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자칭 '예언가'라는 사람이 일주일 뒤에 내가 죽는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무슨 불길한 소리냐며 버럭 화를 낼 수도 있고, 미친 사람이라며 무시하고 가던 길을 재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말한 다른 예언들이 하나둘 맞아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시애틀의 방송국에서 리포터로 활동하는 '레이니(안젤리나 졸리 분)'는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사람'이다. 재산, 애인, 외모 등 무엇 하나 부족함 없던 그녀는 영화 시작과 동시에 수술대에 올라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만일 죽음을 예견했더라면… 나라는 사람이 과연 변했을까? 아님 구차하게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까?"라고 독백한다. 잘 나가던 그녀에게 생긴 특별하고도 끔찍했던 일. 영화 <어느 날 그녀에게 생긴 일>이다.
 어린 시절, 그녀는 지금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자신이 짝사랑하던 남자가 외적으로 더 빛나는 여자에게 끌리는 것을 본 레이니, 그녀에게 외적 요소는 너무나도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 어느덧 현재에 이르고, 그녀는 갖은 노력 끝에 외모와 몸매, 직장과 애인을 얻었다. 오늘도 그녀의 아침은 풀 냄새나는 식사와 헬스클럽에서의 유산소운동으로 시작됐다. 그런 그녀의 능력과 노력을 알아본 건지, 그녀의 상사는 '미국의 아침'이라는 전국 방송에 그녀를 추천하기로 마음먹는다. 단, 능력 있지만 그녀와는 늘 으르렁대는 카메라맨 '피트(에드워드 번즈 분)'와 함께 일하는 조건이다.
 티격태격하던 둘은 촬영 중에 행색이 비루한 남자를 만난다. 자신을 '예언가 잭'이라고 소개한 이 남자는 레이니에게 "당신, 다음 주 목요일에 죽어"라고 말한다. 기분 나쁘게 생각한 그녀는 곧 자리를 떠나지만, 예언가가 남긴 다른 예언들이 하나둘씩 적중해가며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그녀는 약혼자인 남자친구에게 "일주일 후에 내가 죽는다면 어떻게 할래?"라고 물으며 그에게 의지해보지만, 그는 시답잖은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듯, "잠 설치며 농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의지하려 했던 가족도, 애인도 힘이 돼주지 않자, 그녀는 다시 예언가를 찾아간다. 그가 틀리기를 바라며, 다른 예언을 해 달라고 요청한다. 설마 했던 설마는 현실로 나타났다. 그녀는 자신이 곧 죽게 될 거라고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피트를 찾아간 그녀는 "일주일 뒤에 죽는다니까, 완벽하게만 보이던 내 인생이 갑자기 느글느글한 도넛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한다. 레이니의 이야기를 들은 피트는 그녀에게 "일주일 남았다면 매 순간을 아낄 거야. 소중한 사람을 만나 얼굴을 되새기고, 평소에 망설이다 못 한 얘기도 전부 고백할 거야"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조언을 듣고 그녀는 가족을 찾아간다. 언니와의 이야기를 나눈 그녀는, 지금껏 중요시해왔던 외적 가치보다는 내적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일주일 만에 집에 찾아온 남자친구와 이야기를 나눠보지만, 그녀는 그에게서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없었고, 그저 술잔을 홀로 기울였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버스 파업 현장에 리포터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늘 입던 화려한 옷이 아닌 야구점퍼를 걸치고 화장조차 하지 않고 나타나, 운전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버스 파업 대표 '밥'과 인터뷰한다. 그에게 그녀는 이 상황에 딱 맞는 노래 같다며, 롤링 스톤즈의 'Satisfaction'을 부르기 시작한다. 이윽고 파업을 위해 모인 사람들도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시위를 마주하던 경찰과 방송국 직원까지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한다.
 흑역사를 제대로 하나 만든 레이니는 술에서 깨고 후회한다. "내 인생은 종쳤다"고 말하는 레이니에게 피트는 인생의 의미를 묻고, 레이니는 직장과 경력, 결혼 등을 나열한다. 그런 그녀에게 "백수에 애인이 없으면 인생도 끝이냐"며 반박한다.
 "살다 보면 일보다 중요한 게 많다"고 말한 피트는 레이니에게 이혼한 아내의 아들 '토미'를 소개해준다. 이윽고 셋은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녀에게 이 일은 내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단적으로 "오늘은 예언가에 집착 안 하네?"라고 묻는 피트에게, "당신 덕에 까먹고 있었어요"라고 답하는 레이니의 모습은 앞서 예언가를 찾아다니며 불안해하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다시 방송국으로 돌아온 레이니를 기다리는 건, 성대한 환영이었다. 그녀의 파격적인 모습이 전국으로 방송되면서, 뜻밖의 호기가 됐다. 이 기회로 그녀는 전국 방송 '미국의 아침'에 출현할 기회를 얻게 된다. 뉴욕으로 떠난 그녀, 그녀를 쫓아가는 피트, 마침내 다가온 일주일의 마지막 날 목요일.
 레이니는 정해진 대본에만 대답한다는 "데보라"와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다. 이미 정해진 대본이 있었지만, 레이니는 데보라에게 "당신이 수상하는 상에 일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만 한 가치가 있었는지"를 묻는다. 데보라는 젊은 나이에 사랑을 했고, 일 때문에 그와 이별하게 됐다. 어쩌면 데보라는 '외적 요소'에만 매달린 레이니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또 한 번의 파격적인 인터뷰 이후, 방송국을 떠나려던 레이니에게 뉴욕 방송국에서 계약하자는 제안이 들어온다.
 자신이 목표로 삼았던 좋은 직장과 여러 요소 등이 눈앞에 있었지만, 그녀는 제안을 거절했다. 방송국 문 밖으로 나온 레이니의 얼굴은 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리고 거리로 나온 레이니는 거리에서 벌어진 싸움에서 의도치 않게 날아온 총알에 맞고 병원에 실려 가고, 이 장면은 처음의 장면과 이어지게 된다. 그녀는 과연 예언자의 말과 다르게 일주일을 넘길 수 있을까?
 <어느 날 그녀에게 생긴 일>은 내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할 실마리를 제시해 준다. 외적 가치가 중요하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다. 외적 가치보다 내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도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생각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내 인생의 온도가 따뜻한지, 덜 따뜻한지를 가늠할 척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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