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핸드볼부 선수들이 어떤 환경에서 몸을 단련하는지 둘러보기로 했다. 문화체육관의 긴 복도를 따라 걷다 보니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굳게 닫힌 문을 열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에어컨 온도나 대류현상과는 또 다른 열기였다.
 선수들은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핸드볼 역시 체력을 요구합니다. 몸싸움이 굉장히 심한 경기이기 때문에 선수들도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하죠." 정호택 감독의 말에서 '몸싸움'이라는 단어가 기억에 맴돌았다. 핸드볼은 찰나의 순간에 득과 실이 판정된다. 불과 몇 초가 그들에게는 승패를 가르는 몇 초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짧은 순간마다 공격과 수비가 날카롭게 격돌하게 된다.
 
 비유하자면, 몸을 날카롭게 갈아 검을 만드는 과정과 같다. 이렇게 만들어진 명검(名劍)은 경기장에서 또 다른 명검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검과 검이 부딪치면 검날이 상할 수밖에 없다.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스스로 몸을 튼튼하게 하는 것뿐이다. 선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 심폐 지구력 훈련, 인터벌 트레이닝 등으로 자신을 담금질하고 있었다. "이 훈련으로 굉장히 힘들어하는 선수들도 있다. 마음이 아프지만, 안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훈련"이라고 말하는 정 감독의 표정은 조금 씁쓸해 보였다.
 다시 진열된 메달이 돋보이는 감독실로 돌아왔다. 조용할 것 같은 느낌과는 다르게, 밖에서는 훈련 중인 다른 선수들의 기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마 방음 문제는 아닐 것이다. 상당히 고무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 데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열심히 훈련하지만, 어느 경기 이후로 더 눈에 띄게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는 서론으로, 정 감독은 과거 한국체육대학교(이하 한체대)와의 경기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2015년 4월, 우리대학과 한체대는 4강에서 마주쳤다. 경기 내내 우리대학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으나, 경기 종료까지 8초 남은 상황에서 득점을 허용해 버렸고, 이어진 연장전 경기에서 지고 말았다. 선수들이 굉장히 아쉬워했고, 그중에는 눈물을 보인 선수도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은 독기를 품고 훈련에 임했다. 그리고 20일 뒤에 다시 펼쳐진 시합에서 한체대와 경희대를 10점 이상의 점수 차이로 꺾고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그야말로 '성장의 계기'를 담고 있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다.
 '드라마틱한 이야기'하면 영화가 떠오른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우생순>은 2008년에 개봉된 임순례 감독의 작품이다. 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열악한 환경을 딛고 결승전까지 올라간다는 내용인데, 흥미로운 부분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영화라는 점이다. 요즘 이런 영화가 얼마나 많은데 어떤 부분이 흥미롭냐고? 바로 작품에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감독인 안승필(엄태웅 분)의 실제 모델이 우리대학 출신 임영철 감독이라는 부분이다. 임영철 감독은 우리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까지 마쳤다. 이후 선수, 코치, 감독으로 많은 곳에서 활약했으며,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업적을 이뤄냈다.
 아테네올림픽 이야기로 마무리 지으려 한다. 2004년 8월,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은 결승전에서 덴마크와 만났다. 전반전 14 대 14, 후반전 25 대 25의 막상막하의 경기를 보여줬다. 연장전에 들어가서도 1차  31 대 31, 2차 34 대 34라는 치열한 사투를 펼쳤다. 이후 승부던지기에서 2-4로 아쉽게 패해 준우승을 거뒀지만, 아테네올림픽 최고의 명경기이자, 가슴을 울리는 뜨거운 경기였다고 평해진다.
  (다음호에 계속)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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