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리모컨을 누르며 살 것인가, 말이 리모컨이 되는 세상에 살 것인가' 한 기업의 텔레비전 광고에서 나온 문장이다. 광고에 나오는 모델은 가만히 앉아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드라마 틀어줘"라고 말했고, 음성인식 기능을 가진 텔레비전이 모델의 주문을 받아 그 드라마를 틀어줬다. 과거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광고 속 기계는 실제로 판매되고 있는 가전제품이며,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기계와 대화가 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인공지능, 흔히 A.I(Artificial Intelligence)라고도 하는 이것은 '인간의 학습, 추론, 지각 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을 의미한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또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실용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에 대해, 미래 사회에서 인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영국의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박사는 "완전한 '인공지능'의 개발이 인류의 멸망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를 남겼다. 한편,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 등, 3개의 회사 직함을 갖고 있는 미국 벤처사업가 엘런 머스크(Elon Musk)는 "인공지능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인공지능은 현존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라는 극단적인 비평을 쏟아냈다.
 우리는 현재 인공지능을 편리한 삶을 위해 이용하는 중이다. 이렇게 편리하게만 보이는 인공지능에 대해, 어째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를 내는 걸까?
 
 인공지능은 '양날의 검'일지도 모른다
 과거 3차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편리함을 찾는 등 인간은 점점 삶의 질을 높여 왔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네 번째 산업혁명. 즉,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 세상에서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나타날 현상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방안을 세우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창출될 많은 장점이 있지만, 그에 따른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중 인공지능의 '자동화'라는 특성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은 마치 '양날의 검'처럼, 인간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고 동시에 위험 요소로 돌아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하고, 그 인공지능은 인간과의 전쟁을 선포한다는 내용의 영화가 있다. <터미네이터>는 인공지능의 '자동화' 특성이 극대화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미래를 그렸다. 아직까진 영화처럼 인간의 생명을 직접 위협받진 않지만, 우리는 이미 간접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본다. '미래에는 발달된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들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자동화' 반갑지만은 않은 손님
 영국의 희극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찰리 채플린, 그의 작품 중 <모던 타임즈(Modern Times)>에서 떠돌이(찰리 채플린 분)가 나사를 조이다가 톱니바퀴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은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유명한 장면이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의 가치는 기계보다 떨어졌다. 자본가의 입장에서 기계는 약간의 정비만 있으면 수십, 수백, 수천 명 분의 일을 할 수 있으니, 기계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더욱 닦달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모던 타임즈>에서는 '밥 먹이는 기계'까지 등장한다. 영화 <모던 타임즈>는 제4차 산업혁명과는 다른 시대의 영화다. 하지만, 과거 자본가들이 '기계'를 도입한 것과, 현재 '자동화'가 진행되는 것의 차이는 크지 않아 보인다.
 최근 우리 생활에서도 점차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유명 패스트푸드점 몇 곳은 점원을 통해 주문을 받지 않고, 설치된 자동주문기를 통해 주문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2016년 5월,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의 전 CEO 에드 렌시(Ed Rensi)가 최저임금 협상에 대해 "직원을 15달러 주고 고용하는 것보다, 3만 5천 달러를 주고 로봇 팔을 사는 게 싸다"고 언급해 논란이 있었다. 비록 단순한 작업을 하는 기계라도, 그 효율은 인간을 뛰어넘는다. 인간은 '효율'로써 기계와 싸워 이기기 힘들다.
 패스트푸드점뿐만 아니라, 빨래방, 편의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동화가 진행 중이다. 자동화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보다 정확한 주문, 빠른 주문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실업자 증가에 대한 반박으로, 오히려 기계에 관련된 업종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 못지않게 부정적인 면 또한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가장 주류를 이루는 것은 일자리 문제다. 이미 일하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새로 생긴 일자리는 높은 수준의 전문지식을 요구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일례로 지난 2017년, 글로벌 금융기업 '골드만삭스'는 주식 트레이딩에 인공지능 '켄쇼(Kensho)'를 도입한 이후로, 6백여 명에 달했던 트레이더들이 2명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자동화된 주문의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주문하기에 불편을 느낀다는 점이나, 사람 사이의 정이 사라진다는 의견 등이 뒤를 이었다.
 단순 노동이 아닌, 창의력을 요구하는 직종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고 안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2016년 2월 일본의 '호시 신이치' 문학상에 인공지능이 쓴 소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이 1차 전형을 통과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바짝'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다.
 
 영국에서는 1811년부터 1817년까지 6년에 걸쳐,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일어났다. '기계 파괴 운동'이라고도 불리는 러다이트 운동은 '현재의 기계를 파괴한다면, 과거의 좋았던 노동조건이 회복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운동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운동이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이 '기계'가 아니라, '기계를 소유한 자본가'임을 알고 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는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없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나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미 인공지능·자동화는 우리의 삶 속에 들어와 있고, 막거나 빼낼 수는 없다. 우리의 선택지는 이를 활용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도(程度)'의 발전이 필요해 보인다.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임지환 수습기자 vaqreg@wku.ac.kr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