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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한국,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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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7  18: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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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범 기자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전국이 흔들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였던 2016년 9월 12일 경주 지진(규모 5.8·깊이 11∼16㎞)보다는 작은 규모였지만, 지진이 발생한 깊이가 3~7km 정도의 얕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다음 날인 16일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수능을 치를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정부는 수능 날짜를 일주일 뒤인 23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의문을 갖거나 항의하던 사람들도 피해 지역의 상황을 확인하고 나서 적절한 조치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한동대학교의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영상은 보기만 해도 위험천만해 보였고, 길거리에서는 간판이 떨어지고 문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많았다. 당장 내일 시험을 치러야 할 고등학교 교실과 복도 곳곳에는 금이 갔고, 천장의 석고보드는 떨어져 있었다. 수능도 문제지만 시험을 치른 이후에 진행할 정상수업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실제로 수능 당일에도 규모 1.7의 지진이 있었지만, 시험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이번 지진 이후로 더 이상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작년의 경주 지진, 이번 포항 지진에 이어, 24일 새벽에는 인천에서 2.6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며, 사람들의 걱정과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필로티 구조 건물이 심각한 손상을 입은 사진이 SNS에 올라오며, 부실공사에 대한 불안감도 증가했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지진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다. 규모나 빈도가 그리 크거나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의 경우, 지진 재해 초기 대응부터 사후관리까지 빈틈없는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즉, 지진을 대비한 교육 및 훈련, 재난 발생 시 행동 요령, 피해자 트라우마 관리까지 전부 대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일본 도쿄도에서 만든 지진 매뉴얼은 300여 페이지가 넘어가는 탄탄한 내용과 읽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쉬운 표현으로 돼있어 유사시에 큰 도움이 되기에 충분하다. 반면, 행정안전부 공식 홈페이지에서 배포하는 국민행동요령은 24페이지에 불과하다. 그만큼 지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부족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는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많지 않았다고 해서 지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삼국사기』에는 통일신라 혜공왕 때인 779년에 큰 지진이 나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사』에는 140여 건의 지진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크고 작은 지진에 대한 내용이 수 천 건 있다. 이런 기록들만 살펴봐도 과연 한반도가 지진으로부터 정말로 안전한지 의구심이 든다. 반면에 이렇게 많은 지진이 있었으나 큰 경계심을 가지지 않은 데 대한 의문점도 있다. 의문에 대한 해답과 가장 가까운 단어는 '안전 불감증'이 아닐까 싶다.
안전 불감증은 안전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횡단보도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고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일임에도 우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문제가 있다고 인식해도 '설마 그런 일이 생기겠어'나 '설마 문제가 있겠어'와 같이 그저 넘겨버린다. 오늘이 어제와 같이 안전할 거라고 방심하는 사이, '설마'는 사람을 잡는 법이다. 한국은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지질학적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 마음속에 이미 '방심'이 크게, 그리고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재해는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그에 대비하고, 대책을 세울 수는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항은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다. 우리는 '설마'를 '만약'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만 큰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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