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강박을 가지고 있다. 강박의 크기에 상관없이 어떤 무언가를 신경 쓰며 두려워한다. 그 강박은 자신의 일이나 일상에서 오는 경우도 있고, 태어날 때부터 지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많은 바둑 기사가 선과 점의 경계에서 심한 강박을 느낀다고 한다. 하루 동안 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돌과 선을 보는 그들은 자연스럽게 돌과 선에 대한 강박을 가지게 됐을 것이다. 이건 바둑 기사들이 이상한 게 아니다. 익숙함이 강박으로 변질된 것이다. 흔히 어떤 것이 익숙해질 때에는 그것에 대해 집착하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나는 언제부터인가 사람 관계에 강박을 느끼고 집착하기 시작했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너무나 싫었고 내 사람들을 뺏기는 기분이 들었다. 주위의 친구들을 나 자신이 스스로 재기 시작했고, 사람 관계에 두려움까지 느끼게 됐다. 사람이란 얼마나 이기적인가. 나는 틀어진 관계의 이유를 내가 아닌 내 사람들에게서만 찾았다.
사람의 관계는 얼어붙은 호수와 같다. 겉으로 봐서는 그 깊이를 절대 헤아릴 수 없다. 나는 얼어붙은 호수의 단면만을 보고 호수의 바닥을 본 척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내 곁을 떠나갔고 내 강박은 더 심해졌다. 아직까지도 나는 호수의 단면만을 보고 있고 관계에 대해 심한 강박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나는 지금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너무 고맙게 느껴진다. 내 모진 성격을 알고 내 강박을 알면서도 곁에서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는 내 친구들이 있어 감사하다. 내 강박증이 언제 고쳐질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감사하며 살고 싶다.

이재원(문예창작학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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