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브로드웨이, 연극의 메카라 불리는 대학로(혜화동)가 본연의 색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작년 공연 기간 약 20년, 누적 관객 200만 명 돌파, 평균 객석 점유율 98%를 기록했던 연극 <라이어>의 판권을 뮤지컬 제작사에 빼앗기게 됨에 따라 대학로의 위기는 최고조에 이르게 됐다. 이는 대학로가 문화 지구로 지정됨에 따라, 대기업들이 이곳에 진입하면서 상업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임대료 상승으로 공연예술인들이 대학로 밖으로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현상이 일어났고, 현 대학로는 한국 공연예술을 대표하는 장소와는 거리가 먼 상태에 이르게 됐다.
게다가 국내 공연시장의 규모, 공연시설 및 단체의 운영 현황과 실적 역시 급격히 낙후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 공연예술실태조사(2016년 기준)' 결과 발표에 따르면, 국내 공연시장 규모(공연시설과 단체의 연간 매출액을 합한 금액)는 2016년 기준 7천 480억 원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15년 7천 815억 원에 비하면 4.3% 감소된 수치로, 이는 경제적 불황과 공연문화의 활발한 순환을 방해하는 정치 및 사회적 상황이 공연시장에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갈증은 우리도 있다!
 이런 공연예술시장의 암흑기는 우리 지역에서도 느낄 수 있다. 우리 지역은 먼저 젠트리피케이션 혹은 경제적 불황으로 인한 공연시장의 감소를 운운하기 전에, '공연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 부족'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손꼽을 수 있다.
 평소 공연 관람을 즐겨왔다는 박혜림 씨(행정언론학부 4년)는 "한 달에 두세 번 연극을 관람하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전주 등 타 지역에 비해 익산에서는 공연을 볼 수 있는 시설이 많지 않고, 주변에 소극장 아르케가 있긴 하나, 이런 시설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박 씨는 "그나마 우리대학 프라임사업단의 사업을 통해 서울에서 연극, 뮤지컬, 전시회 등 공연을 접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익산이 공연시설 부족과 같은 지역적 한계를 보완한다면, 타 지역이 아닌 익산에서도 다양한 공연문화를 접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이처럼 여가생활 혹은 연구 목적으로 공연을 접하기 위해 지역을 둘러보다 접할 기회조차 적어 실망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공연인들의 생각은?
 경찰행정학과 뮤지컬 동아리 '커튼콜' 회장 윤희범 씨(경찰행정학과 4년)는 작년 10개월 동안 우리 지역을 무대 삼아 활발한 공연을 펼친 경험이 있다. '커튼콜'은 우리대학 융합교양대학(당시 교양교육대학)에서 진행하는 동아리 활성화 사업의 일환인 '어깨동무 지원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프로젝트 동아리로, 이들은 뮤지컬 관람, 관련 작품 분석, 멘토와의 만남, 그리고 연기연습, 발성연습, 전문 안무가 초빙 등을 거쳐 무대를 준비했다. 결과적으로 <루나틱>이란 작품으로 사업 결과 발표회에서 1회, 소극장 '아르케'에서 1회, 총 2회의 공연을 끝으로 '커튼콜'은 활동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준비과정 속 공연환경의 열악, 사업단의 지원을 받았지만 연습장소 대여, 소품, 음향장비, 무대 대관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윤 씨는 "우리대학 대학로에서 뮤지컬 버스킹을 준비했었지만, 음향과 같은 시설이 충족되지 않아 실행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윤 씨는 '공연인의 입장으로서 익산은 공연을 펼치기에 적합한 장소인가?'에 대한 질문에 "익산에는 예술의 전당과 소극장 아르케 등의 공연시설이 있다.  하지만 예술의 전당은 대학생 규모 경제력만으로 대관 자체가 힘들고, 소극장 아르케 역시 학생의 경제적 형편으로는 장기간 대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시설 부족도 문제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 때문에 지원을 받지 않은 이상 대학생들의 공연 자체가 힘들 것"이라 의견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 씨는 "익산에도 더 많은 공연시설이 생기고, 학생들과의 연계를 통해 공연을 좋아하고,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소망을 밝혔다.

 인문대학에서는 공연문화를 배울 수 있다!
 한편, 공연·영상·스토리텔링 복합연계전공 수업의 일환인 '공연제작실습' 교과목은 '공연물을 직접 무대화해 공연예술의 연출, 연기, 제작 능력을 갖도록 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수업의 최종적인 목표는 공연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는 것이며, 공연을 직접 무대화하는 활동에 대해 어색하거나 낯설어하는 학생들에게 직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수강생들은 16주에 걸쳐 연극,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공연 장르 중 하나를 택해 연출, 연기 등에 참여해 작품을 직접 무대화하는 경험을 할 기회를 갖는다.
 수강생 윤정호 씨(전기공학과 3년)는 "평소 공연 연출을 해 보고 싶었는데, 학과 공부만 하다 보니 그럴 기회가 없었다. 공연제작실습 수업을 통해 연극의 제작 과정을 경험해봄으로써 관심분야의 적성을 시험해보고 싶다"며 수업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한편 공연제작실습 수업을 총괄하는 김용상 교수(문예창작학과)는 "우리대학은 주말 혹은 방학만 되면 너무 조용하다. 버스킹, 재즈 콘서트와 같은 공연을 주변에서 보기 힘들 정도다. 게다가 현 대학로는 소비문화 시장으로서의 특징만 활성화되지 않았나 싶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우리지역·대학 공연문화가 활성화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지역 공연문화가 활성화되기 위해 인프라나 좋은 공연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나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교내 강의실, 학생회관, 소극장, 잔디밭, 식물원, 대학로 등에서 작은 공연이 열릴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학생들이 자주 찾는 주점이나 카페 같은 곳에서 콘서트나 무용, 연극 등을 시연하고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긴다면 좋을 것"이라 견해를 밝혔다. 

강동현 기자 kdhwguni16@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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