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가 고개를 숙인 채 수업을 듣고 있었다. 피곤한 것 같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그는 졸고 있는 게 아니라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수업 중에 SNS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김 씨는 학생식당으로 걸어갔다. 그는 걸어가는 와중에도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휴대폰을 만지고, 집에 가서 과제를 하기 전에도, 잠들기 전에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 휴대폰을 하다 늦게 잠든 그는 결국 잠을 이기지 못하고 결석을 하고 만다.

 요즘, SNS가 급격하게 발달함에 따라 위와 같은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휴대폰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를 나누거나, 쇼핑을 하거나, 방송을 보거나, 뉴스를 읽는 등 휴대폰은 이제 우리 삶에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휴대폰으로 인맥을 관리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대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이용해 다른 이들과 손쉽게 팔로우를 맺고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한다. 이들은 '미포머(Meformer)'라 불리기도 하는데, 미포머란 미국 럿거스대학 연구진이 2009년 말에 발표한 신조어로서,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과 관련된 신변잡기를 알리는 일에만 열중하는 사람을 뜻한다. 대개 미포머는 지나친 SNS 활동으로 현실에서의 인맥보다 네트워크 상에서의 인맥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원대신문>은 SNS가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 주목하면서 미포머의 탄생 배경, 그리고 미포머가 급증하게 된 이유를 알아봤다.
 
  인생은 원래 혼자 사는 거니까
 주지하듯이 현재 우리 사회에는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다. 이웃에게 시루떡을 돌리는 정겨운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고, 이웃과 마주쳐도 인사하지 않는 게 일상이 됐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을 하는 건 기계로도 가능하게 됐고,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도 늘어났으며, 제사를 지내는 집도 점점 줄고 있다.
 이렇듯 사회 전체에 개인주의가 만연하면서, 휴대폰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딱히 사람을 만나지 않더라도 휴대폰만 있다면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일도 휴대폰으로 하고, 친구도 영상통화로 만나는 시대에 이른 것이다.
 개인주의의 확산과 휴대폰의 발달. 미포머는 그렇게 탄생하게 됐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주의가 만연해있더라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누구나 어느 순간 쓸쓸함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터놓고 얘기하고 싶을 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속 시원히 외치고 싶을 때 집단, 즉 사회의 눈치를 보느라 그러지 못할 때. SNS는 그런 이들에게 '대나무숲' 역할을 제공한다. 더불어 자신의 일상을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SNS는 급격하게 발달하게 됐고, 개인주의도 그에 발 맞춰 사회 전체로 더욱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주위에서 SNS를 즐기는 미포머를 흔히 볼 수가 있게 되었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자신이 미포머인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SNS를 접하지 않는 젊은이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왜 이리 SNS에 열광하는가?
 SNS는 현대문명을 따르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있어서 의식주와 동등한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오늘날 SNS를 아예 접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일 정도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며 일상생활을 공유한다.
 최성규 씨(정보통신공학과 3년)는 "평소 SNS를 통해 전국의 유명한 음식점이나 여행지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고, 웹드라마와 같은 재미있는 영상을 시청하며 휴식을 취하곤 한다"며 평소 SNS에 접속해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답했다. 최 씨는 "지인의 소식이나 생일 등 인간관계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SNS를 통해 알게 되기 때문에, SNS는 이미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유창현 씨(뷰티디자인학부 2년)는 "이미 SNS는 하나의 문화생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더구나 이제는 여가생활도 혼자 즐기는 시대인데,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SNS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접하며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는 일상이 보편화됐기 때문에 SNS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들이 SNS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SNS가 면대면 의사소통이 아닌 방법으로도 쌓을 수 있는 인간관계 형성, 개인주의 사회에 걸맞은 개인주의적인 여가생활에 적합하기 때문이었다.

  SNS에 연연하지 않아
 한편, SNS가 보편화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통방식을 거부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강지우 씨(행정언론학부 2년)는 "SNS를 이용하긴 하지만 즐기는 편은 아니다"며 입장을 밝혔다. 강 씨는 SNS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일면식 하나 없는 누군가도 SNS를 통해 내 사생활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이런 사생활 노출의 가능성 때문에 평소 내 사진이 사람들에게 유포되거나 범죄 목적으로 악용될까봐 두려워 SNS를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말했다.
 또한, 김창우 씨(건축공학과 1년)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각종 SNS를 종종 사용하긴 하는데, 항상 사람들의 의견대립이 보인다"며, "중요한 문제를 가지고 의견을 나누는 건 좋지만, 정말 쓸데없는 주제를 놓고 서로 물어 뜯으려고만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운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우리대학 한인철 교수(문예창작학과) 역시 SNS를 일절 이용하지 않는다. 한 교수는 '교수는 직업상 평소 동료, 그리고 학생들과 원활한 소통이 필요한 직업임이 틀림없는데 평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 교수는 "카카오톡의 경우 전화나 문자와 달리 빠른 속도로 의사소통이 이뤄지기 때문에 스스로 신중치 못할 경우가 있다. 가볍게 오고가는 대화는 결국 인간관계를 가볍게 만든다"고 말했다. 또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굳이 (나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 타인에게 나의 기분과 생각, 일상생활을 이야기해 줄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SNS에 얽매이는 시간낭비를 원치 않는다고 하였다.
 굳이 SNS를 통해 자기 PR을 하면서까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노출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이들이 SNS와 거리를 두려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가상현실 속에서 무분별하게 소모되고 가벼워지는 인간관계에 대해 우려하고 SNS로 인해 심리적 손실을 겪는 것 역시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SNS에 의존하고 집착한다. 우리는 SNS를 통해 나보다 더 잘사는 타인에 대해 질투심을 느끼고,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자책하기도 한다. 그리고 인맥과 관련하여 자신의 위치에 대해 심한 회의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누구는 팔로워(SNS상 인맥을 의미)가 몇 천, 몇 만 명인데 나는 몇 명이네'식의 끊임없는 비교는 결국 스스로를 지치게 만든다.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해 휴대폰을 열었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는 꼴이 돼버렸다.
 최근 베스트셀러만 보더라도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인맥에 목을 매는지 알 수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자존감 수업』,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등의 에세이 장르 도서가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도서들은 주로 인간관계에 지치고 상처받은 이들을 다독여 주기 위한 목적으로 출간됐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지친 이유를 감히 보여주기 식의 인맥 관리 때문이라고 판단하고자 한다.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따르는 법이다. 주변 인맥에 신경 쓰기보다는 자기발전에 투자해라." 올 여름 장안의 화제였던 TV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가수 이효리가 주변 인간관계에 대해 스트레스를 느끼는 후배 가수 아이유에게 했던 조언이다. 즉, 자기관리가 곧 인맥관리라는 의미다. 주변 사람들이 뽐내는 화려한 일상은 어쩌면 초라함에 치장된 겉치레일 수도 있다. 그렇다. 인간 모두는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고 자기 PR을 하기 위해 발버둥친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무엇이 중요한가. 남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SNS상 타인의 삶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겉보기 식 인맥 관리에 너무 힘 쏟지 말라는 말이다.
 
  강동현 기자 kdhwguni16@wku.ac.kr
  김정환 수습기자 woohyeon1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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