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인문학진흥사업단≫에서 추진하는 <융복합 인문치료 전문가 양성팀>, <융복합 문화유산 콘텐츠 전문가 양성사업팀>, <융복합 문화예술 콘텐츠 전문가 양성팀>, <글로벌 동아시아 문화 콘텐츠 전문가 양성사업팀>, <중국 역사 문화 콘텐츠 전문가 양성사업팀>, <영미 역사 문화 콘텐츠 전문가 양성사업팀> 등 6개 팀의 해외 연수가 겨울 방학 동안 실시됐다. <원대신문>은 각 사업팀의 연수 성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 

 

▲ 프랑스 루앙 미술관의 Le Temps Des Collections 관람 전에
▲ 런던 브리지의 화려한 야경

개인 사정으로 몇 학기를 쉰 뒤, 작년에 복학해 학교로 돌아와 보니 가까운 친구들은 이미 졸업을 했고, 영문과로 전과한 직후에 휴학을 했던 터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학과 수업에 겨우 따라가며 2016년 1학기를 정신없이 지냈다. 한 마디로 별 의미 없는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3학년 때만이라도 뭔가 보람 있는 대학 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어느 날 강석근 교수님께서 우리 학교에 새로 생긴 프라임 사업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그중에서도 <영미 역사 문화 콘텐츠 전문가 양성사업팀>의 연수 프로그램에 선발되면 해외에 나가서 자신이 꼭 알고 싶었던 것들을 심도 있게 배울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인 해외 연수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대학생으로서 스스로 원하는 것을 지도 교수님과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고, 탈락해서 연수를 가지 못하더라도 그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지원하게 되었다.
지원을 하고 나서도 팀을 꾸리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네 명이 모여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 일단 우리가 공부할 주제를 선정하였는데,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는 심도 있게 알지 못했던 영어의 변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기로 했다. 그래서 영어 발달사 과목의 교재를 다시 꺼냈고,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서 매주 세미나를 진행했다. 책을 통해 알기 어려운 부분은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그 사건과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 읽으면서 지식의 폭을 넓혀갔다. 그리고 관련된 책을 찾아 읽으면서 그 사건이 어디서 일어났는지, 사건에 대한 자료가 어디에 소장되어 있는지 알게 되었고, 그것들을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느끼고 배우기 위해 아주 정밀하게 연수 경로를 짜기 시작했다. 프레지(Prezi)를 배우고, 외국의 전문가들과 이메일을 주고받고, 경비를 조사하는 등 정말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중간 발표와 최종 발표를 했고, 드디어 우리를 포함한 세 팀이 선정되어 유럽에 가게 되었다. 연수가 결정되고 나서는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의 교통편, 숙소, 비행편, 준비물, 식사 등 세세한 것까지 모두 조사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도 이미 해외와 관련된 정보를 얻는 여러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마침내 지난 1월 17일, 우리는 인천공항을 출발해 파리, 아일랜드, 영국의 스코틀랜드, 웨일스, 잉글랜드를 여행했다. 공식 일정과 비공식 방문을 포함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프랑스의 루앙이라는 도시, 에펠탑, 몽생미셸, 루브르 박물관, 아일랜드에서는 너무나도 정겨웠던 도시 더블린, 스코틀랜드에서는 에든버러 성, 로열 마일, 웨일스에서는 카디프 성, 잉글랜드에서는 케임브리지 대학과 크루즈 체험 등이다.
비행기도 여섯 번이나 타야 했고, 20박 22일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 속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더 폭넓게 공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성에는 대관식에서 사용되었던 왕관과 홀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스코틀랜드와 영국이 하나가 됨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었다. 또한 엘리자베스 1세가 후계자 없이 죽어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7세가 영국의 제임스 1세가 되어 스코틀랜드와 영국을 함께 통치하게 되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책에서 보면 이 내용은 들어 있지도 않고, 엘리자베스 1세 이후 제임스 1세가 영국의 왕이 되었다는 말만 나와 있다. 스코틀랜드는 영국의 영토 중 하나라는 간단한 문장으로 끝나는 내용을 직접 와서 보고, 책에서는 다 다룰 수 없었던 내용을 자세히 알게 되어 너무 기뻤고, 이런 게 바로 연수의 의미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두 번째는 지구촌의 여러 나라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곳이 친절했지만 딱 한 군데 불편한 곳이 있었는데, 바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한 음식점이었다. 백인 주방장이 우리가 못 알아듣는 줄 알았는지 인종차별적 발언을 계속했고, 우리는 정말 불쾌한 기분으로 식사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그 일을 겪은 후 나는 지난 수 세기 동안 동남아 사람이나 흑인들이 겪었을 인종차별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나만큼은 차별 없이 사람들을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세 번째는 각 지역의 문화를 직접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라 쿠론(La Couronne)이라는, 잔다르크 성당 맞은편에 있는 음식점이었다. 그 식당은 600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심지어 잔다르크가 화형 당한 날 사람들이 그곳에서 식사를 하며 그 장면을 지켜보기도 한 곳이었다. 그처럼 유서 깊은 곳에 들어가 보고 싶어서 우리는 좀 무리를 해서라도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러고는 메인 메뉴뿐 아니라 스타터 음식, 수프, 디저트까지 모두 주문했다. 중간에 커피를 마실지 묻기에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계산서를 본 순간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 모두에 추가 금액이 있었던 것이다. 외국의 문화를 잘 몰라서 생긴 일화였지만 평소 식사비의 너덧 배를 지불하게 되어 총무인 나로서는 너무 속이 쓰렸다. 그 후 우리는 가는 식당마다 "Is it free?"를 외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외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커졌다는 점이다. 프랑스는 참으로 아름다운 나라였지만 영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정말 힘들었다. 프랑스 루앙의 보자르 미술관에서 동생에게 줄 기념품을 사고 전시회를 보다가 어딘가에 두고 와서 분실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찾긴 했지만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고 느린 인터넷 때문에 간단한 문장도 찾기 어려워서 의사소통이 정말 힘들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회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고, 한국에 가면 영어와 프랑스어의 기본 문장 정도는 구사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가장 큰 수확은 나 자신의 잠재력과 협력의 힘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과연 우리가 그 짧은 시간에 이 모든 연구와 준비를 마치고 무사히 선발되어 연수에 갈 수 있을까, 매일 불안하고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만들었던 자료들과 새롭게 얻은 지식, 그리고 연수를 하면서 보고 배운 것들을 되돌아보면 우리가 직접 한 일들이지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몇 달 전만 해도 프레지를 만든다든가, 우리끼리 유럽을 여행한다든가, 외국 식당에서 자연스럽게 주문을 한다든가, 서로를 배려하며 일을 능률적으로 해낸다든가 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프라임 사업을 거치면서, 나도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나만의 소중한 보물을 얻은 느낌이다.
끝으로 대학 재학 중에 이렇게 귀한 경험을 하게 해준 원광대학교와 우리 <영미 역사 문화 콘텐츠 전문가 양성사업팀> 네 분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이경화(영어영문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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