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현 기자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피범벅이 된 여성이 무릎을 꿇고 있는 사진을 봤을 때 연출된 장면인 줄 알았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2학년 여중생들이 할 일은 더욱더 아니었다. 사람다운 게 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9월 1일 부산 엄궁동에 있는 인적 드문 공장 앞, 여중생 A양이 동갑인 B양과 C양에게 끌려간 곳이었다. 시간은 밤 9시 10분경이었고, 그들이 공장 앞에서 나온 건 10시 반이 넘어서였다. 불과 1시간 반. A양이 둔기에 맞아 뒤통수가 찢어지고, 입안이 엉망진창이 되고, 담뱃불로 등이 지져지고, 얼굴이 부어 눈을 뜰 수조차 없게 된 시간이었다. B양과 C양은 A양이 "빌려준 옷을 돌려달라"고 하자, A양을 유인해 훈계했는데 자세가 불량해 끌고 가 때렸다고 주장하며 1시간 만에 자수했다. 그러나 A양이 이전에 B양과 C양을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보복 폭행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람들은 B양과 C양의 무참한 폭행과 더불어 그들이 실질적인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여성 청소년이라는 점, 자수했다는 점, 심신미약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처벌 가능성이 적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최근 들어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는 이유에는 솜방망이 처벌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중생 2명을 집단 강간 및 폭행, 금품갈취, 공갈협박한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만 16세 고교 자퇴생이 초등학교 2학년 여아를 유괴, 살해한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은 가해자가 청소년이란 이유로 형벌이 크게 줄어들었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41명과 공범자 70명 중 10명에게만 징역 장기 4년에서 집행유예 3년이라는 경미한 처벌을 내려졌고, 대다수는 훈방조치로 끝이 났다.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의 가해자는 징역 20년을, 공범은 무기징역을 구형받았다. 주범이 올해 만 17세로 소년법을 적용받았기 때문에 만 18세인 공범보다 구형이 약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소년법을 개정해 달라'는 청원이 오른 뒤 동참 댓글은 25만 건(9월 8일 기준)을 넘어서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5일 경찰청이 제출한 '2013 이후 학교폭력 적발 및 조치결과'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청소년은 6만 3천 429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1만 4천여 명이 학교폭력 사범으로 적발된 것이다. 학교폭력 사범이 2013년에는 1만 7천 385명, 2014년에는 1만 3천 268명, 2015년에는 1만 2천 495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부터 1만 2천 805명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폭력 이외의 청소년 범죄까지 더한다면 수치는 더욱 많이 늘어난다. 그러나 전체 학교폭력 사범 가운데 0.01%에 그치는 649명만이 구속된 것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절반 이상인 4만 2천 625명이 불구속 처분을 받아 소년법이 청소년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소년법은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청소년들이 지울 수 있는 짐과 넘을 수 있을 만큼의 턱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취지로 인해 소년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한다면, 청소년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처사일 수도 있고, 한순간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서 길을 끊어버리면 청소년을 괴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 현행 소년법이 청소년 범죄의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때가 왔다. 우리나라의 현 소년법은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를 위한 법처럼 여겨지고 있다. 피의자 중심의 소년법은 피해자와 그 가족의 상처를 더욱 깊게 만들 뿐이다.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