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나 생물의 성격 등에 붙던 '착한'이 사물이나 가치의 앞에 붙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착한가게, 착한가격, 착한기업처럼 말이다. 낯익은 단어들 사이에서 착한기업이라는 말이 유독 입가에 맴돈다. 익숙하지만 낯선 단어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봤다. 이름 그대로인 단어의 뜻보다는, 연관검색어인 오뚜기가 더 신경 쓰인다.

 
 착한 기업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최근 미디어에서는 '오뚜기 미담'을 앞다투어 쏟아냈다. 故 함태호 회장의 심장병 어린이 후원사업부터 라면 값 동결, 1천 500억 대의 상속세를 정직하게 납부한 일. 또, 석봉토스트의 봉사활동에 소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의 선행 사례가 있었다. 일부 기업과 비견되는 모습에 소비자들은 '갓뚜기'라는 별명을 만들었고, 착한기업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뚜기가 완전무결한 기업인가에 대한 또다른 의견도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ESG 등급 부여 및 공표'를 발표했다. 환경경영(E), 사회책임경영(S), 지배구조(G)의 항목 중, 오뚜기는 지배구조 항목에서 최하위인 D를 평가받았다. 지배구조 항목은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가 잘 돼 있는지, 기업 소유구조가 얼마나 투명한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는지 등의 내용을 다루는데, 오뚜기는 사외이사가 한 명밖에 없는 점, 오너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와 같이 내부거래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이런 내용들을 들어보면 마냥 '착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착하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더 객관적인 '착함', 사회적 기업
 개인이 선함을 판단하는 '착한기업' 이외에, 기관에서 심사를 거쳐 '착함'을 인증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기업육성법 제8조에 따라, 회계연도별로 발생한 배분 가능한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하여 사용해야 하는 기업이다.
 사회적 목적은 기업마다 각각 다른데, 이 목적들을 크게 다섯 종류로 나눈다. 사회적 목적. 즉, 인증심사 유형에는 사회서비스제공형과 일자리제공형, 지역사회공헌형과 혼합형, 그리고 기타형까지 총 다섯 유형을 사회적기업 통합정보시스템(SEIS)에서 심사한다.
 사회서비스제공형은 사회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형인데, 여기서 사회서비스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를 일컫는 말이다. 사회서비스제공형에서는 전체 수혜자 중 취약계층이 50% 이상이어야 하며, 일반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공한 서비스만이 인정된다. 우리나라 1호 사회적기업인 다솜이재단이 대표적이다. 일자리제공형은 전체 근로자 중 취약계층의 비율이 50%가 넘어야 하고, 전체 근로자 수가 5인 이상, 괜찮은 일자리(임금수준, 고용형태, 고용안정성 등)의 세 가지 항목을 검토한다. 전주 비빔빵으로 유명한 전주빵카페가 여기에 속한다. 지역사회공헌형은 이름 그대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조직의 목적이어야 한다.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거나, 사회문제를 해결, 혹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조직을 지원하는 유형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혼합형은 사회서비스제공형과 일자리제공형의 성격을 모두 띠고 있으며, 각각 취약계층의 비율이 30% 이상을 만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 요건에 따라 판단하기 곤란할 경우에 해당하는 기타형까지. 다양하고도 복잡한 분류와 절차를 거쳐야만 정식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늘어가는 손길들
 사회적기업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에는 인증된 사회적 기업과 예비 사회적 기업이 각각 50개와 396개였다.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고, 2014년에는 각각   1천 251개와 1천 466개로 늘어났다. 또한, 사회적 기업에서 고용한 취약계층과 일반계층 역시 증가했다. 2007년에 취약계층은 1천 403명, 일반계층은 1천 136명이었으나, 7년 후에는 각각 1만 4천 951명, 1만 1천 278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전라북도에는 2017년도 8월 기준으로, 173개의 사회적 기업이 있으며, 이 중 익산은 인증 사회적 기업 10개와 예비 사회적 기업 10개, 총합 20개의 사회적 기업을 가지고 있다.
 정부의 손길이 닿기 힘든 곳에 대신 손을 뻗어주는 사회적 기업들에게, 정부에서는 고용노동부를 통해 재정적인 부분 등의 여러 방면에서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번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경제 관련 공약에 관련된 부분이 있다. 사회적 기업의 육성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사회문제 해결 등의 효과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충분히 기대되는 정책이나, 한편으로는 정부의 지원금만 타내 연명하는 속칭 '좀비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우리지역, 우리대학의 사회적 기업 '우리들학교'
 우리대학에서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우리들학교'가 있다. 초·중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 및 특기·적성교육과 방과 후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들학교는, 지역사회 교육 봉사를 목적으로 우리대학 재직 교수들이 2013년에 설립하고 2014년에 인증받은 사회적 기업이다.
 우리들학교를 설립한 교수들 중 한 명인 이형효 교수(컴퓨터소프트공학과)는 "방과 후 학교는 초·중등 선생님께서 직접 하시는 일이었으나, 선생님들의 부담이 날로 커졌다. 교육부에서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방과 후 학교를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하기로 했는데, 인재가 많은 대학에서 사업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움 또한 따랐다. 추진하는 사람 중에 기업 전문가가 없던 탓이었다. 이 교수는 "회계업무나 창업절차 등을 꾸려나가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대학본부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서 큰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었다"며 추진하던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런 과정도 있었지만 학기가 끝나고 시행하는 만족도 조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사회적 기업은 돈에 큰 기대를 가지기 힘들다고 말한다. 경제적인 목적보다는 자신의 장점과 능력을 지역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보람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말이다. 이 교수는 "만약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지속가능성'을 항상 염두해두길 바란다. 여기서 얻은 수익으로 자기 생활도 해야 하고, 사회에 의미 있는 서비스도 제공해야 하니 수익 모델과 방법, 본인의 목표를 잘 세워 운영하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인류는 항상 최선의 경제 체제를 선택해 왔다. 하지만 최선이 곧 최고는 아니었다. 이상적으로 보이던 체제에도 결점은 있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도 생겼다. 이를 개선하고 보완해 나가는 과정에서 경제 체제는 발전해 왔다. 현재 세계적으로 경제위기와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냉혹한 시장은 약점을 보인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폐단 속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자는 목표를 가진 사회적 기업은, 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준다.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을 만져주고, 시민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살펴주는 사회적 기업. 홀로 온전히 서기 위해서는 정부 의존도를 낮추고, 시민 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시민 사회와의 연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앞으로 사회에서 주축을 담당할 세대의 역할이 크다. 바로 '우리' 말이다.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정은지 기자 dytjq0118@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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