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분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공개했다. 이력서에 학력, 출신 지역, 출신 학교, 학점, 신체조건, 가족관계와 같은 차별적 요인들을 기재하지 않고 채용하는 방식이다. 또한, 스펙을 중요하게 여기는 관행을 배제하고 오로지 지원자의 실력과 인성을 보고 인재를 선발한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332개 공공기관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실시한다고 발표했고, 이후 법제화를 통해 민간부분에도 점차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즉, 블라인드 채용은 이미 현재 진행형 상태고, 취업시장 역시 달라진 정책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지난달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블라인드 채용에 찬성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학벌과 지역주의, 인맥 등에 얽매이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점이 찬성 측의 입장이라면,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고 오히려 역차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반대 측의 입장이다. 반면에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82.5%의 인사 담당자가 블라인드 채용 취지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는 대다수 민간기업들이 정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즉, 찬반 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블라인드 채용은 취업을 하기 위한 통로를 막는 여러 방해 요소들을 제거할 수 있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면 학점이 좋지 않더라도 취직은 따 놓은 당상이다", "우리 학교 출신 선배님(우리 친척)의 기업이다"라는 생각으로 학벌이나 인맥만을 믿고 취직이 가능한 경우를 없애고, 이력서의 신체조건 및 사진을 배제해 외모지상주의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취업 문화를 형성한다. 한편으로는 동등한 기회라는 취지 속에 가려진, 일명 '고 스펙'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한편 블라인드 채용에 가장 민감한, 취업을 준비하거나 앞둔 대학생들에게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인 안유진 씨(인하대 경영학과 2년)는 "블라인드 채용에 긍정적인 편이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대학교라는 간판을 보고 뽑을 필요는 없다. 스스로가 관련 업무에 관심이 있고 투자를 했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블라인드 채용에 찬성하는 입장이다"라고 전했다. 반면 김남현 씨(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2년)는 "기회균등이나 평등 같은 의견에는 동의해 왔는데, 정작 블라인드 채용이 내 일이 되니 답답한 심정이다. 서류부터 블라인드를 해버리면 어릴 때부터 특정 회사를 목표로 한 사람들에게만 유리할 것 같다"며 채용 방식에 대해 언짢음을 표했다. 또한, 김 씨는 "장기적으로 봤을 경우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이 또 다른 기회 불균형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우리대학 학생들은 블라인드 채용 실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 봤다.
김수연 씨(패션디자인산업학과 3년)는 "취지는 좋으나 블라인드 채용이 과연 명문 대학 출신의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지 의문이다"며 우리대학의 입장을 넘어 취업을 준비하는 전국의 대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했다. 또한, 김 씨는 "취업만을 위해 좋은 대학을 입학한 사람에게 있어 블라인드 채용은 그들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방해꾼일 수 있다. 그나마 스펙으로 뽑는 것이 가장 객관적·합리적일 것이다"며 취업 준비를 위한 모든 노력과 준비 과정을 중요시 생각했다. 이와는 반대로 익명을 요구한 사회과학대학 학생은 "수도권 지역 대학생들에 비해 취업 기회가 적은 우리대학 학생들이 이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또한, 지원자의 학벌이 아닌 인성이나 가치관을 판단한다는 점은 기존보다 사람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취업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며 블라인드 채용의 기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입장을 표명한 학생들의 의견을 종합해 본 결과, 이들은 기존 취업계에서 문제 삼은 학연과 지연, 그리고 혈연 중 블라인드 채용이 학연과 관련이 있는 학벌에 대한 인식에 많은 변화를 줄 것이라 판단했다.
인력개발처 취업지원과는 현재까지 하반기 익산 및 전북권 지역에 블라인드 채용을 추진하고 있는 민간기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언급했다. 다만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해 혁신도시 입주 공공기관 5곳과 전북테크노파크를 포함한 전라북도 산하 출연기관 14곳 등이 위 정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춰 우리대학 학생들의 취업 준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취업지원과에 따르면, 블라인드 채용에서 합격의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력서 혹은 자기소개서에 본인이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에 맞는 학과와 직무 실력, 경험, 대내외 활동 등을 기술해야 한다. 또한, 취업 준비 전 꾸준한 직업기초능력 평가와 직무적성검사를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업무는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또한 면접의 기회가 주어질 경우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 역시 필요하다.
최재규 인력개발처장은 "블라인드 채용 방식은 취업을 준비하는 데 있어, 우리대학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 학생들과 동등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밑거름이 돼 준다"고 견해를 밝혔다. 최 처장은 "원하는 직장에 맞는 실력과 인성을 갖추고 있다면 이전까지 학벌로 인해 협소했던 취업의 문을 확장시킬 수 있으며 이번 기회에 자신 있게 입사지원을 준비해 볼 수 있을 것이다"며 이에 해당하는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블라인드 채용은 이미 진행형이다. 앞으로 정치권의 변화에 따라 언제나 취업문화는 달라질 수 있고 블라인드 채용 역시 중단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 그 누구보다 취업 문턱에 가까이 서있는 취업 준비생 및 대학생들은 최근 취업 경향에 맞춰 일자리를 얻는데 유리한 방향으로 자신만의 스펙을 쌓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대학 학생들 역시 평소 학벌 면에서 수도권 대학생들에 비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리고 학벌을 떠나 자신만의 취업 전략을 세우도록 하자.
 

강동현 수습기자 kdhwguni16@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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