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윤경 교수(영어교육과)

 학생들에게 영어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TOEIC 공부를 하고 있다고 대답하곤 한다. 'TOEIC 공부'는 언젠가부터 영어 공부를 대신하는 말처럼 되어버렸다. TOEIC 성적이 실제로 취직 시험이나 승진 시험 등을 대신하거나 그와 비슷한 유형들이 각종 평가에 활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TOEIC이나 TOEFL에서 고득점을 얻는 것과 실제로 영어를 잘 구사하는 능력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에 들어와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결심한 학생들 중에는 단순한 문장도 알아듣지 못하고 문장 하나를 정확하게 만들어내는 것도 어려워하면서, 무턱대고 회화학원에 등록하거나 해외 어학연수를 떠나고자 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해외로 어학연수를 떠나면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영어 원어민과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영어실력이 저절로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있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영어의 기초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어학 연수를 가게 되면 투자한 많은 시간과 비용에 비해 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어느 정도 기초를 닦은 학습자라야 회화학원이든 어학연수를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왜냐하면 듣기(listening), 말하기(speaking), 읽기(reading), 쓰기(writing)와 전문적인 피드백을 통해서 자신의 실력을 보강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영어 레벨이 향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잘 구사하기위해 문법을 익히고, 자주 쓰이는 영어 패턴을 익히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영어 지식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용 지식을 쌓는 것이다. 영어 화자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다고 할 때, 아무리 영어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상대방이 꺼낸 주제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면 한마디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어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그 주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면 비록 더듬거리며 말 할지라도 수준있고 깊은 대화를 계속 이끌어 나갈 수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과 같은 맥락인데, 한국의 언어학자인 구학관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우리 나라가 진정으로 글로벌 시대에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첨단 과학 기술을 갖춘 선진국 대열에 서기 위해서는, '조기영어교육'이 아니라 '조기과학교육'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진정한 국제 경쟁력은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기술,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글로벌 시민으로서 세계의 다양한 자료와 정보를 읽고 소통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도구가 영어인 것이다.
 TOEIC 책이나 영어학습 교재등을 펼쳐놓고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기위한 '공부'를 하는 방식을 나는 권장하지 않는다. 영어 자체가 공부의 대상이 되면 흥미나 동기부여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영어실력을 제대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영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영어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어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서는 원서읽기를 권하고 싶다.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나 주제의 책을 골라서 읽을 것을 권한다. 주제가 무엇이든간에, 스마트폰, 인터넷 강좌, TV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서 영어에 노출되는 것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는 방법이다. 영어책을 고를 때는 수준에 맞는 쉬운 텍스트를 선택해 읽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100 단어 중 모르는 단어가 5개 미만이 나오는 정도라면 수준에 맞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이나 신문을 통해 접한 새로운 표현이나 예문은 메모장에 적어두고, 읽은 내용을 다시 말해 보거나(retelling) 써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다양한 정보를 접함으로써 세상 지식을 쌓고있다는 마음으로 영어를 하나의 도구로써 이용할 때, 영어 학습의 효과는 훨씬 커질 것이다. 다시 말해, 영어를 접하는 것이 '공부'가 아닌 '생활'이 되었을 때, 여러분은 자신의 영어 레벨이 예전보다 향상되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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