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에서 성 관련 문제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10월 말에 모 가구회사에서의 성폭행 논란부터 시작해, 모 카드회사의 성폭행 의혹, 모 병원에서의 간호사 장기자랑 등의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온 사건들이니 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높지만, 사내 성교육 문제 또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사건들이 생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다. 수능 시험이 연기될 정도로 피해는 컸다. 여진이 잦아들었지만, 벽에 생긴 금은 '우리가 과연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성 관련 사건과 재해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는 얼마나 대비가 돼 있을까. 
 
   성교육은 피임방법이 전부가 아니다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우리는 머쓱한 분위기 속에서 성교육을 받았다. 성교육이라고 해도, 정자와 난자, 수정과 착상에 대한 내용이었다. 2차 성징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그다음 성교육 시간에는 다시 이런 내용을 반복하거나, 콘돔은 어떻게 착용하는지, 피임약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등, 피임에 대한 내용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성교육이라는 것은 생리학적인 내용이나, 피임 방법이 다가 아니다. 성교육은 본질적으로 인격과 윤리적인 문제를 포함한 교육이며, 다른 성(姓)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한편으로는, 이미 가지고 있는 잘못된 가치관을 바로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자극적인 미디어 매체를 통해 성을 접한 아이들은, 성인이 돼서도 그 가치관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가치관은 타인에게 성적으로 상처를 주거나, 원하지 않는 임신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성교육은 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건전한 사회의 구성에 도움을 준다.
 
   성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
 청소년기가 지나고, 대학생이 됐다. 우리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았든, 미디어 매체를 통해 알게 됐든 간에, '알 거 다 아는 나이'가 됐다. 다시 말해,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뜻이다.
 2009년에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사이트 '알바몬'이 대학생 1천 1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가 있다. '동거'에 대한 인식을 주제로 의견을 모아보니, '이성친구와의 동거'를 찬성한다는 의견이 45.1%, 반대한다는 의견이 43%로 비등했다고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항목은 동거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로, '신세대'가 35.3%를 차지했고, 경제적(21.8%), 포근하다(6.6%) 등의 의견이 나왔다. 옛말에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성에 대한 인식은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에게 성교육은 필요한가?
 이런 인식의 변화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학생에게 성교육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정수인 씨(전기공학과 2년)는 "성인이 되면 모든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고 청소년기에 성교육을 받아왔다. 대학생 시기보다는 청소년기에 책임을 배울 수 있는 깊이의 교육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반면, 이우람 씨(기계공학과 3년)는 "성교육은 성인이 돼서 더욱 필요한 교육이다. 올바른 성문화를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어느 쪽도 틀린 말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어느 쪽이든 간에 성교육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대학에서는 해마다 '법정의무교육'으로, 성희롱·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에 대한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공공기관 폭력예방교육(성희롱,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예방) 지침에 따르면 구성원의   50% 이상이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학생은 의무사항이 아니며, 교육보조원을 포함한 전교직원만이 법정교육으로 이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파란 쓰레기통과 빨간 불길
 우리대학 또한 사고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는 가장 위험한 사고 중 하나인 '화재'다. 일부 흡연자가 무심히 버린 담뱃불이 무참한 결과를 가져온 경우도 적지 않다. 2016년 3월 중순에 사회과학대학 건물 옆 쓰레기통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2017년 5월에는 연이어 두 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13일에 학생생활관 보은관에서 실내 흡연으로 인해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17일 밤에는 창의공과대학 4층 LINC-3D FABLAB실에서 전기적 발화로 인해 불길이 솟았다.
 학생회관 2층의 휴게공간에는 많은 학생들이 모여 조별과제를 하거나, 대화를 나눈다. 만약 이들이 화장실을 간다면, 가장 가까운 화장실로 가는 것이 보통이다. 흥미로운 점은, 2층 남자화장실에는 '쓰레기통'이 없다. 이에 의문을 가지고, 화장실을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께 여쭤봤다. "왜 여기에만 쓰레기통이 없나요?" 아주머니의 대답은 간결했다. "담배를 너무 펴서." 이미 수차례의 화재 위기가 있었기에, 쓰레기통을 치워버리는 극단적인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화재에 대한 교육과 대처법은 귀에 박히도록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담당 부서의 끊임없는 단속과 주의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주인들의 관심과 노력이 없다면, 언제 어디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

   안전교육은 선택 아닌 필수
 안전교육이란 교통이나 화재, 풍수해 따위의 재해 및 사건으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교육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안전교육과 함께 해 왔다. 학교에서 수련회를 갔을 때나, 활동적인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지겹도록 들어왔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교장선생님의 끝없이 이어지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 속에 있던, 안전에 대한 주의처럼 말이다. 만약에 이를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려 한다면,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지진이 났다.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은 낡은 건물들이 많았기에 피해는 클 수밖에 없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중에는 한동대학교의 외벽이 무너지며, 학생들이 대피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로 인해 더 주목받았던 한동대는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로 대피훈련을 꾸준히 해왔기에 신속한 대피와 피해의 최소화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안전훈련의 효과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우리대학은 어떨까? 재학생 52명을 대상으로 '안전교육 시행 여부 및 필요성'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78.8%가 '안전교육을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에 과반수가 넘는 학생들이(62.9%) 이 교육에 대해 '만족하지 못 했다'고 응답했다. 김채원 씨(행정언론학부 1년)는 "우리나라는 더 이상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비상시를 대비하는 안전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간과하는 등 무관심한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개선의 목소리를 높혔다. 천명은 씨(행정언론학부 1년)는 "안전교육 속에는 해당 재해의 발생 원리가 들어있기에, 이를 분석해 같은 재해가 반복될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안전의식의 향상이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종합하자면, 우리대학 학생들은 안전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성교육과 안전교육은 '교육'이라는 공통적인 단어만 가지고 있을 뿐, 같이 두기엔 낯선 조합이다. 하지만 두 교육 모두 우리 삶에 있어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교육이다. 하나는 순간의 판단이 이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바꿀 수 있으며, 다른 하나는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서 구원의 손길을 뻗어줄 것이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성별로 옳고 그름을 가리던 시기는 지났고, 평등의 이름 앞에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키는 시대가 됐다. 막연히 남이 나를 지켜주기를 바라던 시대도 지났다. 전문가의 지원을 받기 전까지는 자기 자신만이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내 생명뿐이랴, 내 지식이 다른 생명들까지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교육에서 배운 지식이 어쩌면 그저 상식으로 남아 쓸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에는 '만약'이 있다. 이 만약의 순간이 닥쳐왔을 때, 이 지식은 당신에게 구원이 될 것이다.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홍건호 수습기자 hong7366@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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