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괴롭히던 추위가 가고 따뜻함이 다가왔다.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다. 교내에 있는 나무들은 꽃을 피우고, 우리들은 두꺼운 옷에서 얇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봄이 왔다'고 하면 어떤 단어가 먼저 생각날까. 기업은 기다렸단 듯이 벚꽃의 이미지를 더한 상품들을 내놓고, 사람들이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아마 '벚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벚꽃 개화 시기는 평균 약 2주 정도로 길진 않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전국에서 축제가 열리고, 사람들은 집 앞 가까운 곳부터 멀리 있는 곳까지 벚꽃을 찾아 떠난다. 겨울에는 찾아 볼 수 없는 벚꽃만의 모양과 색깔이 시선을 사로잡고, 따뜻한 날씨까지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그 분위기를 즐긴다.
 그렇다면 우리는 '벚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저 '예쁜 꽃'라는 생각으로만 벚꽃을 봐왔을 수도 있다. 단순히 바라보는 것만으로 벚꽃을 즐겨 왔다면, 올해는 다른 시각과 체험들로 즐겨보는 건 어떨까. 이번 호에서는 벚꽃에 대한 역사와 유래, 이색 체험 문화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의 꽃, 일본 국화로 우리에게 알려진 벚꽃,

우리 제주도 왕벚나무와같은 DNA로 밝혀져

일제강점기 시절 자료, 벚꽃 원산지는 '한국'

 

 벚꽃, 어디까지 알고 있니
 벚꽃은 언제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됐을까. 우리나라에 벚꽃이 이렇게 많아진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다. 이전에도 벚꽃이 있었지만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 일본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벚나무를 곳곳에 심은 것이 그 유래가 됐다. 창경궁에 심어진 것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이후 즐기게 된 벚꽃놀이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이 때문일까, 지금도 반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일본의 잔재가 남아있는 벚꽃을 없애야 한다', '벚꽃놀이를 금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2014년 2월 한 60대 노인이 서울 여의도에서 전기톱으로 벚나무 여섯 그루를 베어내 불구속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일본의 국화인 벚꽃을 배경으로 축제를 여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벚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무궁화를 심으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의 국화로 알고 있었던 벚꽃에 대해 알지 못한 사실이 있다. 벚꽃은 일본의 국화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일본의 국화는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 즉, 벚꽃은 일본의 국화가 아니다. 일본 관광명소에 있는 유명한 꽃일 뿐이다.
 또한, 벚꽃의 원산지가 제주도 한라산에서 식재되고 있는 왕벚나무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있다. 2005년 산림청이 일본 벚나무의 DNA를 추적한 결과 제주 왕벚나무와 같은 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일본이 기록한 일제강점기 시절 기록에 따르면, 벚꽃 원산지를 '제주도'라고 명기한 것이 밝혀지는 등 여러 근거가 뒷받침되고 있다. 이로 인해 벚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더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제 벚꽃놀이 문화는 전국적인 축제로서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저 예쁘게 생긴 일본의 꽃이 아닌,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꽃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벚꽃을 보면 좀 더 예쁘게 보이진 않을까.


 화려한 벚꽃의 변신
 벚꽃은 이제 단순한 꽃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됐다. 한일 양국의 열광적인 인기에 힘입어, 사람들이 벚꽃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따스한 봄햇살 아래서 활짝 핀 벚꽃을 만끽하는 축제인 벚꽃 축제는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석촌호수 벚꽃 축제·경포벚꽃 축제·제주왕벚꽃 축제·영등포여의도봄꽃축제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벚꽃 축제는 대개 벚꽃의 개화 시기인 4월 초부터 시작되는데, 봄기운에 이끌려 만발한 벚꽃을 보려는 인파로 해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석촌호수 벚꽃 축제에 참여한 관광객은 10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100만 명 이상이 몰리는 축제가 전국에 몇 안 되는 것을 보면, 벚꽃 축제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벚꽃 축제는 한국,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열리고 있다. 바로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내셔널 체리 블러썸 페스티벌(National Cherry Blossom Festival)인데, 이 축제는 미국 동부 최대 규모의 축제로, 매년 개최되는 연중 행사다. 1912년 일본에서 기증한 벚나무 3천 그루를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고 하는데, 벚꽃에 대한 관심이 서구권에까지 퍼져있는 것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또한, 이제 우리는 벚꽃을 축제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그 이유는 최근 벚꽃을 활용한 상품들이 물밀 듯 출시되고 있기 때문인데, 그 종류는 라면, 과자, 맥주 등 음식뿐만 아니라 화장품 등에 걸쳐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대부분 봄철에만 출시되는 한정판 상품으로, 한정판 마케팅을 적절히 이용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벚꽃 상품은 대개 완판 기록을 세울 만큼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때문에 봄철이 되면 각 업체마다 벚꽃 상품으로 치열한 마케팅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벚꽃 축제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년 반복되기만 할 뿐이고, 벚꽃 상품은 한정판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과소비를 부추기는 지나친 상술이라는 지적이다.
 이종무 씨(문예창작학과 3년)는 "벚꽃 축제는 지역의 입장에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고,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아름다운 벚꽃을 만끽할 수 있어 확실히 좋은 축제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벚꽃 축제는 매년 똑같은 식으로 반복되기만 하는 문제점이 있다. 벚꽃 축제에서 새롭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면, 지금까지보다 더욱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은 우리네 삶과 무척 닮아있다는 말이 있다. 확실히 그렇다. 꽃은 어느 순간 확 피어나 벌과 사람의 눈길을 끌고는, 천천히 메말라 쓸쓸히 져버리고 만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사람과 꽃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꽃을 좋아하는 것이다.
벚꽃의 꽃말이 '삶의 덧없음과 아름다움'인 것처럼, 꽃과 사람은 어찌 보면 한없이 덧없는 존재일지도 모르지만, 덧없기에 아름다울 수 있는 게 아닐까.
 올 봄의 벚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져버리겠지만, 내년 봄에 벚꽃은 또 다시 피어날 것이다. 벚꽃이 내년에는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피어났으면 한다.

 김정환 기자 woohyeon17@wku.ac.kr
임지환 수습기자 vaqreg@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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