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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사로 보는 영화] "죄 없는 사람 잡아가고 돈 있는 사람 지키는 게 경찰이가"부지영 감독, <카트>, 2014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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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0  21: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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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건 2014년의 수능날, 고등학교 1학년일 때였다. 그날 본 <카트>는 덤으로 생긴 휴일을 보내기에 좋은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본 이후로,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영화를 보기 전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 이후에 그런 사건이 많았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땅콩 회항 사건'이나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등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갑질 사건과 경찰의 잘못된 대처에 답답한 마음으로 다시 보게 된 영화 <카트>는 처음 봤던 그날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카트>는 2007년 발생한 이랜드의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부조리가 만연한 회사와 부당한 대우 속에서도 희생을 멈출 수 없는 직원들. 우습게도 직원들의 오랜 희생을 멈추게 한 것은 회사였다. 도를 넘은 기업의 횡포는 부당함을 참아왔던 계약직 직원들의 분노와 절박함을 터뜨리게 하는 발단이 됐다.  영화는 매장 오픈 전 열리는 조례로 시작된다. 모든 직원이 모인 공개적인 조례 자리에서 점장은 5년간 벌점 없이 일해온 선희가 3개월 후 정직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회사가 살아야 우리가 산다!" 계약직의 정직원으로의 전환, 그 주인공이 외치는 구호는 그 어느 때보다 믿음직스러웠다. 말하자면, 계약직 직원들에게 선희가 외치는 구호는 조금만 더 참고 노력하면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다고 말해주는 믿음과도 같은 것이었다. 믿음은 확고했고, 당장 자리를 지키기 위한 의지는 그보다 더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직 직원들은 수당 없는 추가 근무도, 허름한 탈의실도, 그런 탈의실에 아무 때나 들이닥치는 최 과장도 참아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희망이 있든 없든, 손해를 보든 말든, 그 어떤 쪽이었어도 그들은 그런 생활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좁은 닭장 속에서 알만 낳아야 하는 닭들처럼 회사에 값싼 노동력이라는 알을 내어주던 계약직 직원들이 닭장을 부수고 나온 것은 회사가 닭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을 때였다. 3개월 후의 정규직이 약속됐던 선희도, 20년간 회사의 청소를 도맡았던 순례 여사도, 최 과장의 명령으로 손님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혜미도,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며 회사에 미래를 걸었던 모든 계약직 직원이 해고당했다. 억울함으로 인해 뭉친 계약직 직원들은 노조를 만들었다. 평화의 협상, 할 수만 있다면 그들에게는 그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 더마트는 어떻게 해야 뭉친 닭들을 분산시킬 수 있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모인 대기업이었다. 계약직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어 협상을 요청했을 때 회사는 이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고, 그들이 파업을 했을 때는 노조 대표인 선희와 순례 여사, 혜미에게 정직원 자리를 제안했다. 한두 번의 부채질로 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돈과 권력의 힘을 사용했다. 돈을 지키기 위해 투자하는 돈. 그 돈을 보고 경찰은 노조원들을 경찰서에 가뒀고, 그 돈을 보고 기자는 노조에게 불리한 사실만을 언론에 보도했다. "죄 없는 사람 잡아가고 돈 있는 사람 지키는 게 경찰이가!" 경찰에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순례 여사는 외쳤다. 왜 죄 없는 우리를 잡아가는가. 정말 나쁜 놈들은 따로 있는데 왜 당연한 권리를 외치는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엔딩 크레딧에 삽입된 노래는 이 꾸준하고 서글픈 외침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 같았다. 억울함을 외치는 사람과 그것을 듣지 않는 사람들. 그럼에도 계속해서 외치는 사람들.  경찰서에 끌려가고, 용역깡패에게 위협당하면서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사실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아달라", "사람 대접을 해달라"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약속된 시간만큼 약속된 돈을 받고 약속된 일을 하게 해달라는 것뿐이었다.  모든 관계에는 갑과 을이 존재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이 살아야 을도 살 수 있다'는 사탕 발림 거짓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 이전의 편리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갑뿐이다. 나라가 있어야 국민도 있다며 국민들의 희생을 요구했던 언젠가의 우리나라를 통해, 그것을 그대로 직원들에게 적용하던 기업을 통해 우리는 그것을 깨달았다.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외치는 것. 그것만으로도 세상의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카트> 속의 직원들이, 그리고 이랜드에게 해고 통보를 받은 비정규직 그랬던 것처럼.  

정명선 수습기자 sjfkd191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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