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11월 11일 오후 9시 15분, 이리역(현재 익산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화약 폭발로 인해 부상당한 사람들을 옮기는 소방대원들,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 자기 가족들의 생사를 묻는 사람들 등, 역 내부는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폭발사고의 발단은 11월 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날 아침 인천에서 출발해 광주로 가던 한국화약주식회사의 화약열차는 저녁  10일 11시 31분에 다른 열차와 함께 이리역에 도착했다. 화약열차는 목적지인 광주로 출발하기 위해 사고 지점인 4번 입환 대기선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열차는 출발시간이 지연 됐고, 열차호송원이었던 신무일 씨가 열차 안이 어두워 양초에 불을 붙였고, 화약상자를 그대로 세워 놓은 뒤 잠에 빠져 들었다. 이때, 미처 끄지 못한 촛불이 화약상자에 옮겨 붙어 대규모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59명이 사망하고 1천 15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1천 647세대, 7천 8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이리역 폭발사고'의 전말로 올해로 40년이 흘렀다.
 
▲ 이리역 폭발사고 당시 현장                                                        출처: 전북일보
 
  철도는 언제 생겨났을까?
 한국철도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의 통치를 받고 있었고, 우리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1896년 9월, 일본은 경인철도주식회사를 통해 제물포에서 노량진을 연결하는 33.2km 철도를 완성시켰다. 이것이 우리나라 철도의 시초이다. 그 이후, 차례대로 경부선, 경의선, 호남선, 함경선 등이 신설됐다. 1945년 일본으로부터 광복 후, 고성능 기관차·쾌적한 객차 등 좋은 차량을 도입, 1972년 전기기관차 운행을 시작으로 태백선·수도권 구간과 서울 지하철이 전철로 건설돼 새로운 전기철도 시대가 시작됐다. 이리역은 1915년 1월 1일 개통됐고, 1977년 11월 11일, 이리역 폭발사고를 겪었다. 이후 1년 뒤인 1978년 11월 10일, 새로운 역으로 준공하게 됐다. 1995년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으로 익산시가 출범하자 역 이름도 익산역으로 바뀌게 됐고, 2015년 9월 30일, 현재의 역을 갖추게 됐다. 익산역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면서 익산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익산에는 무슨 변화가 일어났을까?
 아이러니하게 당시 이리역 주변 시가지는 유흥가와 판자촌, 불량주택으로 엉망인 상태였다. 하지만 이리역 폭발사건 이후, 이리시는 전국적인 도움의 손길과 민·관·군의 복구노력으로 점차 안정을 찾게 된다. 사고로 재산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고, 시내에 새로운 도로를 뚫고, 재건사업과 정비사업을 하면서 빠르게 도시개발이 진행됐다. 2015년 9월, 현재의 익산역이 준공되고, 호남선KTX가 익산역에 정차하게 되면서, 익산은 큰 변화를 맞게 됐다. KTX 개통 이후, 장거리 이동에 대한 부담이 줄어 타 지역에서 기차를 이용해 익산으로 오는 사람들이 50% 이상 늘어났고, 이로 인해 익산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영향으로 익산시는 익산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해 '익산 숨은 보석찾기코스'와 '세계유산코스'를 기획해 익산의 문화재를 알리고,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월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에 시티투어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또한, 주말 관광객을 위해서 금, 토, 일요일에 매 시간별로 순환형 시티투어버스를 운행하고, 익산시 문화탐방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시간제 차량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관광객들의 발길을 더 끌고 있다.
 역 앞에 위치한 문화예술의 거리는 토요일마다 골동품경매, 교복과 추억문화체험, 타로야 놀자 등 다양한 상설문화행사와 가족들과 연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가지 체험들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문화예술의 거리를 방문한 오준석 씨(도시공학과 2년)는 "지금은 볼 수 없는 옛날거리 풍경과 가족들과 연인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오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문화예술의 거리는 지난 3월부터는 '꿀보다 청춘', '보물같은 내 고물', '썸머페스티벌'등의 주제를 가지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며, 익산역을 중심으로 볼거리와 즐길 거리들이 풍성해졌다.
 
▲ 춘포역의 모습                                                                            출처: 소통신문
 
  익산 주변의 역들은 어떠할까?
 즐길 거리와 볼거리가 다양해 북적이는 익산역과는 달리, 조용하고, 느리지만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역들도 있다. 구 남원역과 춘포역이 그 곳이다. 현재는 두 역 모두 폐역으로 기차가 운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역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특별한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라북도 남원시에 위치한 구 남원역의 경우, 코스모스와 백일홍으로 철로를 장식하고, 플랫폼에 평상과 벤치를 설치해 색다른 테마의 공원을 조성해 놓고 있다. 또한, 크고 작은 조형물이 배치돼 있어, 방문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익산시 춘포면에 위치한 춘포역은,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으로 건축사적, 철도사적, 근대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210호로 지정돼 있다. 포토존과 느린 우체통 등이 설치돼 있고, 춘포역을 알리기 위해 익산문화재단에서 춘포문화학교를 설립해 매주 목요일마다 다양한 체험과 활동을 진행해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유인하고 있다.
 이리역 폭발사고 이후 이리시는 익산시로 바뀌는 전환기를 맞게 되고, 익산역에 호남선 KTX가 운행되고 있는 지금, 익산역은 황금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의 노력과 땀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11월 11일은 이리역 폭발사고 40주년이 되는 때이다. 이리역 폭발사고 추모행사를 주최하는 익산문화재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기존에 행해왔던 단순추모와는 다르게 사고를 당한 유족들과 피해자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위령제가 열릴 예정이며, 미래를 위한 미래비전 선포식도 갖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추모의 뜻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장사치들의 술수에 속아 상업적인 기념일을 챙기는 것이 아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우리 지역의 역사적인 기념일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하영 기자 hamadoung13@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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