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식 교수(경영학부)

 한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는 산권 씨와 인석 씨는 입사동기이다. 산권 씨는 인간성이 좋기로 소문이 나 있고 인간관계가 원만하여 상사 및 동료들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인석 씨는 타인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인석 씨는 산권 씨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산권 씨는 적당한 기회에 자신의 고민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면 상대방은 나를 친밀한 사이로 여기게 된다고 말해 주었다. 이후 인석 씨는 상사 및 동료에게 자신의 고민이나 속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석 씨에 대한 이상한 소문과 더불어 경계하는 사람까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상대와의 관계가 가까워질 수 있다.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는 것을 자기개시(self disclosure)라고 한다. 사람들은 친해질수록 자기를 들어내게 되며, 고민하던 것을 털어놓으면 고민의 수준이 훨씬 줄어드는 것 같다. 심지어 잘 알지 못하는 데에도 자기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고민까지도 꺼내 놓는다.
인간은 왜 자기개시를 하려고 하는가? 첫째, 자신의 고민을 타인에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둘째, 자신의 견해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한 확신을 위해서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려 한다. 셋째,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거나 호의적인 인상을 위해서이다. 넷째, 서로의 공통점과 흥미를 발견함으로써 관계의 발전을 도모하려 한다. 그러나 자기개시에는 상호성이라는 원칙이 존재한다. 상대방이 나에게 노출을 시키면 나도 비슷한 수준으로 자기개방을 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잘 이루어져야 친해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원칙도 무엇을, 어디까지, 왜 개시하는가에 의해 차이가 있다.
<무엇을> : 본인에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정보 또는 극단적으로 편향된 자기개시는 좋아하지 않는다. 즉, 자랑만 하거나 반대로 부정적인 말만 하는 사람에 대한 매력은 감소된다.
<어디까지> : 상대와의 친밀함의 수준에 따른 자기개시가 중요하다. 초면에 개인적인 개시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반대로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속마음을 개시하지 않으면 서운하게 생각한다.
<왜> : 개시행동에 대한 해석에 의해 친밀감은 변화한다. "당신이니까 이러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라고 개시의 원인을 상대에게 귀속시키는 경우 개시자에 대한 호감도는 높아지게 된다.
산권 씨와 인석 씨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자신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지나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자기개시를 하는 사람보다는 상황과 관계에 따라 적절하게 말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자기개시는 상대방과 조심스럽게 속도를 맞출 경우에만 호감을 얻게 된다. 인석 씨의 실수는 공식적 역할에 비추어 너무 성급하고 깊은 수준의 자기노출을 했다는 것이다. 별로 친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적이고 친밀한 대화보다는 일반적인 공통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훨씬 더 호감을 줄 수 있다.
자기개시는 서로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만큼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이루어져야 한다. 너무 빠르고 지나치게 개인적인 영역에서 자신을 드러내게 되면 사람들은 불안감을 인식하고 경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상대방이 속마음을 털어 놓으면 자신도 이에 적합한 수준으로 개방하는 것이 보통이며, 그렇지 않으면 친밀한 관계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친밀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포레스트 검프도 있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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