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졸업식은 정든 학교와 친구들에게 작별을 고하거나 교수님과 부모님께 감사함을 전하며, 사회 진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찬 학생들이 모인 공간이었다. 그러나 최근 졸업 조건을 모두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로의 한 걸음을 망설이며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루고 있는 학생들, 졸업유예생들에 대해 원대신문이 낱낱이 파헤쳐봤다.

 

졸업하지 않는 학생들, NG족

 졸업 유예제는 졸업 요건을 충족한 재학생이 해당 학기에 졸업하지 않고 일정 기간 졸업을 미룰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법적 근거나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많은 대학이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도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졸업학점을 다 이수하고도 자발적으로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을 일컬는 NG(No Graduation)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졸업 유예제를 도입한 대학과 졸업유예자의 수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수료제 등 유사한 제도를 합하면 그 수는 더욱 증가한다. 교육부에서 밝힌 졸업유예 신청 현황 자료에 의하면 2011년 졸업유예자는 8천 270명에 그쳤으나, 2012년에는 1만 1천 568명, 2013년에는 1만 4천 975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심지어 졸업유예를 시행하는 대학의 수도 2011년에는 26개에서 2013년에는 33개로 증가했으며, 현재는 197개 대학 중 130개 대학이 졸업 유예제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졸업유예생 또한 꾸준히 증가하여 2017년 2월 기준으로 졸업유예생은 1만 5천 898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 상반기에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월 졸업 예정자 4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졸업유예 계획과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졸업예정자의 45.1%는 졸업유예를 할 계획이라고 응답했으며, 대학생 10명 중 4명 이상은 앞으로 졸업 시기가 꾸준히 늦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졸업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고 예상한 학생들은 그 이유로 취업난과 직무역량 강화 등을 꼽았는데,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66.8%로 가장 높았으며, 취업을 위해 쌓아야 할 직무역량 경험 등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53%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졸업예정자들이 졸업유예 하려는 이유로는 '재학생 신분이 취업에 유리할 것 같다'(61.5%)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자격증, 외국어 점수 등 부족한 스펙을 쌓기 위해(32.5%)', '소속이 없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28.5%)', '인턴십 등을 통해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해(28%)',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서(10%)' 등을 졸업유예를 하려는 이유로 꼽았다.
 재학생 신분을 유지해 인턴이나 공모전에 참가하기 위해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많은 기업들은 공모전이나 인턴 채용 시 졸업생은 지원 불가라는 조건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업한 지 2년이 지나도록 취업을 하지 못하면 기업 지원 시 불리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때문에 경력을 쌓거나 스펙을 쌓으며 졸업 후 공백기를 줄이기 위해 학교에 등록금을 납부하고 인턴 생활을 하는 졸업 유예자들도 줄지 않고 있다.
 
취준생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졸업유예는 학생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졸업 예정자 중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은 '재학생'의 신분이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같은 이유로 졸업을 유예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예상과 달리 기업들은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학생이라고 해서 채용 과정에서 가점을 주거나 졸업생이라고 해서 점수를 깎지 않는다. 더구나 졸업 유예자라는 점은 성적표를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작년 초 졸업유예에 관련한 연합뉴스의 기사에 따르면, 전북에 있는 대학 관계자들은 "채용박람회 등에 참여하는 기업마다 졸업 유예자에 대한 특혜는 없다고 누차 설명하고 있다"며, "특히 공무원과 공기업 분야에는 졸업 유예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꿈과 다른 졸업유예의 현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애초에 졸업 학점을 이수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준비된 제도이기 때문인지 졸업 학점을 채우고도 졸업유예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은 쉽게 '졸업유예생'의 자격을 내어주지 않는다. 일정 학점 이상을 신청하지 않으면 졸업유예가 불가한 것이다. 사실상 '백수'에 가까운 졸업 유예생들에게 수십만 원의 등록금과 취업 준비 비용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대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대학에서는 2학점 이상의 수강신청을 한 후, 학점에 따른 당해 학기 계절학기 수강료에 따르는 등록금을 납입해야 유보가 가능하다. 계절학기의 수강료는 1학점당 8만 원이니, 최소 16만 원을 내야 '졸업 유예'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공부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취업을 위한 투자인 셈이다. 다른 학교와 비교하면 비싸지 않은 수준이지만, 졸업유예생들은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 등록금과 수강 과목을 이수하는 시간에 대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졸업을 유보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게 되면 학생당 전임교원 비율이 낮아지고 결국 교육부의 대학 평가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는데다, 도서관·통학차량 등 학교 시설에서도 수용 한계를 넘어서는 만큼 졸업 유예를 장려할 수 없다고 강변한다. 전임교원 비율이란, 재학생 수 대비 교원 수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 활용하던 대학 스스로 이용자를 축소하는 데 힘을 쓸 수밖에 없는 셈이다.
 2015년 유기홍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은 "취업난 때문에 졸업유예를 택한 학생들에게 강제수강, 유예등록비를 받는 것은 대학의 횡포이므로, 교육비에 관련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으나,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졸업 유예에 관한 자격 기준이나 제재 등은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졸업유예자들의 급여가 비유예자에 비해 적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김보민 경북대 국제통상학부 교수와 조대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가 발표한 '졸업유예의 취업 및 임금효과 분석'을 보면, 졸업유예를 선택한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88%로 졸업유예를 경험하지 않은 대졸자들의 취업률보다 7% 높았다. 그러나 졸업유예생들의 임금 수준은 비유예생보다 약 31%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졸업유예자가 비유예자보다 더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학자금과 생활비 대출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었다.
 논문에는 "졸업유예 경험과 직업훈련 경험은 취업 확률을 높여주지만 초임수준을 높여주지는 못한다"며, "취업을 위해 추가적으로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인적자본 투자에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못한다"고 분석했다.
 
 피할 수 없는 졸업
 한편,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졸업 예정자 A 양은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격증 공부를 위해 졸업을 유예했지만, 공부와 졸업유예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느라 자격증 공부보다 아르바이트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며, "학교에 소속된 학생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취준생과 다를 게 없다. 졸업유예가 취업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졸업은 사회에 진출하고 스스로 소속될 곳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고등학생 졸업과 부담의 무게가 다르다. 더구나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취업난과 그에 따라 상향평준화 되는 취준생들의 학력 및 스펙은 사회에 대한 두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별한 경험이나 노력이 없으면 취업준비생들을 시간 낭비하는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비난하는 사회의 분위기 또한 학생들이 졸업유예를 선택하게 하는 데 적지 않은 압박이 됐다. 
 높아지는 취업의 문턱과 현실로 다가오는 경제적 문제, 주위의 시선 때문에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학생들은 학업을 보충하고, 학생으로 지낼 수 있는 기간을 늘리게 된다. 그러나 성장을 위한 투자에도 자본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써야만 하는 웃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와 병행하는 공부의 기간은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고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오히려 학자금과 생활비 대출을 받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젊은 나이의 신입사원을 선호하는 기업에게 '특별히 더 적합한' 학생이 아닌 이상 졸업유예자는 다른 졸업자들과 차별점을 갖지 못한다.
 취업을 위해 선택한 대학생들의 졸업 유예. 그러나 졸업을 미루는 것만으로 상황은 해결되지 않는다. 취업이 되지 않는다고 졸업을 유예하는 것은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대학에도 사회적 비용을 부담시킨다. 졸업유예를 줄일 수 있는 정부 당국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명선 기자 sjfkd1919@wku.ac.kr
  홍건호 기자 hong7366@wku.ac.kr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