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롱, 핸드폰이 울린다. 우리대학 관련 SNS 익명페이지 알림이다. 대학로에 위치해 있는 노래방 이벤트 소식이 올라와 있다. 5시 전에 방문하면 5천 원으로 할인해주겠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다른 가게들도 앞다퉈 종강을 맞은 학생들을 끌어모으기 바쁜 상황이다. 다른 가게와의 가격경쟁으로 값을 더 내리는 가게들도 있고, 바쁘게 간판이나 내부 리모델링을 시도하는 가게들도 있다.

 6월 21일, 종강 날이 되면 다른 대학들도 그러하듯이 우리대학도 대부분의 학생이 고향으로 내려가거나 더욱 많은 경험을 얻기 위해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학생들이 가득하던 대학로는 순식간에 한산해진다. 밤만 되면 네온사인과 사람들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거리는 이제 스산한 기운마저 감돌고, 새벽 4시까지 들리던 학생들의 웃음소리 또한 온데간데없다. 학생들이 빠져나간 거리는 대학로 상인들만 덩그러니 남아 또다시 개강을 기다릴 뿐이다.
 
 
  다른 대학교의 대학로는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대학 대학로와는 달리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로 대학로 문화를 꽃피우고 있는 홍익대학교, 전북대학교, 전남대학교의 대학로를 사례로 들어봤다. 젊음과 낭만, 예술이 넘치는 홍익대학교의 대학로는 소극장, 이색전시회, 소규모 갤러리와 화랑, 예술시장 등으로 젊은이들의 문화 선두지로 떠오른다. 홍익대학교뿐만 아니라 홍대와 가까운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도 문화기획자를 꿈꾸고 있는 대학생들이 모여 대학로 문화축제를 기획하고, 여러 가지 체험공간을 연출함으로써 참여 아티스트, 축제를 보러 온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전북대학교 또한 대학로 상권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전북대학교 재학생들로 이루어진 '도란도담'팀은 대학로 내 문화공간 및 공공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 'MAKE OUR STREET-벽화그리기', '청춘을 쓰다-캘리그라피', '점프마켓-프리마켓'등의 프로그램들을 주최하며, 재학생들뿐만 아니라 주변상권, 지역 상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특히, '점프마켓'은 지역상인들 외에 타 지역의 소상인들도 함께 참여해 프로그램을 더욱 알차고, 풍성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전남대학교는 대학로 일대를 사람 중심의 안전하고 쾌적한 '청년문화의 거리'로 재탄생시켰고, 소규모 길거리 공연을 의미하는 '버스킹' 문화를 활성화시켰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예술가들에게 공연할 수 있는 기회 제공과 주민 및 관객과 소통하는 등 다양한 공연문화를 조성한다. 호응에 힘입어 매달 첫째·셋째 금요일, 토요일을 '버스킹데이'로 지정함으로써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듯 대학교마다 대학로 특색을 지니며, 대학로 상권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 우리대학의 대학로의 상황은 어떠한지 살펴보도록 하자.
 
매일 가던 그곳, 오늘도 같은 곳일까?  
 우리대학의 대학로는 위 대학들보다 특색이 없는 편이다. 대학로에서 열리는 축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부족한 편이다. 축제는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주 대학로를 '차 없는 거리'로 탈바꿈시켜 유명연예인, DJ들을 섭외해 클럽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결국 그저 지역축제의 한 부분이 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되풀이된다. 또한 가게도 마찬가지다. 축제로 인해 상인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시끄러운 소음과 가게 앞을 점거한 무대로 인해 그 날 매상은 반으로 뚝 떨어진다. 결국 축제는 대학로 상인들에게 골칫거리일 뿐이다. 
 우리대학 대학로의 상가들은 대체적으로 업종이 자주 바뀌는 편이다. 카페가 있던 자리에 고깃집이 들어서기도 하고, 옷가게였던 곳이 어느 날 보면 게임방이나 뽑기방으로 바뀌어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길을 가다 보면 두 블록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게가 쉽게 눈에 띈다. 항상 끼니를 해결하던 가게가 방학이 지나면 다른 업종으로 바뀌어 있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하지만 가게들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는 가게들이 있다. 그중 3곳을 기자들이 직접 다녀왔다.
 
단골을 만드는 비결
 개인 커피숍 '쿤다방'을 운영하고 있는 강호석 씨(34)는 3년간 한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해 왔다. 단골이 많은 커피숍 중에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사장님은 "내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커피를 로스팅한다. 재료 하나도 꼼꼼하게 살펴 손님들에게 내놓는다"고 뿌듯해 했다. 또한 쿤다방은 아르바이트에 대한 대우도 좋다. 아르바이트생들도 언젠가는 손님이 될 수 있고 친구나 주변인들에게 가게에 대한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황제짬뽕'을 운영하고 있는 임광월 씨(49)는 4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짬뽕을 만들어왔다. 항상 손님들에게 얼큰하고 깔끔한 맛의 짬뽕을 대접한다. 친절한 태도 또한 단골손님들을 끌어들이는 요인 중 하나다. "그래도 방학기간이 되면 학생 손님들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그럴 때는 주변 시민들이 빈자리를 채워주지만 매출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분식점 '떡두껍집'을 운영하고 있는 조애자 씨(58)는 대학로에서 21년간 가게를 운영해 온 베테랑이다. 단골들을 많이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사근사근하고 넉넉한 인심으로 대학생들을 맞이해준다. 그녀는 "떡볶이 떡은 매일 직접 만들고 고추장도 직접 담근다"며, 이 자리에 오래 있을 수 있는 비결로 직접 손질한 신선한 재료를 꼽았다.
 앞서 사례로 들었던 대학교들의 대학로가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학생들의 참여가 큰 역할을 했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하면서 그들만의 문화로 대학로를 살려냈다.
 자취생활이 1년 이상 된 오 모 씨(창의공과대학)는 "방학뿐만 아니라 학기 중에도 대학로에는 즐길 거리가 몇몇 없다. 술집, 당구장, 노래방과 같은 시설들을 제외한 소극장, 전시관 등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강 모 씨(사회과학대학)는 "종강만 하면 집에 내려가기 바쁘다. 자취방에 있어도 할 것도 없고 친구들도 모두 고향으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특별히 여기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우리대학만의 대학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협력 아래 특색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들도 있다. 그 가게들은 그들만의 노하우를 통해 손님을 끌어모으고 자립을 일궈냈다는 평이다. 앞으로 우리 대학로 역시 독특한 원광대 대학로만의 물결, 원류를 만들어 상인과 학생들이 잘 어우러지는 곳이 되길 바란다.
 
 
  강민주 수습기자 hellomylady97@wku.ac.kr
  김하영 수습기자 hamadoung13@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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