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재계 서열 2위인 현대·기아차 그룹의 정몽구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회장은 현대차 본사와 글로비스 등 계열사를 통해 1천여 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현대 기업 자체에 3천여 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정회장의 구속을 놓고 여론에서는 ‘국가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한편으로는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막론하고 성역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바람직한 사례라는 두 가지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법부의 정회장에 대한 단죄를 ‘당연한’것으로 환영한다. 그동안 사법부는 재벌들에게는 유독 나약한 모습을 보여왔기에 이번 구속이 우리사회의 기본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불법 도청사건과 전환사채 변칙증여 사건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삼성 이건희 회장과 3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았던 두산의 박용성 전 회장에게 국익 또는 경제회생 등의 명분으로 면죄부를 주었던 사법부이었기에 이번 정회장 구속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돌이켜 보면 정회장이 1평 남짓한 수감방에 갇히기 전, 정회장의 구속만큼은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현대·기아차 관계자들의 노력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정회장의 구속을 막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1조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내놓는 등의 여론 달래기를 시도했으며, 여러 재계 단체들과 보수 언론들은 현대가 우리나라 경제 기여도에 한 몫을 하는 만큼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도 구속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각계 각처에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어마어마한 규모의 금액을 아무 조건없이 사회에 환원하겠다 할지라도 재벌 기업의 얼룩진 비리와 부도덕성을 가릴 수는 없다. 물론 현대·기아차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번 정회장의 구속이 우리나라 기존 사법부의 불합리적인 관행과 경제를 바로 세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정회장의 구속이 우리사회가 법 앞에서는 진정으로 평등사회로 가는 효시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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