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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융합 교육과 미래 인재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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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0  15: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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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술>란에는 연속기획 <우리 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란 제목으로 의사소통교육센터의 <세계고전강좌>와 공개 강좌 <글로벌인문학>, 지역학(익산학) 강연 원고를 번갈아 싣는다. 국내외 여러 석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속기획을 통해 인간 이해와 사유의 깊이를 확인하기 바란다. /편집자

 

   
창조와 융합을 시연 중인 필자

 

 

 지성의 생성 패턴으로서의 창조와 융합

 지난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창조'와 '융합'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또 썼다. 나랏일과 관련된 모든 일이나 문서에 그리고 각종 사업은 물론 교육 현장과 프로그램에서도 이 말이 빠지면 큰일 나는 듯 열심히도 썼다. 한국에서 유행이 한번 돌면 그 속도와 파급력이 매우 뜨겁게 달아오르다가 쉽게 잊혔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이 두 단어 역시 그 길을 가겠구나, 라는 생각을 어렵지 않게 할 수는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약간, 공해스럽다 싶을 만큼 불편했다. 벌써 앞의 '창조'라는 말 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움직임들도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말들이 생겨나고 사라짐의 부침과는 관계없이, 창조와 융합의 의미와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인류는 언제나 창조와 융합이라는 사유의 패턴으로 진화해왔고 영원히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창조와 융합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쓰고 버리는 전략적 구호가 아니라, 사물과 존재들의 관계망 자체의 구조이자 이것을 새롭게 짜는 일 자체를 의미한다. 앞에서 말했듯, 인류가 창조와 융합의 패턴으로 진화했다는 것은 곧 이러한 지식의 융합적 네트워크가 구성되는 운동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 만날 수 없었던 사물들과 존재들을 새롭게 접속시켜주는 것, 이것이 창조이고 융합의 운동이다. 지식의 관점에서 본다면, 다양하고 이질적인 지식과 상상력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접속하는 정신적 자유와 운동을 함께 내포하는 일이다. 창조와 융합은 서로를 참조하고 번역하는 존재들이자 즐거운 사유의 양태이다.

 다시 창조와 융합으로 새 가치 창출의 길로

 관료주의, 관료제를 뜻하는 Bureaucratism은 'Bureau'(책상) 즉, 책상주의이다. 도시로 모여들며 밀집 사회 형태로 전화되어 가는 사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고,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며 앞으로 전진하는 사회적 시스템에는 각자의 책상 위에서, 그 책상 위의 일만 처리하면 되는 방식으로 체제가 만들어진다.
 관료주의가 갖는 빠른 속도의 의미와 효과가 있었지만 이것이 이제 한계에 도달한 듯하다. 이러한 지식의 패러다임이 이전과는 표고와 깊이가 다른 다양하고 복잡한 이 세계를 이끌고 가기엔 힘이 부치는 것이다. 더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가 힘에 버거워진 것이다.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잠시 잊었던 창조와 융합의 패턴으로 사유하고 궁리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말이다. 마치 서구의 역사가 중세시대의 굴레를 벗고 자신들의 정신적 원형이자 문화적 자산이었던 그리스와 로마의 시간을 다시 살고자 했던 르네상스의 시대를 우리 현대인들이 다시 살아가려는 노력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먼저 교육 부분에서의 의미 있는 변화와 혁신들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지식의 경계를 나누는 학제간의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들이 미국과 유럽의 대학에서 시작되어 융합적 교육과 연구가 일반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쉽게도 한국 대학의 학제간 융합은 지식 융합의 근본적인 고민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무늬뿐인 융합이고 교육부의 교육 사업을 따기 위한 도구적 융합인 경우가 너무 많다. 하지만, 이러한 다학제적인 교육 시스템의 혁신과 교육 현장의 지식 생산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문제를 발견하도록 유도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능동적인 지식 탐구, 융합, 생산, 순환, 공유의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프로젝트 기반 교육 프로그램이 점차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죽어있는 지식은 없다. 그 지식의 새로운 생명의 힘을 부여하지 않는 죽어 있는 교육 시스템과 안일한 교수법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성과를 얻어 가고 있고 확장돼 가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지식이 창출되고, 그것이 구체적 현실과 만나며 의미를 획득하기에 굳이 창의와 융합이라는 말을 구호처럼 외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문, 기술이 융합하는 미래가치 생성 영역으로

 그렇다면 다시 시작되는 21세기 인문과 기술의 융합을 통한 르네상스를 보고자 할 때, 우리의 지성적 훈련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먼저, 편견 없이 확장된 시각으로 이 상황에 다가가고 이해하는 일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때로는 경쾌하면서도 복잡하고, 때로는 심오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때로는 분열적이면서도 보이지 않던 잠재성을 열어주는 구체적인 콘텐츠들의 상상력과 통찰에 다가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철학과 미학을 전공한 필자 역시 학제적 접근이 익숙하지만, 현재 문화의 큰 흐름에서 그것을 고집하는 일보다는 좀 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학제적, 인문학적 접근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그것은 정당하고 학문의 책임은 그것을 온전히 질 것이다. 다만 현재 우리가 유연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정신과 태도는 이러한 동시대적 모습들을 적절한 거리에서 함께 동행하면서도 미래적 비전을 공유하고 열어줄 수 있는 유쾌한 속도를 낼 줄 아는 융합적 상상력, 그리고 그 속도를 즐기면서도 냉철한 사유와 윤리의 긴장을 놓치지 않는 지성적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문기술융합 콘텐츠'는 개념적으로 규정되고 학제적으로 정의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문들의 경계를 넘나드는 탈경계적 지식과 창의적 상상력이 한 데 모이는 콘텐츠들을 기획하고 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 그것이 곧 '인문기술융합콘텐츠'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 곧 '인문기술융합자'이지 않을까 싶다. 개념적 규정보다는 새로운 문화사회적 행위들을 속도감 있게 대응하는 일도 우리에겐 필요하다.
 인문학과 기술은 결국 둘 다 인간과 세계를 통찰하는 정신적 운동들이다. 이들이 만나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실현하는 일로 마땅히 수렴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테크놀로지를 뜻하던 'Techne'는 무엇인가 이런저런 다른 것들을 꼬아 만들어내는 행위를 뜻하는 어원을 갖고 있다. 서로 이질적인 것들을 배타적으로 등 돌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데 모아 융합하여 서로 만나게 하고 몸 섞게 만들어 창조적 일을 실현하고 새로운 가치를 생성시키는 행위가 바로 기술의 속성인 것이다.


 창의 융합을 통해 미래 인재 디자인으로

 이에 '창의'를 중심으로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교육의 체질을 강화하고, 공학을 무기로 하면서도 그것의 활용의 폭과 깊이를 더욱 넓고 깊게 해줄 수 있는 인문학과 예술을 함께 사유하는 '융합'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미래 인재 교육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답하면서 변화하는 환경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 있다.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인재들은 누가 손잡아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 주도적으로 고민하고 시도하며 거기서 맛보는 실패 역시 뜨거운 경험으로 체험하면서 공학적 근성을 몸에 익히는 인재들이다. '창의'라는 덕목과 역량은 그저 낭만적으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은 자유롭게 운영하면서도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를 정교하고 치밀하게 풀어나가려는 의지와 자기 주도적 역량에서 비로소 나온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존재와 사물들의 새로운 관계망을 쉼 없이 구축하게 되는 것이고, 동시에 자연스러운 융합의 태도를 배우고 익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창의 융합 교육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진지하고도 치밀하게 시도되어야 하는 교육 문화의 혁신이 전제되는 일이다. 새로운 지식의 생산과 가치 창조는 다학제 간의 결코 쉽지 않은 경계 넘나들기와 고도로 성숙한 지식의 교환과 공유의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을 학생들이 체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미래 인재 교육의 정체성이다. 창의와 융합의 패턴으로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생산하는 것이다.


김진택 교수(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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