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기쁨과 환희,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좌절과 슬픔이 찾아올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 후 고등학교까지 12년을 수능에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나라에서 수능은 큰 부피를 차지하고 있다. 수능이 끝나면 모든 과제가 끝났다고 여기는 것인지, 입학식에 앞서 공부에 대한 열정이 겨우내 쌓인 눈이 녹듯 사라진다. 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는 대다수의 학생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성실, 주말이면 독서실로 향하는 발길, 실수 하나에 눈물 삼키던 학생은 어디로 간 것일까.

 대학 입학과 동시에 다른 사람이 되는 우리들. 대학 졸업과 향후가 아닌 대학 입학만을 목적으로 두는 세대. 그 아쉬운 뒤안길을 <원대신문>이 따라가 보았다.
 
 학생은 같은 학생인데 엄연히 차이나는 공부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학생들은 공부에 맞춰져 있던 규칙적인 생활에서 벗어난다. 입시라는 정해진 목표가 주던 억압과 부담을 졸업하고, 성인이라는 당당한 타이틀을 앞세워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자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자신의 시간과는 다르게 정해져 있는 강의 난이도는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번에 높아진 수업 난이도와 자율적인 시간 속에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고등학생 시절과 같이 '정해진 시간'만 제대로 보내는 것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조사' 통계에 따르면, 대학생의 평균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은 고등학생보다 한 시간 이상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하루 평균 공부량은 4시간 10분으로 고등학생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적었다. 하루에 듣는 강의 시간을 생각해보면,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은 한 시간이 겨우 넘거나 모자라는 수준이다. 이는 '정해진 시간'에 해당되는 강의시간을 제외하면, 모든 자유시간뿐만 아니라 취침시간을 초과하는 시간까지도 대학생들은 공부가 아닌 다른 곳에 쓰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대학 원예산업학과에 재학 중인 1학년 A 씨는 "고등학생 때는 수업을 다 듣고 난 방과 후 시간에도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 자율적으로 공부했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남는 시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쉬거나 노는 데에만 시간을 허비했다"며, "과가 적성에 맞지 않는데 과제도 많고, 이 과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없는 것 같아 공부에 소홀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수업이 없는 자유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물음에는 "친구들과 카페나 노래방에 가서 친목을 다지거나, 밤이나 새벽 시간에는 함께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고 답했다.
 지난 8일 오후부터 9일 오전까지 <원대신문>이 우리대학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SNS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학생이 된 후 공부량이 고등학생 시절보다 늘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늘었다고 대답한 사람은 불과 22%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줄었다고 답한 사람은 5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비슷하다고 대답한 사람도 19%에 그쳤다. 이어 '고등학생 시절과 비교해 공부량이 줄어든 이유'로는 '공부가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답이 33.8%로 가장 높았으며, '꿈이 없기 때문'이라는 답이 17.6%, '귀찮기 때문'이라는 답이 14.9%, 이외에도 '과가 적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과 '과제가 많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9.7%로 그 뒤를 이었다.
 
  졸업이 아닌 입학을 목적으로 두는 고등학생
 자유를 얻은 학생들이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나온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고등학생 시절보다 공부를 적게 하는 학생들에게 뚜렷한 목표나 꿈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조금 더 근본적인 원인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에 맞춰 학과에 진학하는 것에 있었다.
 대한민국의 높은 교육열과 사교육으로 대학은 서열화됐다. 또한, 진학한 대학을 하나의 스펙으로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도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꿈을 찾는 것보단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게 했다. 긴 노력 끝에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오랜 목표를 이뤘고, 동시에 오랜 목표를 잃었다. 지금까지의 삶을 이끌던 꾸준한 목표를 이루고 나서야 학생들은 남은 삶을 좌우하게 될 또 다른 목표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는 다른 낯선 환경에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정확한 진로를 정하지 않아도 정해진 절차를 밟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생들에게는 학과 특성에 맞는 직업이 정해져 있다. 정해진 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하면 취직이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성적에 맞춰 진학한 학과에서 학생들은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의 어려움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들은 대학 입학을 목표로 했던 고등학생 시절과 같이 '회사 입사'를 또 다른 목표로 삼거나, '목표가 없는 상태'로 대학생활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 때문에 당연히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이 이전보다 줄어드는 것이다.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직장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2017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3~19세 청소년은 학교생활에서 50.5%를, 전반적인 생활에서 42.7%를, 가정생활에서 32%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적지 않은 수의 청소년들이 학업에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이 기대하는 교육 목적에 대한 설문에서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가  51.1%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자신의 능력과 소질 개발'은 38.6%로 그 뒤를 이었다. 즉,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 학생들은 더 좋은 대학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사교육을 받는 일도 이미 익숙한 일이다. 이는 '학교급별 사교육 참여 실태' 항목에서, 초등학생의 80%, 중학생의 63.8%, 고등학생의 52.4%가 사교육을 받는다는 통계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어렸을 때의 사교육이 학창시절의 사교육으로 이어지고, 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 한다'고,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한창 뛰어놀 나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너무나 무미건조해 보이는 일정이다. 몸은 나가서 뛰어놀고 싶은데, 책상 앞에 앉아만 있어야 한다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학생의 경우, 책상 밖으로 뛰쳐나가려 하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발목을 잡는다. 본인의 마음이나 생각이 스스로에게 "좋은 대학 들어가야지, 좋은 직장 들어가야지"하고 타이르는 경우보다는, 부모형제를 포함한 가족, 교사, 심지어는 친구까지 "지금은 공부해야지"라고 말한다. 세상에 정말로 내 편이 없다고 생각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도 있다. 2015년 청소년  (9~24세) 사망원인으로는 고의적 자해(자살)가 7.2%로 가장 높았고, 운수사고가 4.0%, 악성신생물(암)이 2.9%로 그 뒤를 이었다. 조사 전년도보다는 감소한 수치지만, 2008년부터 고의적 자해(자살)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으레 그렇듯이, '수능'에 모든 것을 건다. 물론 수능 점수도 중요하지만, 고등학교부터의 '스펙'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고)와 자율형사립학교(이하 자사고)의 폐지가 다시 논의되며, 외고나 자사고를 준비하던 학생들은 불안에 빠졌다. 외고, 자사고는 내 꿈을 펼칠 무대가 될 수도 있지만, 하나의 스펙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건곤일척(乾坤一擲)처럼, 시험 하나에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과, 앞으로 쌓을 것들을 모두 걸고 시험에 임하는 수험생들의 여린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
 나름의 힘든 과정을 통해 들어온 대학교지만, 여기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은 누군가에겐 최고의 배경이 되고, 누군가에겐 그저 목적지에 불과하다. 오직 대학 입학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이들 중에는 너무나 지쳐, 그저 졸업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는 이들도 있다. 이들에게 대학은 멋진 배경일까?
 성적에 맞춰 들어왔든, 내 꿈과 다른 학과든,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바꿀 수 있다. 대학을 최고의 배경으로 쓰는 사람은 그만큼 대학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목적성'을 찾자. 목적성이 있다면 다시금 힘차게 뛰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오병현 기자 qudgus0902@wku.ac.kr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정명선 수습기자 sjfkd191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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