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호에 실리는 글이라 그런지, 추억이 된 시간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난 호에는 선수들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발표하고, 다른 선수들과의 의견 교환을 통해 이를 보완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한, '머리'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했던 기억이 난다. 레슬링은 몸으로 하지만 모든 방위의 감각을 살려서 싸우고, 전략과 임기응변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첫 호에서 했다. 이 두 가지 이야기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레슬링이란 몸과 머리를 잘 써야 하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Decimus Ju-nius Juvenalis)는 로마의 최전성기인 오현제 시대, 트라야누스 황제와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재위했던 1세기 말부터 2세기 초에 활동했다. 이름은 다소 낯설지 몰라도, 그가 남긴 말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말이 됐다.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Mens sana in corpore sano)." 지금은 도장이나 체육관에서 이 문구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몸'이다. 육체적인 조건을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훈련'에 대해 풀어보겠다. 우리대학 레슬링부 선수들은 세 가지 훈련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경기 유지력에 필요한 '심폐지구력과 근지구력' 훈련은 6시부터 8시까지, 경기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 및 전술훈련'은 19시 반부터 21시 반까지, 마지막으로 선수의 기량을 기르는 '개인 보강운동'은 문화체육관의 웨이트 시설에서, 개인의 공강 시간에 맞춰 진행된다.
 흔히 쓰는 말로 '당근과 채찍'이 있다. 우리대학 레슬링부 역시 당근과 채찍을 가지고 있다. 당근의 경우, 선수 개인이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회식 등의 포상과는 별개로, 출전하기 전에 선수 개인마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갱신하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식이다. 김성태 감독은 이 방법을 두고 "개개인의 투지를 하나하나 불태울 수 있어, 효과가 검증된 방법"이라 말했다. 채찍은 보통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듯 달랐다. 흔히 생각하는 채찍이란, 고통을 가하는 도구나 압박감을 주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대학 레슬링부의 채찍은 평범한 지팡이에 불과하다. 방향을 가리키는 용도로 쓰이지만, 체벌의 기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이 지팡이를 두고 '모세의 지팡이'라 부르며 신성시(?)하고 있다.
 '모세의 지팡이'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신비한 도구다. 대표적인 기적으로는 바다를 갈라 이집트에서 탈출한 내용이 있다. 이 지팡이는 레슬링부에서도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성경에 모세가 지팡이를 들면 아군이 승기를 잡고, 팔을 내리면 승기를 잃는다는 구절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지팡이의 존재 유무에 따라서 선수들의 집중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집중력을 잃은 선수를 지팡이로 콕 찔러주면, 선수들이 웃으면서 집중한다는 것. 그야말로 마법봉 같은 이 지팡이를, 김 감독은 '심신적 차원의 영양제'라고 부른다.
 
 지팡이 효과 덕분인지, 선수들은 입을 모아, '분위기'에 대한 만족을 나타냈다. 특히, 김 감독은 레슬링부의 자랑거리로 '졸업 이후 사회에 나간 선수들이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껏 우리대학 레슬링부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그 원인이 "레슬링을 통해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수련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문득 '지팡이'가 물의를 일으킬만한 심리적 불안요소를 웃음으로 승화시켜, 건강한 정신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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