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수많은 진리가 숨어 있다. 새파란 하늘, 따스하게 내려앉는 햇살,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반짝이는 호숫가의 잠자리…. 자연물뿐만 아니라 생물에 걸쳐 진리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오늘날 인류는 아득한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한여름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한 진리를 찾아냈고, 다양한 분석과 연구를 통해 그것을 진실로 고착화시켜 놓았다. 하지만 누군가 갑자기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진실은 사실 진실이 아니라고 밝힌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지금부터 살펴볼 영화 <맨 프롬 어스>는 바로 그런 얘기를 주제로, 우리에게 믿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준다.
 이야기는 이렇다. 학과장 자리가 보장돼 있는 유망한 대학교수 '존 올드맨'은 돌연 종신교수직을 포기하고 외딴곳으로 이사를 가려 한다. 이에 의문을 가진 십년지기 대학교수들은 존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존에게 왜 떠나느냐고 추궁하기 시작한다. 존은 망설이다 그들에게 폭탄 발언을 하는데, 바로 자신이 1만 4천 년 동안 살아온 크로마뇽인이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동료 대학교수들은 당연히 믿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 형식처럼 시작된 질문 공세에 존이 논리 정연하게 답변을 척척해내가자, 각 분야의 전문가인 동료 교수들은 점차 그의 말에 신빙성이 있음을 깨닫는다. 존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동료 교수들은 충격에 빠지게 되고,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놀라운 비밀들이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한다.
 <맨 프롬 어스>는 SF 영화다. 하지만 <스타워즈>나 <매트릭스>처럼 스케일이 크지도 않고, 액션씬은 물론 그 흔한 회상 장면 하나 없는 영화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오직 사람들 간의 대화, 즉 그들 구성원의 계속되는 지적 논쟁, 그리고 존의 오두막과 바깥마당뿐이다. 하지만 오두막 안에서 펼쳐지는 생물학, 역사, 종교에 걸친 대서사시는 놀라울 정도의 흡입력으로 우리들의 상상력을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여느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탄탄한 완성도와 몰입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저예산에 촬영 기간도 짧은 영화라는 것이 놀랄만한 부분이다. 한편 <E.T>의 감독이자 블록버스터 영화의 대가 스티븐 스필버그가 <맨 프롬 어스>의 시나리오를 탐냈다고 하는데, 그가 만들었다면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후반부, 자신이 사실은 예수라고 밝힌 존에게 독실한 신자이자 신학과 교수인 '에디스'가 넌 예수가 아니라고 분노하며 말한다. 그러자 존은 아득한 과거, 어느 한 언덕에서 있었던 일을 밝힌다. "성서의 예수가 말했죠." 그렇게 운을 뗀 존은 언덕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누구로 여기느냐는 질문을 통해 선택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에디스에게 말한다. "그 권한을 드리죠." 에디스는 존의 말에 두려움에 떨며 정말이냐고 묻는다. 존은 그녀의 말에 대답한다. "아니라고 하면, 그대로 믿겠어요?"
 이 영화는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역사가, 오랜 시간과 수많은 기록에 근거한 역사가, 어느 한 개인이 그 자리에서 쉽게 만들어 낸 단순한 이야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바로 그런 사실을 주제로, 리처드 쉔크만은 존의 입을 빌려 우리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남겨둔 게 아닐까. 그 메시지를 찾는 것은 보는 이의 몫이다. 이 영화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영화다. 그만큼 이야깃거리가 많다는 뜻이며, 우리가 존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받아들일지 말지를 판단하는 것처럼 이 영화의 메시지 또한 보는 이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단 한 장면의 컴퓨터 그래픽도 없는 영화를 보면서도 <매트릭스>를 보는 듯한 감동을 느꼈다'는 어느 외국 리뷰가 진정으로 와닿는다.

 

 김정환 수습기자 woohyeon1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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