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십수 년 전부터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분야의 고등교육은 '역량중심교육(Competency Based Education)'으로 전환되고 있다. 의학교육의 경우, 세계의학교육연맹(WFME, World Federation of Medical Education)에서 의사 직군의 역량을 기술하여 동등한 수준의 교육 및 평가를 요구하고 있으며, 기술된 역량을 바탕으로 의학교육, 면허시험, 보수교육의 준거로 삼고 있다.

 국내의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한약사 등 보건의료인 국가면허시험에서조차 국가수준의 필수역량을 기술하여 이를 바탕으로 국가시험 범위 및 출제비율을 개선하였고, 역량 도출 과정 속에서 필기시험으로만 보기 어려운 역량들을 평가하기 위해 실기시험까지 도입된 상황이다.
 우리대학에서는 CQI사업(Continuous Quality Improvement)을 통해 교육부의 각종 평가에 대비함과 동시에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CQI사업을 학생 강의평가 방법의 개선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CQI사업은 역량중심교육을 구축하기 위한 행정적 접근이 주 목적인 셈이다. 각 학문 분야별 역량을 기술하고, 해당 교과의 교수님들이 역량에 맞춘 강의계획서를 작성한 후, 강의계획서 내용대로 강의하였는지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CQI사업은 역량중심교육을 유도하는 행정적 토대이고, 대학의 평가에도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제도다. 그러나 역량의 기술은 각 학문 분야별 특성이 반영돼야 하는데, 현재 우리 대학의 CQI사업은 매우 획일적이다. CQI사업의 행정처리 기반이 되는 전산체계에 유연성이 부족하여 발생했을 것이다.
 다행히 교무처 교육혁신인증원 및 전산원에서 의약계열 단과대학들과 협조하여 학과별 특성에 맞는 CQI체계를 어느 정도 만들 수 있었다. 이미 형성된 학교의 전산체계 내에서 각 단과대학별 특성을 반영한다는 것은 복잡한 일이므로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같은 의약계열 안에서도 의사들의 질병 진단, 치료 및 예방에 필요한 역량과 한의사와 치과의사의 그것, 그리고 각각의 의사들과 협력 업무를 하는 간호사, 약사, 한약사의 역량은 매우 상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의약계열과 의약계열 외 대학들 간의 교육내용의 차이는 더 클 것이다.
 올해 수능 응시자는 59만여 명으로, 처음으로 60만 명 선이 무너졌고, 지역사회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의 상황은 눈앞의 현실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거대한 블랙홀이 되던가, 몸집을 줄이고 유연성을 확보해야 할 텐데, 지역사회에 위치한 우리대학 앞에 놓인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교육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단과대학들이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 대학본부에서는 유연성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제공하는 것이 그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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