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제 밥 한번 먹자."
  일상 속에서 인사치레로 던지는 말. 내게도 밥 한번 먹자던 형이 있었다. 무심코 밥 한번 먹자는 말이 아니었다. 전제 조건이 붙어 있었다. 취업이 잘 풀리면 밥 한번 먹자는 것이었다. 아는 형은 4학년이었고, 졸업 준비와 취업 준비로 바쁜 날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형을 볼 때마다 밥을 사달라고 보챘지만, 형은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렇게 2월이 됐고, 나는 아직 형과 밥을 먹지 못했다. 그 형은 졸업을 앞뒀지만,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는 '원광대'를 졸업할 것이다. 자퇴나, 편입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원대생이다. 우리대학을 부정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대학을 입학한 이상 불가항력의 그것을 느낄 것이다. 최근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며 그 편차는 줄었고, '대학알리미'가 16년도에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방대 취업률이 수도권 대학 취업률을 앞지르기도 했다. 지방대가 수도권 대학보다 우세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조사 결과는 연봉이나 발령 지역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
  그 형 또한 문턱이 낮은 곳을 골라 취업 준비를 했다면, 나에게 맛있는 한 끼를 대접했을 것이다. 되도록 연봉을 많이 주는 곳으로, 되도록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되도록 사원 복지는 잘 갖춰진 곳으로. 아는 형은 다른 취업 준비생들과 비스름하게 목표를 잡았다. 그러나 결과는 밥 한번 먹지 못하는 상태였다.
'원광대' 학생으로서 빛을 보기 위해서는 기다릴 필요가 있다. 도약하기 위해 몸을 움츠리는 개구리처럼 우리는 때를 기다려야 한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바람이 불고, 비가 올지라도 온몸을 움츠린 채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기회를 포착하고 뛰어오른 개구리는 분명 어느 높은 둔덕에 올라가 있을 것이다.
  움츠리고 있는 모두가 밥 한번 먹었으면 한다.

오병현(문예창작학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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