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한글큰잔치 우리말 실력을 겨루는 '도전! 우리말' 출처: 전라일보

지난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초·중·고등학생 500명과 대학, 대학원생 500명, 19세 이상 직장인 및 주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글날이 국경일이자 공휴일임을 정확히 아는 비율이 응답자의 절반(52.1%)을 조금 넘었고, 공휴일인지 모르는 사람이 30%로 나타났다. 또한,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반포한 해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 65.3%로 가장 많았으며, 한글날이 반포일을 근거로 제정된 것을 모르는 경우도 42.2%로 나타났다. 15세기 훈민정음 반포 당시와 현재의 한글 자모의 수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55.8%에 그쳤다.

 통계자료를 보면, 전체적으로 한글날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그저 쉬는 날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저 쉬는 날로만 인식한다면, 한글날 동안이라도 바른말을 사용하려 노력하거나 태극기를 게양하는 사람은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글날의 뿌리와 수난사
 한글날은 한글 반포 480년을 기념하기 위해 1926년 11월 4일에 열린 '가갸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름이 '가갸날'인 이유는 '한글'이라는 말이 보편화되기 이전이었고, 사람들이 한글을 배울 때 "가갸거겨…"하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갸날은 약 2년 뒤인 1928년에 한글날로 개칭됐다. 음력을 기준으로 했던 한글날은 날짜가 매년 바뀌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런 불편함은 광복 후에 양력 10월 9일로 확정되며 해소됐다. 이름과 날짜뿐만 아니라, 국경일과 공휴일, 기념일을 오가는 수난도 있었다.
 1946년에 한글날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되고, 1970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식 공휴일로 공포됐다. 그러나 1990년에 너무 많은 휴일은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문제가 제기되며 법정공휴일 축소 문제가 논의되었고, 이윽고 한글날과 국군의 날이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즉, 한글날을 단순한 기념일로 격하한 것이다. 그러나 한글 관련 단체에서 꾸준히 한글날에 대해서 법정공휴일 지정을 요청 해왔고, 2005년 12월에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며 2006년부터 한글날이 국경일로 정해졌다. 그러나 국경일이 됐다고 해서 바로 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아니었고, 2012년  11월 다시 공휴일로 격상됐다.
어린 학생들도 따라한다
 한글날마다 거의 대부분의 미디어 매체에서 하는 연례행사가 있다. 바로 평소의 습관과 정도에서 벗어난 우리말 사용을 되짚어보는 일이다. 한글날에만 이런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우리의 언어생활을 돌이켜보기에 이만큼 좋은 날이 또 없기에 그렇다.
 앞에서 우리가 한글날에 대해 잘 모른다고 언급했다. 통계의 정답을 먼저 살펴보자.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민정음은 1443년에 창제됐다. 반포된 해는 3년 뒤인 1446년이다. 15세기 훈민정음의 반포 당시와 지금의 한글 기본 낱글자 수는 각각 28자와 24자로, 여린히읗(ㆆ)과 옛이응(ㆁ), 반시옷(ㅿ), 아래아(ㆍ)가 사라졌다.
 고작 4개의 자모일 뿐인데도 굉장히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과거 조상님들이 쓰던 말을 이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조상님들도 현재 우리가 쓰는 말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외래어와 외국어뿐만 아니라, 온갖 줄임말과 신조어가 새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만 해도 학식(학생식당)·중도(중앙도서관)·사바사(사람 바이 사람)·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낄끼빠빠(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져라) 등 고작 한 글자임에도 자비 없이 줄인 말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오죽하면 '별다줄(별 걸 다 줄인다)'이라는 아이러니한 줄임말까지 생겼을까. 우후죽순 생겨나는 신조어가 얼마나 많은지, 또,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신조어능력평가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야민정음'이라 불리는 한글 파괴 현상도 난해함에 한몫 거든다. 귀엽다를 뜻하는 '커엽'이나 명작을 변형시킨 '띵작' 등 기발한 발상이 놀랍기도 하지만, 이런 표현들이 유튜브나 개인방송과 같은 미디어 매체를 통해 퍼져나가,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노출되는 것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한글날 행사들
 전국 각지에서 훈민정음 반포 571돌을 맞아 한글날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한글날 당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2017 한글날 예쁜 엽서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과 우수작을 전시할 계획이다. 손 글씨 명함 만들기, 한글 타투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준비돼 있다. 또, 행사장 당일에는 엽서를 만들 수 있는 체험 부스도 운영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뮤지컬 갈라 공연, 가야금을 이용한 국악 대중가수의 무대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글날 당일에 동아대 국어문화원은 '부산 사투리 노래자랑대회'와 '아름다운 우리말 되살리기 UCC 공모전' 등 풍성한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부산 사투리 노래자랑대회'는 일반 가사에 부산 사투리를 넣어 개사해 부르면 된다. 이번 '아름다운 우리말 되살리기 UCC 공모전'의 주제는 '문학작품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시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우리말을 3분 내외의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구성해 동영상으로 제출하면 된다.
 그렇다면 전북권에서는 어떤 행사들이 열릴까? 전북도청과 전주대 국어문화원이 오는 10월 8일부터 9일까지 '전북도민과 함께하는 한글 큰잔치'를 개최한다. 전주 향교에서 한글 문화체험 마당과 각종 대회, 축하 공연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KBS 도전! 골든벨' 진행 방식에 따라 우리말 실력을 겨루는 '도전! 우리말', 한글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노래로 재주를 뽐내는 '한글 사랑 가족노래자랑'도 함께 열린다. '온고을 아리랑 극단'의 연극 공연과 '전주대 태권도 시범단' 등 축하공연도 함께 진행된다. 이밖에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잔치의 흥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글날이 연휴에 끼어 있어 일정을 앞당긴 행사도 있다. 지난 16일, 전주남초등학교 체육관에서 1백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38회 전국학생붓글씨대회'가 진행됐다. 학생들에게 서예의 예술성 및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소질을 개발해 평소 갈고닦은 실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장이었다는 평이다.
 
 언어학자들은 한글을 소리와 글이 체계적으로 연결된 완벽한 문자라고 말한다. 한글날은 말과 글이 일치하지 않던 어두운 역사를 환하게 밝혀준 역사적인 날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한글날을 공휴일이라고만 인식하고, 청소년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한글을 파괴해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세계에서 바라보는 한글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한글은 정반대의 대접을 받고 있다.
 한글은 우리의 자랑이다. 한글을 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물론, 아름답게 다듬어 널리 알리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한글의 생일을 기념하기 전에 그동안 우리의 태도부터 반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문승리 기자 anstmdfl97@wku.ac.kr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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