특성화, 공공서비스 차별화로 이어짐으로써 도시 브랜딩은 물론 생활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잊지 않는 것이 다른 여느 세계유산 도시와 달리 익산시가 취해야 할 태도이다. 왜냐하면 익산은 그만큼 문화적, 경제적으로 성숙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익산 세계유산 관광 활성화와 관련하여 한 가지만 더 덧붙인다면, 지역의 중심이 되는 원광대학교도 '유산관광'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고고미술사학이나 문화유산학, 문화콘텐츠학 등 문화유산과 관련된 전공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학과 차원에서 '금마야행'과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문화관광체육부 지원 사업 등에 공모한다면,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유산관광에도 일역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뿐만 아니라 유산관광의 주요 타겟인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에듀테인먼트형 해설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흥미형 안내책자, 만화지도 등 관광커뮤니케이션 매체를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어 실험적으로 개발하고, 적용한다면 익산 유산관광 발전의 한 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엄서호 교수(경기대학교 관광문화대학)


<필자 소개>
1987년 미국 Texas A & M University 관광개발학 박사, 2013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위원, 현재 국토부 도시개발위원회 위원과 농림축산식품부 6차산업 FD 위원회 위원 겸임 중.
저서 : 『한국적 관광개발론』, 『농촌관광의 이론과 실제』, 『레저산업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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