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최근 엠넷에서 방영한 힙합 예능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열광했을 것이다. 래퍼끼리 경쟁을 벌여 우승자를 가르는 이 예능 프로그램은 지난 2012년부터 방영되기 시작해, 지난주 여섯 번째 시즌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방송 초반에도 큰 화제를 몰고 왔지만 해가 갈수록, 참가자의 수가 많아질수록 기대와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쇼미더머니>는 힙합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축제와 마찬가지다. <쇼미더머니>는 방송을 넘어 음반시장에까지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평소 흥행 순위 상위를 차지하는 가수들이 새 앨범을 들고 나타나더라도 <쇼미더머니>에 가려져 대중들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방영 기간에 음반 발매를 자제하는 발매 기피현상까지 일어났다.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가 과거에 비해 점점 대중화되고 인기 역시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힙합은 방송이라는 틀과 대중들의 잘못된 수용태도 등의 영향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분노조절을 가장 잘하는 직업군?
 방송인 겸 작가인 유병재 씨는 한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분노조절을 가장 잘하는 직업군은 힙합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래퍼들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디스전(랩을 통해 서로를 비난하는 행위)만 시작하면 사람이 변한다. 그들은 초면인 경우도 있고, 원래 알고 지내던 친한 사이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서로 철천지 원수지간이 된다"고 했다. 물론 그가 과장한 부분이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확실한 점은 방송 안에서 참가자들은 연출에게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쟁 프로그램이라는 성격 때문에 래퍼들은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싶지 않아도 억지스러운 대결구도를 짊어져야 한다. 이런 치열한 경쟁구도 안에서의 싸움은 곧 시청자들을 열광시키고 시청률을 높이는데 한몫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 측의 입장에서는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연출을 유도한다.
 억지스러운 연출로 인해 참가자의 인품을 왜곡시키는 '악마의 편집'은 매번 참가자들이 해명하기 바쁜 골칫덩어리 같은 존재다. 일부 래퍼들은 자신의 인품이 망가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느껴 SNS를 통해 악마의 편집을 비난하거나 감춰진 사실을 폭로한다. 래퍼 올티는 한 방송에서 "경쟁자에 대해서 좋은 말을 해주면 피디가 좀 더 자극적이고 건방진 말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그 부분만 방송에 나간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방송은 방송일 뿐이지만, 문제점이 되는 부분은 대중들이 그러한 왜곡된 편집만을 보고 참가자들의 인품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도덕성 위에 존재하는 힙합?
 대중들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중들은 방송이 보여주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힙합을 그대로 수용한다. 이들은 유명세를 얻은 래퍼들이 대마초를 피우거나 음주운전을 하는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도, 그 또한 그들만의 문화라며 마치 우상이라도 되는 양 추켜세우는 경향이 있다. 원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 사고쯤은 아무것도 아닌 식의 착각을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한 유명 래퍼가 자신의 가사 속에 한 여자 래퍼를 성희롱하는 내용을 담은 적이 있었다. 피해자는 이를 성희롱이라며 고소한다고 밝혔지만, 일부 대중들의 반응은 '힙합인데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태도였다. 대중들은 도덕적으로 잘못됨을 판가름하는 것이 아닌 누가 더 '자극'적인가에 기준으로 두고 있다. 이러한 '자극성'은 힙합 음악의 왜곡된 정서로서 본래 힙합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중들은?
 장원훈 씨(행정언론학부 1년)는 "힙합 음악을 좋아하지만 방송에서 보여주는 상대방 인격에 대한 모독, 성희롱, 욕설 등 도가 지나치는 가사에서 거부감이 느껴졌다. 이런 방송이나 음악은 아무리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이는 방송의 의도적인 연출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한, 장 씨는 "악마의 편집이나 억지 대결구도가 아닌 타인을 존중하는 자세와 지나친 언어폭력을 쓰지 않는 방송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전했다.
 우리대학 민영목 교수(신문방송학과)가 저술한 『TV 볼 줄 아십니까?』에 따르면, 시청자들이 TV를 시청함에 있어서 이를 곧이곧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닌, 귀담아듣고 눈여겨보아야 한다는 '미디어 파워 워칭'을 강조한다. 방송연출의 의도에 이끌린 일방향적인 시청이 아니라 과연 방송 안에서 보이는 힙합의 이미지가 사실인지, 잘못된 연출이 가해진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방송 모니터링의 태도를 갖자는 의견이다.
 기자는 힙합 음악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열광하는 편이다. 그러나 힙합을 자극적으로 왜곡시켜 화젯거리를 만들려는 방송 연출과, 이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대중들의 태도는 반성해야 할 문제다.
  강동현 수습기자 kdhwguni16@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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