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당신의 뒤를 노리고 있다 사진 : 정명선 기자

 최근 우리대학 신입생을 상대로 학교 교직원 혹은 조교를 사칭해 인터넷 강의 수강권 및 교재를 판매하는 업체가 적발됐다. 조교로 가장한 업체 직원은 많은 신입생이 모여 있는 수업 직전이나 수업 직후에 강의실에 들어와 공지할 것이 있다며 업체와의 계약을 종용하거나 우리대학 부속 기관이 인증한 업체라고 속여 계약을 권유했다. 이처럼 우리대학 관계자가 아닌 외부인이 학생을 대상으로 영리적 이익을 취하거나 포교 활동을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잡상인의 무대, 대학교
 대학과 학생회가 인증했다고 자신 있게 주장하는 업체는 사실 방문 판매를 하는 '대학 잡상인'에 불과했다. 학교의 허가를 받지 않고 단과대학에 침입해 상행위를 하는 잡상인들은 매년 비슷한 수법으로 신입생들을 속여 왔다. 이들의 수법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대학 방문 판매로 인한 피해 사례 및 대학 홈페이지에 게시된 주의 안내 게시글이 몇 페이지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도를 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학교와 학생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던 이들 잡상인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서비스를 과장해 소개하는가 하면, 환불을 요구하는 학생에게 환불 수수료를 지불하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사실상 환불이 가능한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한 것처럼 꾸며 학생에게 금전을 갈취하는 식이었다.
 잡상인들의 만행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전단지를 이용한 홍보 또한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다. 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전단지를 쥐어 주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길바닥에 줄줄이 전단지를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학기, 어학관에 거주했던 임 모 씨는 "기숙사 문 앞에 자석이 부착된 치킨집 메뉴판이 붙어 있을 때가 있다.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공간인데도 홍보물이 붙어있는 걸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학원 교습 등을 대학 강의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며, "더 많은 학생들이 속아서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우리대학 학생 59명을 대상으로 SNS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학로 혹은 대학 내에서 잡상인을 마주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무려 83.1%  (49명)에 달하는 학생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어, '잡상인을 마주쳤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질문에는 '무시한다'는 답변이 55.2%로 가장 높았으며, '핑계를 대고 부탁을 거절한다'는 답이 37.9%, 경찰을 부르거나 사과하고 지나치는 학생이 각 1.7%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설문에 참여한 50.8%의 학생들이 잡상인으로 인해 손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시간적 손해를 본 학생들이 51.4%로 가장 많았다. 돈과 개인정보, 시간 모두 손해를 봤다는 답변이 21.6%로 그 뒤를 이었으며, 돈과 개인정보에 관련된 손해를 봤다는 답변이 각 13.5%를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대학생활 중 잡상인을 몇 번이나 마주쳤느냐'는 물음에는 2~3번 마주쳤다는 답변이 47.4%, 1번 이하로 마주쳤다는 답변이 29.8%, 6번 이상 마주쳤다는 답변이 14%, 4~5번 마주쳤다는 답변이 8.8%의 비율을 차지했다. 설문자의 70% 이상이 대학 생활을 하면서 두 번 이상 잡상인을 마주친 셈이다.
 
 달콤한 말로 속삭이는 무허가 업체들
 앞서 사례에서 봤듯이, 우리대학 교직원 및 학과 조교로 사칭해 각 강의실을 돌아다니며 자격증 및 어학 관련 인터넷 강의를 할인된 가격으로 들을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거는 업체들이 학교 곳곳을 누비고 있다. 
 이러한 사탕발림에 넘어간 신입생들의 금전적인 피해 숫자가 늘어나고, 여러 단과대학에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어, 각 학생회에서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제49대 새로고침 총학생회는 "학생들에게 상행위를 하는 업체들과 제휴, 계약하지 않았으며, 학교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학생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신청하게 한다"며, "신입생들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전했다.
 학교와 학생회에서 주의를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적응력이나 소비경험이 부족한 신입생들을 상대로 한 업체들의 상술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만약 자신이 학교와 학생회에 허가받지 않은 업체들의 계약서에 서명을 하거나 돈을 지불했다면,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으며, 법적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계약은 취소 할 수 있다. 혹은 소비자상담센터(국번 없이 1372)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업체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고 나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학생들 스스로도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맹목적으로 그들의 의사를 수용하고 서명하기 전에 자신이 내리는 결정이 옳은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모르면 당한다. 대학 내 사이비 종교
 학교 내에서 교재를 팔고, 인터넷 강의 수강권 구매를 강요하는 잡상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대학로 또는 대학 캠퍼스를 걸어 다니다 보면 심리학을 공부한다며 잠시 시간을 내달라는 대학원생 또는 설문조사를 부탁하는 사람으로 둔갑한 종교인을 목격할 수 있다. 인상이 좋아 보인다거나 복이 많아 보이는 사람인 것 같다며 친근하게 말을 걸어와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곤 한다. 짐짓 곤란하다거나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 좋은 말이 있어 함께 나누고 싶다고 10분만 시간을 내달라는 강요 아닌 강요를 한다. 
 이런 사람들을 흔히 사이비 종교라고 칭하는데, 사이비 종교란 겉으로는 종교로 위장하고 있으나 종교의 기본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고, 비종교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단체나 집단을 가리킨다. 우리대학 내에서도 이러한 사람들을 종종 만나볼 수 있으며, 피해를 입은 학생들 또한 많다. 농식품융합대학에 재학 중인 정 모 씨는 "신입생 시절, 사이비 종교인 사람을 따라간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한 마음에 같이 가게 됐는데, 새벽 4시가 돼서야 돌아왔다"며, "잘 모르는 사람이 연락처를 요구하거나 같이 가자고 상냥하게 말한다면 사이비 종교인지 의심해 보는 것이 좋을 거 같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사이비 종교 문제는 대학 내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그 심각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사이비 종교를 주제로 한 드라마의 방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의 실체와 그들의 체계적인 접근방식,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세뇌 등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됐다. 뿐만 아니라 사이비 종교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고 금전적인 피해 및 육체적 손상을 입은 사람들의 거센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이비 종교로 인한 피해 방지 제도나 관련법이 마련돼 있지 않고, 학교에서도 이에 따른 적당한 조치가 없어 학생들에게 접근하는 외부 사람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에게 교재를 팔고, 구매를 강요하는 잡상인들과 설문조사를 목적으로 학생들을 붙잡는 사이비 종교인들에 대한 학교 측의 경계와 단속이 시급하다. 단지 경계와 단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학생들 스스로도 단호히 거절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출처 : 제49대 새로고침 총학생회
  
▲ 바닥에 지저분하게 널려 있는 전단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김하영 기자 hamadoung13@wku.ac.kr
  정명선 기자 sjfkd1919@wku.ac.kr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