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감독과의 인터뷰가 길어지면서 낯선 환경이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즉, 따뜻한 환경이 졸음을 유발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쫓아내기 무섭게 다시 달라붙는 모기처럼 수마(睡魔)를 떨쳐내고자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김 감독은 기자를 특별한 장소로 안내해줬다. 바로 웨이트 트레이닝장이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역동적인 공기가 흘렀다. 기자는 처음 <땀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코너를 준비하면서 시설물들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빙글빙글 도는 듯한 긴 복도를 따라가자 살짝 열린 문이 보였다. 문틈 사이로 경쾌한 음악소리가 흘러나왔고 이윽고 무거워 보이지만 의외로 가볍게 열리는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다양한 운동기구, 그리고 열심히 움직이는 선수들이 있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 康成)의 표현을 빌리자면, '체육관의 긴 복도를 지나니, 훈련장이었다.' 이런 느낌이랄까.
 개인적인 감상이야 어찌 됐든,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파란색 목걸이를 목에 걸고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있는 수상한(?) 사람이 들어온 것을 보았을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부분의 선수들은 시선도 돌리지 않고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무아지경(無我之境). 불현듯 떠오른 사자성어였으나, 이보다 적합한 사자성어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훈련 중인 선수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웨이트 트레이닝장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본격적인 인터뷰 준비가 끝나자, 훈련 중이던 선수들이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 그럼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인터뷰에 응해준 선수는 최학준(인터뷰 당시 체육교육과 3년) 선수였다.
 최학준 선수는 "우리대학 레슬링부가 타 대학보다 운동 여건이 좋은 것으로 알고 지원했다"고 말한다. 특히, "진로가 운동선수가 아니어도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다소 놀라웠다"고 말한다.
 누구나 최고를 꿈꾸고 들어온다. 그리고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학교다. 하지만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멀리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 "헤매는 자라고 해서 모두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라는 말처럼, 다른 방향으로도 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최학준 선수는 "선후배 간의 친근한 분위기가 레슬링부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강압적이지 않은 분위기 때문에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운동에 더욱 집중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친근한 분위기의 순기능이 돋보였다.
 다음으로 인터뷰에 응해준 선수는 문중식 주장(인터뷰 당시 체육교육과 4년)이었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시작했다는 레슬링은 그에게 약 4개월 만에 23kg 감량이라는 결과물을 안겨줬다고 한다. "물론 그만큼 노력도 했다"고 덧붙이는 모습에서 일말의 거짓(?)도 느껴지지 않았다. 문중식 선수는 1학년 때는 운동을 그만둘 생각을 할 만큼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해내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가 힘듦을 이겨내고, 또 극복해 낼 수 있는 힘을 줬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주장으로서 선수들이 열심히 운동을 할 수 있게 지켜봐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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