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경기는 상반신만을 사용하는 그레코로만형과 신체 어느 부분도 잡을 수 있는 자유형으로 나눠진다. 이러한 체계가 생기기 전인 고대 그리스에서는 스탠드(Stand) 형태로 경기가 펼쳐졌다. 체급 구별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성인과 소년의 구분은 했다고 한다. 같은 나이라도 체급 차이는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상대가 나보다 크다고 해서 싸우기도 전에 포기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불리한 입장을 타파하고자 더 강인한 정신력과 더 정확한 기술을 갈고닦는 계기가 됐다. 김성태 감독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스포츠는, 특히 격투기 종목은 이겼을 때 엄청난 희열을 느낍니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상대보다 육체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앞서야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육체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정신력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철학으로 유명한 소크라테스, 그의 제자인 플라톤도 레슬링과 인연이 있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호리호리한 '학자' 이미지와는 다르게, 운동으로 단련된 몸의 소유자라고 한다. 특히, 플라톤은 고대 그리스의 4대 제전 경기 중 하나인 이스트미아(Ta Isthmia)에 레슬링 선수로 출전해 2번의 우승을 거뒀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레슬링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인 예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헤라클레스'가 있다. 그는 12가지의 과업 중에 첫 번째 과업인 '네메아의 사자 죽이기'에서 어떠한 무기도 통하지 않는 사자를 레슬링 기술을 이용해 제압했다. 또, 11번째 과업인 '황금사과' 가져오기에서 '안타이오스'의 도전을 받게 된다. 안타이오스는 땅에 붙어있는 한 무적에 가까운 거인이다. 그 역시 사자처럼 레슬링 기술로 공중에서 제압했다고 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Ilias)'에서도 레슬링이 등장한다. 트로이 전쟁에서 위대한 영웅인 아킬레우스가 전사한다. 그리고 그의 유품인 갑옷을 두고 오디세우스와 아이아스가 레슬링으로 승부하는 내용이 실려 있다. 그만큼 고대 그리스인들은 레슬링을 사랑했던 것으로 보인다.
 
 레슬링의 역사 이야기를 마치며, 김 감독은 "이렇게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인물들이 선배(?)라는 사실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따뜻한 물을 마시며 숨을 돌린 김 감독은 "한국의 씨름, 일본의 스모에서도 레슬링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 레슬링은 육체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정신력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 역시 이 말에 동의했다. 그는 "지혜를 얻기 위해 레슬링을 배우기도 한다"며 "상대방과 붙어 싸우는 매 순간마다 어떤 기술을 써야 할지, 빠르게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사고능력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확실히 경기를 보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빠져나가고, 심지어는 완벽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생각한 상대를 역으로 제압하기도 한다. 방심이 만든 결과라기보다는 순간의 판단이 만들어낸 기회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기 이름 석 자를 자랑스럽게 만들고, 명품화시켜라"고 말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름이 곧 연봉과 직결되는 유명한 선수' 같은 명품화가 아니다. 김 감독의 '명품화'는 우리대학의 이름을 걸고 나가기 때문에, 우리대학의 슬로건인 '도덕'을 강조하는 명품화다. 즉, 윤리적인 면이나 도덕적인 태도, 예절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름 석 자를 '유명'하게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자랑스럽게' 만든다는 부분에서 스포츠맨십이 빛나는 교육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