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 중앙동 야시장의 입구 사진 : 오병현 기자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거리. 물씬 풍겨오는 짠내. 좁은 골목에 가득 찬 사람들. 정이 가득한 그곳. 시장 안은 늘 다채로움으로 가득하다. 시장이란 생활에 필요한 여러 상품들을 사고파는 곳인데, 예부터 어느 나라에든 존재했다. 역사가 깊은 만큼 시장은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지금에 이르러 시장은 나라, 지역의 특색을 가장 잘 보여주는 중심지가 됐다.
 많은 변화를 겪은 만큼 시장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그중 비교적 최근에 생긴 '야시장'은 시장은 낮에 열리는 시장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야시장이란 무엇일까.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밤을 파는 시장
 야시장이란 밤 야(夜)와 시장을 붙인 단어로, 말 그대로 밤에만 열리는 시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시 번영의 방편으로서 시작됐다. 주로 번화가 등 특정 지역에 개설되며, 포장마차, 노점, 잡화, 가게 등 다양한 일용품이나 먹을거리 등을 제공한다. 현재는 사라져가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합작으로 야시장이 열리는 경우도 있다.
 야시장은 크게 보면 낮시장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밤에만 열린다는 점과, 판매 방법·기술이 독특한 흥미를 끄는 것이어서 점차 인기를 끌게 됐다.
 우리나라의 천재 시인 이상은 열두 살 때 종종 야시장 구경을 했다고 한다. 가위, 참빗, 비누, 타월, 양말, 거울, 개량식 만년필, 책, 묵은 잡지 등을 보며 유년 시절의 그는 그때부터 세상이 만화경처럼 보이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처럼 야시장은 낮시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밤 특유의 정취를 등에 업고 사람들을 매료시키며 이목을 끌었다.

  세계는 넓고, 야시장은 많다
 야시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존재한다. 베트남의 호이안 야시장, 대만의 타이베이 야시장, 스린 야시장, 일본의 후쿠오카 나카스 야시장, 미국의 레들랜즈 야시장 등등…. 각국의 야시장들은 저마다 나라의 특색을 살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의 야시장은 대표적으로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광주 대인 야시장, 전주 한옥마을 야시장, 부산 부평깡통 야시장,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 등이 있다. 국내 야시장은 지역별로 색다른 정취를 뽐냄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익산에도 야시장이 열리고 있다. 바로 지난 7월 22일 '야시시, 으스스, 배시시'를 테마로 첫 개장을 한 익산 중앙동 야시장이다. 익산 중앙동 야시장은 익산역 근처 중앙·매일·서동시장에서 열리는데, 총 400미터의 아케이드로 이어져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야시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익산 중앙동 야시장은 익산 재래시장의 상권을 되살리고, 익산의 또 다른 문화를 만드는 데 의의를 두었다.
 그런 취지 덕분인지 익산 중앙동 야시장은 여타 야시장과는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 익산 중앙동 야시장에서는 익산 시민이든, 타 지역 시민이든 원하면 누구나 나만의 상점을 열 수 있고, 길거리에서 중년층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옛 만화영화가 상영되기도 한다. 또한, 테마파크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귀신의 집, 그리고 시장 클럽이라는 특색을 더해주는 추억의 고고장까지 있다. 이처럼 누구와 함께든, 혼자든 즐길 거리가 다분한 야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놀이공원처럼 재미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색 먹거리와 시장 갤러리, 체험마켓 등 시장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재원 씨(문예창작학과 2년)는 "익산 중앙동 야시장을 다녀왔는데, 고향에 온 것처럼 푸근하면서 옛 정취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며, "다양한 즐길 거리도 많아서 장을 보면서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시장 자체가 조금 산만한 느낌이라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익산 중앙동 야시장 '야시시, 으스스, 배시시' 축제는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좋은 점 있으면 나쁜 점도 있기 마련
 꽤 오래전부터 대형마켓, 백화점, 편의점 등 편의시설들이 급증함에 따라 시장과 같은 전통시장은 힘을 잃어가고 있는 추세다. 야시장은 그러한 흐름 속에서 다시금 전통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열리는 것인데, 국내 대부분의 야시장이 일주일에 1~2회만 열리고 있다. 때문에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진행된다는 야시장이 낮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또한, 정작 시장 상인들이 아닌 야시장 사냥꾼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한 대목이다.
 어느 나라든 시장이란 그 나라의 특색을 가장 뚜렷하게 나타내는 장소다. 특산물이 있고, 고유의 축제가 있으며, 경제 순환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전통시장은 죽어가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통시장은 물론이고, 최근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에 대한 관심도 점차 꺼져가고 있는 시점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급격한 발전을 이룬 탓일까?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나치게 유행을 좇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초석이 없으면 기둥을 세울 수 없고, 기둥이 없으면 지붕을 지을 수 없다. 직접 전통을 부흥시키기 위해 발로 뛰어다니는 노력까지는 필요 없다. 작지만 꾸준한 관심이라도 가져 전통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게 기자의 작은 바람이다.

 김정환 수습기자 woohyeon1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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