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신문>에서는 커피 끊기(조현범 기자), 정리정돈 하며 살기(홍건호 기자), 가계부 작성하기(임지환 수습기자) 등을 주제로 4일간의 체험기를 게재한다. /편집자 

 

 

효과는 이용해야 한다

 사람은 커피를 왜 마실까? 누군가는 잠을 쫓기 위해 마시고, 누군가는 맛과 향을 즐긴다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가족이나 친구와의 대화 수단으로써 마시고 있다고 한다. 내게 있어 커피란, '모두 다'다. 바리스타 자격증도 없고, 아메리카노에는 시럽을 꼭 넣으며, 에스프레소를 비타민 드링크처럼 마시긴 하지만 나름대로 커피를 좋아하고, 즐겨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기호식품'으로서의 커피가 아닌, '각성제'로서의 커피가 돼버렸다.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자면, 시험기간에 불티나게 팔리며 없어서 못 판다는 '스○피 커피우유'가 있다. 이 제품은 타사 캔 커피 대비 2배에서 3배가 넘는 고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또한, "한 번 마시면 다른 커피로는 효과도 못 본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제품이다. 과연 이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 중에서 몇 명이나 '맛과 향'을 '효과'보다 우선해서 찾을지 궁금해지는 일이다.
  시험기간이 되면 찾아오는 피로와 불안감에 있어, 커피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개강하고 나서부터 꾸준히 '복용'해온 커피기에 시험기간에는 양을 늘려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다. 얼마 전 읽은 '카페인 과다 복용' 기사에 따르면, 불면증, 편두통, 혈압 상승 및 불안 증세 등의 부작용을 보인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최근 내가 겪고 있는 증상과 많이 흡사했기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당분간 커피 복용을 줄여보기로 마음먹었다.
  첫날인 일요일부터 밀린 과제와 인터넷 강의가 커피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마시고 입만 닫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짓으로 글을 쓰고 싶지 않았기에, 잦은 세수와 기지개로 겨우 졸음을 달랬다. 졸음은 어떻게 막을 수 있었지만, 집중력만큼은 방법이 없었다. 결국 일요일을 3시간 남겨두고 모든 과제를 마칠 수 있었다.
  누군가는 간절히 바랐겠지만, 결국 바라지 않았던 월요일이 왔다. 사라진 주말에 대한 보상심리로 밤새 스마트폰을 만진 대가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든 피로감이었다. 커피가 필요했다. 강의를 들으면서도 계속해서 몸은 커피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꼈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커피가 아니라 카페인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스스로 중독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때쯤, 화요일이 찾아왔다. '졸면 어쩌지', '수업을 놓치면 어쩌지' 등의 걱정이 끝없이 이어졌다. 빈틈없이 가득 찬 시간표를 보며, 이렇게 시간표를 짠 장본인을 원망했다. 커피의 빈자리를 실감했지만, 카페인에 의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기에 잠을 깰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됐다. 졸음이 올 때마다 뒤에 나가서 수업을 듣는다던가, 세수를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마지막 날, 마지막 강의를 앞두고까지 졸지 않은 내게 스스로 칭찬을 해줬다. '카페인이 없어도 졸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위기는 평화 속에서 찾아온다 했던가, 수요일 마지막 수업인 '글로벌 인문학' 강의에서 결국 졸고 말았다. 양손은 손톱자국과 꼬집은 흔적 등 졸지 않기 위한 처절한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빨개진 피부를 보고서야 '지금껏 내 몸을 너무 혹사시켜온 건 아닌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카페인은 피로를 회복시켜 주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 뿐이다. 나는 내일의 컨디션을 오늘로 끌어쓰고, 내일은 모레의 컨디션으로 돌려 막기를 하고 있던 것에 불과했다. 고작 4일이었지만 커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초심을 잃었다. 처음 커피를 맛과 향으로 마셨던 때가 떠올랐다. '효과'로서의 커피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주(主)는 내가 돼야 하고, 객(客)은 커피가 돼야 한다. 우리는 효과를 '이용'해야 하지, 효과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이다. 커피 또한 이 사자성어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청소 및 정리정돈하기

 "부자의 책상과 빈자의 책상을 보라. 부자의 책상엔 절대로 너저분한 서류더미가 없다."
허드렛일로 간신히 하루를 버텨가며 최선의 노력을 다해 연간 매출이 3천 만 달러인 인력개발회사를 만든 캐나다의 컨설턴트이자 브라이언 트레이시 인터내셔널 회장인 브라이언 트레이시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3일간 청소와 정리정돈을 하기로 다짐을 했다. 동시에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명언이 떠올랐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청소를 어머니에게 의존했는지 지금까지도 혼자서 청소를 잘 안 한다. 이번 기획을 계기로 혼자 청소를 해보며 깨끗이 생활해보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 책상은 나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니까.

1일차- 적이었던 청소, 나를 일깨워주다.
  난 어릴 때부터 청소와 정리정돈을 잘 안 했다. 어머니에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무시했었던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내 명치를 쓰라리게 쳤다. 어떤 이유에서냐고? 기숙사 책상에서 갑 티슈의 휴지를 뽑아 쓰다 무심코 전날 마시다 남긴 캔 음료를 쓰러트렸다. 내용물은 책상다리를 줄줄 타며 바닥까지 흘러갔다. 화를 참아가면서 묵묵히 내용물을 닦으며 책상 정리도 했다. 하는 도중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3일간 청소 및 정리정돈하자고 다짐한 것을. 캔 음료를 흘려 청소와 정리정돈을 한 것 이전에 스스로 청소와 정리정돈을 한 게 언제일까. 기억도 안 난다. 이 일을 계기로 주변 정리를 잘 하자고 반성했고 청소를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 내 스스로가 증명했기 때문에 나를 확실히 일깨워준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2일차- 점점 재밌어지는 청소와 정리정돈
  전날 큰 실수를 해서 그런지 쓰레기에 예민했다. 쓰다 만 종이를 꾸겨 책상에 방치한 과거와 달리 이젠 무의식적으로 손이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독자는 비웃을 수도 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했던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1교시 수업을 듣고 3교시 수업이 있었던 둘째 날, 3교시 수업을 듣기 전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동아리방으로 향했다. 그전의 나였으면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그대로 방치했겠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아침에 했던 작은 실천을 기세로 동아리 방을 깨끗이 청소했다. 그런데 기분이 묘했다. 처음으로 청소가 재밌다는 것을 느꼈다.
  여세를 몰아, 신문사에 도착하자마자 너저분한 신문들을 분류하며 정리정돈을 했다. 정리정돈을 하며 생각해보니 남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느낌이 들어 점점 재밌어졌던 것 같다. 깨끗이 청소를 한 자신이 장하다고 생각했다. 청소와 정리정돈은 적이 아닌 친구라고 생각하게 된 날이었다.

3일차- "결벽증이야?"라고 들을 만큼 청소와 정리정돈 사랑
  청소와 정리정돈을 실천한 지 3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젠 몸이 먼저 반응한다. 캠퍼스 내에 쓰레기가 보이면 근처 쓰레기통에 버리고 자리 주위도 청소했다. 몇몇 친구들은 결벽증 아니냐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기분은 상하지 않았다. 이런 결과가 3일간의 노력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동안 어릴 때 내 자리를 청소해주시던 어머니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 학교를 청소해주시는 청소 아주머니들에게도 감사와 경의를 품게 됐다. 귀찮더라도 이런 작은 실천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약속했던 3일간의 실천이 끝났다고 해서 나는 여기서 멈추질 않을 것이다. 지속적인 청소와 정리정돈을 하며 생활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홍건호 기자 hong7366@wku.ac.kr

 

 

 

모든 지출 내역 적기

 오늘도 점심을 사 먹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이제와서 보니 현금은 몇 장 없고, 카드에서 남은 잔액이 주마등 마냥 눈에 보이는 것 같다. 딱 봐도 여윳돈이 없다. 김밥 하나를 구매하려 해도 100원 단위로 비교해가며 신중히 구매한다. 그럴 때마다 '왜 매번 돈이 부족할까. 안 되겠다. 이제는 아껴 써야 해. 참아야 해!'라며 스스로 다짐했다. 매번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다.
  막연하게 생각만 하던 다짐을 실현할 기회가 왔다. 지난달 26일 회의에서 기획 기사를 맡게 됐는데, 절약을 주제로 기사를 내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만약 내가 얼마나 돈을 썼는지 알 수 있다면, 다음날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생각을 바탕으로 '하루 동안 소비하는 내역을 적어 날마다 비교하기'를 주제로 정했다. 이 기획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총 4일간 진행됐으며,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수입은 생략하고 지출 위주로 구성했다.
  첫째 날은 우선 내가 얼마나 소비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평소대로 돈을 썼다. 주말 동안 본가에 들려 여자 친구와 시간을 보냈으며, 그후 자취방으로 돌아올 때까지 사용했던 모든 소비 금액을 메모했다. 10원 단위까지 모두 기록하였고, 총 6만 7천 원이 소비됐다. 현재 대학생인 신분치고는 많이 썼다고 느꼈고, 다음날 소비를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절약을 위한 확실한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기획을 진행했다. 배가 고프면 군것질을 하게 될테니 아침밥을 먹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시작은 좋았다. 절약에 성공할 것만 같은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기대감은 걱정으로 변했다. 나는 수업에 필요한 자료와 준비물을 구매했고, 후불 교통카드의 금액이 출금된 것을 확인했다. 총 2만 3천 600원이 소비됐다. 첫째 날에 비해 소비가 많이 줄어들어 안심했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소비가 발생하여 당황스러웠다. 둘째 날 소비 내역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무조건 아끼는 것보단 '계획을 세워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자'는 생각을 가졌다.
  셋째 날은 평소보다 10분 일찍 일어나 계획을 세웠다. 셋째 날 일정을 예상하여 하루 동안 소비할 수 있는 금액을 정했다. 그 정한 금액 안에서 최대 만족을 얻기 위해, 소비할 때마다 고민하기로 결심했다. 계획은 원하는 대로 진행됐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품까지 구매를 했지만 총 1만 5천 300원이 지출됐다. 심지어 아침에 정해 놓은 소비 금액에서 4천 700원이나 남았다.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느껴 뿌듯했고, 무엇보다 충동적 구매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했다.
  마지막 날. 어색하기만 했던 것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옮겨졌다. '하루 동안 사용할 지출 금액 정하기'를 시작으로 소비할 때마다 최대 만족을 내기 위해 고민하고, 마지막으로 전날 총 소비량과 비교해 보는 것까지 나만의 소비 행동 패턴이 만들어졌다. 마지막 날 금액은 총 4천 300원으로 첫째 날보다 약 15배 이상 절약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기획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무조건 아껴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기획을 통해,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닌 꼭 필요한 곳에만 써서 아끼는 것'이 절약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지출할 때마다 시간, 금액, 이유 등 사소한 것들까지 기억하기 위해 적기 시작했고, 그 결과 메모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본질적인 목표 '소비 줄이기'를 달성할 수 있어서 유익한 기획이 됐다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 동안 돈을 얼마나 썼어?"라는 질문에 정확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몇 명이나 될까. 하루 동안 사용한 금액을 정확하게 수치화로 나타내라니. 시험 문제만큼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 어려운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다.

임지환 수습기자 vaqreg@wku.ac.kr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