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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적폐의 거미줄을 끊어야 한다
오병현 기자(대학사회부)  |  qudgus0902@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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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8  18: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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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병현 기자

 거미줄은 대단히 견고한 구조로 짜여 있다.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묻어 있는가 하면, 강철과 거미줄을 같은 두께로 뽑았을 때, 거미줄은 강철보다 3배 강한 내구성을 갖는다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거미줄 같은 구조를 갖춘 곳이 있다. 바로 공영방송 MBC다. 먹잇감을 기다리다 좌천시키고, 같은 편에게는 거미줄을 밟고 올라갈 수 있게 도와준다.
MBC 노조는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93.2%가 넘는 찬성률로 파업을 확정 지었다. 예능, 드라마, 시사, 보도, 경영, 영상미술 등 모든 부분이 파업에 동참했고, 2012년 파업 때보다 더 강도 높은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KBS 기자 500여 명도 제작 거부에 돌입하며, 지난 7일부터 파업에 동참 중이다.
MBC는 특히 이명박 정부 때부터 눈엣가시였다. 하지 말라는 방송을 자꾸 방영했기 때문이었다. '뉴스데스크'와 'PD수첩'은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4대강 비리, 국정원 대선 개입 관련 방송들이 그러했다. 그러나 청와대 단독으로 시사 프로그램 PD들을 경질하고, 처벌하지는 못한다. MBC라는 거대한 거미 곁에는 국토해양부, 검찰, 방송문화진흥원이라는 줄들이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MBC PD와 아나운서 등 일부 관계자들은 몇 번의 파업을 이어갔지만, 견고한 거미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많은 이가 MBC를 떠났고, 몇은 자리를 지켰고, 빈자리엔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다.
올해 2월 23일 MBC 주주총회가 김장겸을 MBC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한 결정은 파업의 전조였는지도 모른다. 김장겸 사장이 MBC에 들어오자 김현종 편성제작본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방송 제작의 중단을 지시했고, 탄핵 관련 방송을 기획했던 이정식 PD는 비제작 부서로 발령이 났다. 거미는 먹잇감을 발견했고, 이정식 PD는 좌천됐다. 이와 같은 억압이 계속되자 MBC 예능국 PD들은 "김장겸은 그만 웃기고 회사를 떠나라. 웃기는 건 우리 예능 PD 등의 몫이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 8월 8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MBC 카메라 기자들의 노조 활동과 충성도를 네 등급으로 구분한 '카메라 기자 성향 분석표'를 공개했다. 일명 'MBC 블랙리스트', 거미줄에 걸린 이들의 명단이 밝혀진 것이다.
정권마다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방송은 언제나 존재해 왔다. 노무현 정권 때도 마찬가지였다. FTA에 대한 반대 의견이 여론을 장악했던 당시 MBC는 이에 대한 방송을 내보냈다. 노무현 정권에게 불리한, 반대 여론을 강조하는 내용의 방송을 진행했다. 노무현 정권은 자신에게 불리한 방송을 내보낸 MBC에게 "토론을 하고 싶다"며 연락을 취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으니 FTA는 거국적으로 해야 국력이 좋아진다고 설명하며 대화를 요청했다. 어쩌면 이는 대단하게 볼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자신의 뜻도 피력해야 하는 대통령에게 '대화'는 어느 것보다 중요한 정치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는 당연한 이치를 잊고 살았기 때문에 비정상에 무뎌져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방치된 고름이 이제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눈을 떠야 할 시기가 왔다. 지난 4일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KBS와 MBC 동료들이 펜과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은 것은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의 위상과 신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음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파업을 지지했다. 이외에도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 등 다양한 언론 단체가 MBC 파업을 응원하고 있다.
많은 언론인이 적폐의 거미줄을 끊기 위해 오늘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자신들의 안정적인 밥벌이를 걸고 싸우는 중이다. 거미에 대한 분노와 거미줄을 끊으려는 이들을 향한 응원이 모일 때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여겨질 것이다. 

오병현 기자 qudgus0902@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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