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긴 연휴를 보내면서 명절을 싫어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어떤 사람은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힘들어 명절을 싫어하고, 또 어떤 사람은 공부나 취직, 결혼에 관한 잔소리를 듣는 것이 짜증 나서 명절을 싫어하며, 누군가는 사촌 동생이 자신의 물건을 달라고 조르거나 마음대로 손대는 것이 화가 나 명절을 싫어한다. SNS에 올라오는 신세 한탄들을 살펴보며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명절날 전을 부치는 사람들이 힘든 것은 정말 음식 장만을 하는 것이 힘든 탓도 있겠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족과 친척들의 태도 때문일 수도 있다. 누군가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얘기를 나눌 때, 다른 누군가는 부엌을 떠나지 못하고 술안주를 준비했다. 누군가 조카를 불러 앉혀 취직이나 결혼 여부를 물어볼 때, 삼촌과 고모에게 불려간 아이는 얼른 명절이 끝나버리기를 바랐다. 부모님이 의견을 묻지도 않고 인형을 사촌 동생에게 쥐여줬을 때, 눈앞에서 인형을 빼앗긴 딸은 펑펑 울어버렸다. 우리는 대체 무슨 자격으로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는 걸까?
우리는 오래되고 익숙한 사람일수록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오랜 친구에게 기분 나쁜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사춘기에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부모님께 표출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사과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인성이라고 했다. 자신이 저지르는 행동이 타인을 위한 걱정과 배려가 아닌 무례라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함께 먹을 음식을 다 같이 준비했으면 하고, 내가 필요로 하지 않은 걱정은 대신해주지 않았으면 하고, 내 물건은 나에게 허락을 구하고 손댔으면 한다. 내가 그런 대우를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일지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우리는 매년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고, 항상 가까운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것이다.

고유진(시각디자인학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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