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DC 필름 유니버스(DC FILMS UNIVERSE)에서 제작한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가 개봉됐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을 배트맨, 원더우먼과 함께, 아쿠아맨, 플래시, 사이보그가 주연으로 등장한 저스티스 리그는,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개봉 첫날, 무려 15만 명이 극장을 찾았다. 한편, DC 필름 유니버스의 라이벌 격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는, 지난달 25일에 개봉한 <토르: 라그나로크>로 누적 관객 430만 명, 3주 연속 주말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어떤 사람들은 '애들 보는 만화' 같은 영화를 왜 보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히어로를 만나기 위해 영화관을 찾고 있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히어로를 찾는 걸까?  

히어로, 등장!
 위기에 빠진 시민,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히어로는 모습을 나타낸다. 소매치기를 당한 시민을 도와주기도 하고, 악당들에게 사로잡힌 인질들을 특별한 능력으로 구해내기도 한다. 악(惡)과 싸우는 것은 히어로의 일상이다. 그러나 매번 위험에 빠진 시민이나 도시를 극적으로 구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이웃처럼 평범하게 시민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를 구해주는 경우 처럼 말이다.  히어로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초능력'이라고 부르는 힘이나, 부와 재력으로 만든 엄청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평범한' 히어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초능력'에는 엑스맨처럼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우와, 스파이더맨처럼 후천적으로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부와 재력으로 만든 기술력으로는 대표적으로 아이언맨이 있다. 또, 사람처럼 생겼지만, 지구인이 아닌 경우도 있다. 크립톤 행성에서 온 슈퍼맨이나, 아스가르드에서 온 토르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람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외형이나 생각, 마음 등이 그렇다. 특별한 힘을 가졌지만, 우리는 이들을 통해 '사람'의 모습을 본다. 즉, '인간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의 공통점은 이들이 선(善)을 행한다는 것이다. 강도를 잡는다거나, 화재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는 등의 일들이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평범한 사람은 손쓸 방법이 없는 사건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강도를 잡거나, 불을 끄는 일들은 경찰과 소방관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여기서 히어로가 등장한다면, 강도가 인질을 잡아, 경찰이 어쩔 방법이 없을 때나,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건물처럼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인 경우다.  

히어로는 팬이 필요하다
 우리가 히어로를 찾는 것처럼, 히어로도 우리를 찾고 있다. 지난 10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블랙 팬서> 예고편이 공개되며 눈길을 끌은 바 있다. 단순히 <어벤저스>에 등장했던 히어로의 영화라서 눈길을 모은 것은 아니다. 영화의 일부 장면이 한국에서 촬영되며 팬들의 호기심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부산의 광안리 해변, 광안대교, 자갈치 시장 등 익숙한 배경이 등장하며 친근감을 더했다.  이들은 왜 한국을 찾았을까? 2016년 세계 박스 오피스 수익 순위에서 한국은 무려 15억 달러로, 세계 6위 규모의 시장이다. 그 중 히어로 영화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히어로들도 활동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히어로, 사회의 정의를 투영하다
 문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히어로 문화는 우리의 어떤 점을 반영했을까? 멀리 갈 것도 없이 책장 깊숙한 곳에서 먼지 쌓인 국어책을 꺼내보자. 여기에는 탐관오리에 고통받는 백성들을 도와준 홍길동과 전우치가 있다. 어디 남성 히어로뿐이랴,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오랑캐를 물리친 박 씨 부인도 있다. 현실에서 당했던 고통을 문학으로 승화시켰다는 이야기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양상은 시에서도 나타난다. 이육사 시인은 「광야」에서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라고 노래했다. 여기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진짜 초능력자가 아니라, 조국의 광복 혹은 광복을 이룩해줄 인물이다. 지금 우리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들은 '히어로'라 부름에 부족함이 없다.    
 처음으로 돌아와서 현대인들은 왜 히어로를 찾는가에 대한 답을 내보자. 이미 퍼즐 조각은 모두 모였다. 그들이 우리 사회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 때문이다. 통쾌하게 악을 무찌르는 것도, 평범한 사람은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을 해결해 주는 것도 쉽게 볼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정의로운 사회를 기대하고 있고, 또 기다리고 있는 것이 표현된 것이 지금의 히어로가 아닐까 싶다. 많은 히어로가 고뇌하듯, 더 이상 히어로가 없어도 되는 세상을 염원한다.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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