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3월 5일은 중국 초대 총리이자 외교부장 저우언라이(周恩가 태어난 지 12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신중국 건국 70주년이 멀지 않은 2018년 그간 중국에는 많은 총리와 외교부장이 있었지만, 그의 이름과 영향력은 중국은 물론이며 전 세계에 그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에게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이즈음을 기념하여 중국에서는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그의 생애와 업적을 다룬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송하면서 이를 기념하고 있다.
 지난 3월 1일에는 중공 중앙이 '저우언라이 동지 탄생 120주년 기념 좌담회'를 개최했고,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사회에 시진핑  平) 총서기, 리잔수(栗  , 왕양(汪洋), 왕후닝(王 ), 자오러지( ), 한정正 등의 거물들이 참석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은 이 자리에서 저우언라이 총리의 헌신과 청렴함, 특히 그가 마오쩌둥의 지도적袖) 지위를 인정하고 적극 보좌했던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하여 그 배경과 의미에 국내외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저우언라이 전 총리가 중국과 중국 인민의 삶에, 그리고 전 세계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그는 1세대 핵심 지도자 중의 한 명이며 군인이자 혁명가로 마오쩌둥(毛澤東)을 보좌하여, 항일 전쟁과 중국 공산 혁명을 성공으로 이끄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인물이다. 그리고 건국 이후에도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의 참화를 최소화하는데 노력했으며, 중국의 4개 현대화(농업, 공업, 국방, 과학기술 분야)를 제시하여 덩샤오핑 개혁개방 정책에 기반을 만들었다.
 신중국의 초기 대외관계 분야 활약상은 더욱 대단하다. 초대 외교부장 신분으로 중소우호동맹조약, 반둥회의, 평화공존 5원칙, 중일 및 중미 수교, 파리회담 등의 신중국 초기의 굵직한 외교적 이슈에 그의 흔적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전 유엔 사무총장 다그 함마르셸드는 "그와 비교하면, 우리는 야만인이라 할 수 있다"며, 미국의 정치가 헨리 키신저는 "내가 만난 중에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던 두세 명 중 하나이다"라 평하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저우언라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정치, 외교적 자질과 능력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다만 문화대혁명 시기의 행적과 관련 보신주의자(保身主義者)이자 기회주의자라는 주홍글씨가 수십 년간 그를 따라다닌다. 실제로 저우언라이는 그와 함께 항일 전쟁과 공산 혁명에 참여하며 피를 나누었던 동지들이 문화대혁명과 권력투쟁의 참화에 쓰러져갈 때에도 변함없이 마오쩌둥 곁을 지키며 그를 따랐고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특히 류샤오치(少奇), 주더(朱德), 허룽등의 비판과 처분에 그가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를 적극적인 공범자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에 또한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지옥에 가겠는가(我不入地,入地’라는 저우언라이의 말을 인용하여 그가 자신을 지켜내지 못했다면 어떻게 더욱 많은 사람들을 보호하며 마오쩌둥 주석의 극단적인 결정과 조치들을 완화시킬 수 있었겠냐 반문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일반 사람들은 물론 중국의 전문가들도 저우언라이 총리에 대해서 그 평가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어떤 이에게는 둘도 없이 현명하고 헌신적인 총리지만, 다른 어떤 이에게는 불의와 동료의 고통에 눈감았던 총리로서 남아있다. 그러나 개인과 직분을 맡은 이로서 그 평가 기준은 같지 않다고 생각하며, 이는 또한 이해관계 당사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어느 중국 평론가 말처럼 어쨌든 그가 중국 공산당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만은 사실이다.
 미국의 전 대통령 닉슨은 '만약 마오쩌둥이 없었다면 중국 혁명의 불꽃은 타오르지 않았을 것이고, 만약 저우언라이가 없었다면 혁명의 불꽃에 중국은 아마도 재가 되어버렸을 것이다'라고 두 사람을 평가했다. 저우언라이의 역할과 그 의미를 매우 잘 드러낸 표현이라 생각한다. 중국인들은 이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생전에 서민적이던 모습에 그의 대중적 인기는 역대 그 어떤 일인자에 못지않다. 현 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감안하고 보아도 그 추모의 열기는 뜨겁다.

  임진희 (한중관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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