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기러기 아빠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으나, 부모는 멀리 타지로 일하러 떠나고 지인이나 친척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겨진 '기러기 아이'들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중국에는 이런 '기러기 아이'들이 적지 않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방치된 아동들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한 연구팀이 지난 2014년 10월부터 12월까지 중국의 동부, 중부, 서북부, 서남부 6개 도시의 농촌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빠가 외지로 일하러 떠났다'를 선택한 아이가 30.2%로 가장 많았고, 어머니가 6.4%, '부모 모두 외지로 일하러 떠났다'고 답한 아이는 18.6%였다. 이렇게 부모 어느 한쪽이나 모두가 외지로 일하러 떠난 아이들이 무려 55.2%나 차지했다. 또한, 지역별로 보면 서남부 지역의 '기러기 아이'들의 수가 전체 숫자의 56%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는 서북 지역이 25.6%, 동부 지역은 14.2%인 반면 중부 지역은 9.9%로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4개 지역 모두 '아빠가 외지로 일하러 떠났다'가 48~76.1%로 가장 많았고, '어머니가 외지로 일하러 떠났다'가 4.4~13.5%로 가장 적었다. 또, '부모 모두 외지로 일하러 떠났다'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서남 지역으로, 무려 37.9%나 되었다.
 외지로 떠난 부모님을 만나는 횟수에 대한 조사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1.1%의 아이들은 월 3~4회 만나고, 32.7%는 1년에 5회 이상, 11.7%는 1년에 3~4회, 29.4%는 1~2회,    15.1%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산해 보면, 전국의 6천 100만 명 '기러기 아이'들 중 921만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1년 동안 부모를 한 번도 만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4.3%를 차지하는 262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은 1년 동안 부모와 면회는 고사하고 아무런 연락조차도 못 받는다는 현실이다.
 이렇게 장기적으로 부모님들과 떨어져 생활하는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 학업을 비롯해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아버지의 부재보다 어머니의 부재가 아이들의 심리상태에 훨씬 심각한 영향이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린 초등학생에게 있어서 어머니가 안정적인 생존 조건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지게 하는 데 훨씬 큰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반적으로 보면, 부모들과의 생활패턴이 아이들의 정서뿐만 아니라 학업과 방과 후 생활, 과외 독서, 여가생활 등 여러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이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따뜻한 사랑을 전하여 부모의 빈자리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철저히 해결하려면 정부의 노력이 더 절실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일부 도시에 '농민공 자녀 학교(외지로 나와 일하는 사람들의 자녀들만 다니는 전문학교)'가 속속 생겨나고는 있지만, 그 수가 턱 없이 부족하고 교육문제 외에도 거주를 비롯한 기타 생활문제로 인해 부모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가정이 허다하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거쳐 경제구조를 바꾸면서 세계 제2의 경제체로 발전하고는 있지만, 지역 간의 불균형으로 수많은 부모들이 어린아이들 곁을 떠나는 일이 매일 연출되고 있다. 오늘, 어떻게 해야 이런 가슴 아픈 현실을 면할 수 있을지 다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차정화 교수(공자학원)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