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 조상은 동굴에 간단한 그림을 그려서 의사를 표현했고, 이후 한자가 들어오게 되면서 지명, 인명 등을 한자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앞으로 몇 주에 걸쳐서 선조들이 우리말을 표기하려 한 방식에 대해 훑어보고, 나아가 세종대왕의 우리말에 대한 인식까지 알아보려 한다. /편집자
 
 친구와 톡을 하다 보면 '한대(요)/한데(요)', '가재/가제', '예쁘대/예쁘데' 등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매우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므로 이 기회를 통해 제대로 익혀 둘 필요가 있겠다. 이들이 헷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1) 
   가. 다음 달에 단합대회를
      (한대요  한데요).
  나. 다음 주에 친선경기를
         (하재  하제).
   다. 빨리
        (오랬어요  오렜어요).
 
 'ㅐ'와 'ㅔ'의 발음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와 관련된 표기는 다 왜야 하는 부담이 있다. '(영덕) 대게', '대개(大槪)' 또한 외우고 있어야 제대로 적을 수 있다. 그나마 '한대요/한데요', '하재/하제' 등의 구분은 외우지 않아도 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한대요', '하재' 등의 본말을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한다(고) 해요', '하자(고) 해'에서 '해'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더 정확하게는 '해'의 'ㅐ'에 시선을 집중시켜야 한다. '해'에서의 'ㅐ'를 반영하여 '한대요', '하재'로 쓰면 된다. '오랬어요/오렜어요' 또한 그 본말 '오라(고) 했어요'를 통해 그 답을 쉽게 찾아낼 수 있겠다. '간데요', '한데요'로 쓰고 싶다면 그 본말도 '간다(고) 헤요', '한다(고) 헤요'라 해야 한다. 한국인이라면 '해요'를 '헤요'라고 쓰지는 않는다. '어쨌든' 또한 '어찌했든'을 생각하면 '어ㅤ쩻', '어쨋', '어쩻' 등으로 쓸 이유가 없겠다.
 이상에서 파악한 원리를 다음 문제에 적용해 보자. 
 
 (2)
   가. 삼촌이 그러는데 수지는 진짜
       (예쁘대요  예쁘데요).
 나. 내가 수지를 가까이서 봤는데         진짜 (예쁘대요  예쁘데요).
 
어려워 보이지만 조금만 집중한다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요'가 붙으나 안 붙으나 관계없다.
 첫 번째 예는 삼촌의 말을 옮기는 것이므로 '예쁘다(고) 해요'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앞서 살펴본 '해'에서의 'ㅐ'와 직접 관련이 된다. '대'에서의 'ㅐ'를 '해'에서의 'ㅐ'가 줄어든 것으로 판단하면 된다. 그렇다면 '예쁘데요'는 무슨 뜻인가? 이는 화자가 직접 경험한 것과 관련시켜서 '예쁘더군요'로 이해하면 된다. 여기에서는 '더'와 '데'를 대비시켜 이해할 수 있다. 바로 'ㅓ'가 공통적으로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간대요', '버린대요'는 '간데요', '버린데요'와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 없다. '간더군요', '버린더군요'와 같은 말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먹는데요', '우는데요', 역시 '먹는더군요', '우는더군요'와 같은 말이 성립되지 않기에 위에서 설명한 문법 사항과는 관계가 없다. '먹는데요', '잡는데요', '우는데요'는 '먹는다. 그런데요', '잡는다. 그런데요', '운다. 그런데요'의 뜻이다.
 다음이 무슨 뜻인지 알아보자.  
 전자에서는 "(삼촌이 벌써) 떠났더군요"
  (3)
   가. 삼촌이 벌써 떠났데요
   나. 삼촌이 벌써 떠났대요
 
라는 의미의 '떠났데요'가 확인된다. 후자의 '떠났대요'는 "삼촌이 벌써 떠났다고 해요"처럼 남의 말을 전달하는 방식의 하나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삼촌이 떠난 것을 목격한 사람이 전자는 화자일 테고 후자는 화자가 아닐 것이다.
 다음 몇 문제를 더 접해 보자. 
 (4가)는'둘이더군요'의준말이므로 '더'를 살려 '둘이데요'로 적으면 되고, (4나)는 '셋이라 해요'의 준말이므로 '해'를 살려 '셋이래요'로 적으면 된다.
 특히 (4가)에서 후자 '둘이대요'가 맞다
 (4)
  가. 그 사람은 아들만
   (둘이데요  둘이대요)
 나. 그 사람은 아들만
   (셋이레요  셋이래요)
 다. 친구가 말하길 이 폭포가
    한국에서 제일 (멋지데  멋지대)
 라. 그 폭포 오늘 내가 직접 봤어.
     "진짜 (멋지데  멋지대)"
 
고 한다면 그 본말은 '둘이다 해요'라고 해야 하니 문제가 있겠고, (4나)에서 전자 '셋이레요'가 맞다고 한다면 그 본말은 '셋이러군요'라고 해야 하니 문제가 있겠다. (4다)는 친구의 말을 전하는 것이므로 '멋지다고 해'의 '해'를 살려 '멋지대'라고 적어야 하며, (4라)는 직접 본 것에 대한 느낌이므로 '멋지더군'의 '더'를 살려 '멋지대'로 적어야 한다.
 이상을 이해한다면 굉장히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부하면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생각이 있다면 다음을 보도록 하자.  혹시 '왜 자꾸 연습만 하랴', '왜 이댜'라는 사투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하
  (5)
 가. 이 정도면 됐는데 왜 자꾸 연습만
    (하레  하래)
 나. 입춘이 지났는데 왜 이리
    (춥데  춥대)
 
랴'의 '랴', '춥댜'의 '댜'를 표준어에 대응시키면 '레', '데'보다는 'ㅏ'가 살아 있는 '래'와 '대'일 것이다. 이것이 앞의 것과 다른 것은 남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화자가 놀라거나 못마땅하게 여기는 '뜻'이 담겨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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