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가장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TV 동물농장>이었다. 당시 프로그램을 통해 말티즈나 시추를 많이 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말티즈와 시추는 잘 보이지 않게 됐다. 대신 요즘은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각종 SNS에서 포메라니안과 웰시코기, 시바견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개의 입양 품종에도 유행이 존재할까. 실제로 시대별로 유행하는 견종이 있다고 한다. 한국애견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는 말티즈와 시추를 많이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에는 사모예드와 진돗개, 2012년에는 포메라니안과 비숑 프리제, 시바견, 2017년에는 장모 치와와, 웰시코기라고 한다.
  한편, 특정 견종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곤 했다. <1박 2일>의 상근이가 유명세를 타자 큰 개를 키우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고, <삼시세끼>의 산체의 등장으로 장모 치와와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고 유행하는 품종의 개를 입양하는 게 100%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한때 인기 있던 견종의 유행이 지나면, 대부분 버려지거나 파양을 당한다는 것이다. 특정 견종이 화제가 되면 곧바로 시장에 대량 공급된다. 시간이 흐른 뒤 다음 휴가철이 되면, 그 개들은 유기견 보호소에 유독 많이 나타난다. 이렇게 유행에 휩쓸려 입양한 개들은 쉽게 버려지거나 유기견 센터로 보내진다. 물론 최근 유행하는 비숑 프리제나 시바견을 입양해서 가족처럼 키우는 견주들이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을 키울 때 고려해야 하는 필수 조건들이 있다. 유행하는 품종보다 어떠한 경우가 생기더라도 평생 책임질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입양하고 싶은 견종의 성격과 특성까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시바견의 경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털이 많이 빠져서 파양을 당하기도 한다. 옥션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펫팸족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려동물 양육비용' 설문조사에 따르면, 펫팸족은 반려동물 양육비용으로 월 평균 13만 3천 원 정도 지출한다고 답했다. 또한, 설문에 참여한 펫팸족 2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경제적 부담을 느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육비용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필수적인 조건 중 하나이다. 하지만 유행에 따라 충동적으로 입양한 사람들은 이 사실들을 쉽게 간과하곤 한다.
  동물복지의 선진국으로 불리는 독일의 경우 반려동물의 상업적 판매가 법으로써 금지돼 있다. 유기동물 입양을 우선 원칙으로 하며, 온 가족이 이에 대한 교육과 실습을 받은 후에야 입양이 허락된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독일은 유기동물 입양률이 90%에 이른다. 또한, 매해 주민세를 납부하듯이 반려견에 대한 견두세를 지자체에 납부해야 한다. 독일의 반려견은 버스와 지하철, 식당 등의 공공장소를 당당히 이용하는 사회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사람과 같이 생활하는 동물을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르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애완동물'이라고 불렀다. 요즘에는 동물이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친밀감을 주는 친구, 가족 같은 존재라는 뜻에서 주로 '반려동물'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직도 반려동물의 의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느낄만한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 것 같다. 만약 반려견 동물 입양을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보호자가 교육된 다음 반려동물에게 교육해야 한다. 교육을 먼저 받고 입양을 선택한다면, 버려지는 개도 줄어들 거라 생각한다. 준비된 반려인의 첫걸음은 개와 함께 평생 잘 사는 방법을 공부하는 게 아닐까. 반려견은 가족이자 친구이며, 언제나 곁에 함께하는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문승리 기자 anstmdfl9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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