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의 출현도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카톡, 페이스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오가고 있다. 이러한 때 지인들끼리 가상공간에서 구어체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많아지게 된다. 앞으로 몇 주에 걸쳐 한 번 알아두면 유용하게 쓰일 몇몇 형태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친구끼리 "한잔할래?", "다음에 한잔하자"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이때 한잔을 띄어 써야 하는지 붙여 써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이는 다음에도 적용된다.
   (1) 가. 다음에 (한 번 한번)
       만나 한잔하자.
     나. 일전에 (한 번 한번)
        만났으니 구면이네요.
 일단 (1)에 제시된 '한 번/한번'을 가지고 설명하기로 한다. '한 번/한번'이 헷갈린다면 그것을 두 번, 세 번 등과 대치가 가능한지를 파악하자. 즉 '번'이 차례나 일의 횟수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한 번', '두 번', '세 번'과 같이 띄어 쓰면 된다. '한번'을 '두 번', '세 번'으로 바꾸어 뜻이 통하면 '한 번'으로 띄어 쓰고 그렇지 않으면 '한번'으로 붙여 쓴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대치가 되지 않더라도 문장의 의미가 1회, 2회, 3회 등 횟수와 관계되면 띄어 써야 한다. 그 밖의 경우라면 붙여 쓴다. (1나)가 바로 0회가 아닌 딱 1회를 뜻하는 것이니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실패하든 성공하든 한번 해 보자"는 '두 번'으로 바꾸면 뜻이 통하지 않으므로 '한번'이 되지만, "한 번 실패하더라도 두 번, 세 번 다시 도전하자"는 '두 번'으로 바꾸어도 뜻이 통하므로 '한 번'으로 띄어 쓴다. 붙여 쓰는 경우는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표준국어대사전≫을 인용해보기로 한다.
 (2) 한번
 ①주로 '-어 보다' 구성과 함께 쓰여 어떤 일을 시험 삼아 시도함을 나타내는 말.
 제가 일단 한번 해 보겠습니다. / 이 문제를 한번 잘 생각해 봐. / 이 가죽이 얼마나 질긴가 한번 시험해 보자. / 심심한데 노래나 한번 불러 볼까? / 얼마인지 가격이나 한번 물어봐.
 ②기회 있는 어떤 때.
 우리 집에 한번 놀러오세요. / 시간 날 때 낚시나 한번 갑시다. / 언제 한번 찾아가 뵙고 싶습니다. / 큰 병원에 한번 가서 진찰을 받아 보자.
 ③주로 '한번은' 꼴로 쓰여 지난 어느 때나 기회.
 언젠가 한번은 길에서 그 사람과 우연히 마주친 일이 있었어. / 한번은 네거리에서 큰 사고를 낼 뻔했다.
 ④명사 바로 뒤에 쓰여 어떤 행동이나 상태를 강조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
 춤 한번 잘 춘다. 너, 말 한번 잘했다. / 고 녀석, 울음소리 한번 크구나. / 동네 인심 한번 고약하구나.
 (1가)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②의 '기회 있는 어떤 때'를 의미하므로 붙여 써야 하는 것이다. '한번'으로 붙여 쓰는 경우는 톡에서 등장하는 '함'으로 대치가 가능해 보인다. 반면 그 역은 성립되지 않는다. 띄어 쓰는 '한 번'은 상황에 따라 '함'으로 바꾸어 쓰기 어려울 때가 있다. '한 번 정도는 눈 감아 줄 거야→함 정도는 눈 감아 줄 거야(×)'
 '얼른 한술 뜨고 가자/뭇국에 밥 한술 말아 먹고 급히 일어섰다.'에서 '한술', '한 술'도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숟가락 뜨는 횟수가 단 한 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면 된다. 두 예문 모두 '한 숟가락만 먹고 가자'는 뜻이 아니라 '급하게나마 배를 채운다'는 뜻이다.
 (3)에서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을 둘 골라보자.
 (3) 가. 오랜만에 막걸리 한잔 어때? 
   나. 낮부터 이미 한잔한 얼굴이군.
   다. 오늘 일 끝나고 한잔하러 갈까?
   라. 한번 봤을 뿐인데
    가슴이 아려온다.
   마. 한번쯤 말을 걸겠지 
 (3라), (3마)는 띄어 써야 한다. (3라)는 딱 1회 봤는데 마음이 아프다는 뜻이다. (3마)는 1회 정도는 말을 걸어 올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우리가 톡에서 접하는 '함'으로 대치도 불가능해 보인다.
 정철의 '장진주사(將進酒辭)'의 첫 부분이 생각난다. 술과 풍류, 낭만을 직접 연결지으려 애쓴 흔적이 문학작품에도 잘 나타난다.
 잔(盞) 먹새근여 잔 먹새근여 곳 것거 산(算) 노코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새근여
 '1잔 먹세, 또 1잔 먹세, 꽃 꺾어 계산해 가면서 무진장 먹자'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잔'은 모두(冒頭)의 표현, '한잔하자'와 달리 반드시 띄어 써야 하는 것이다. 
 어떤 인터넷 방송에서 들은 기억이 난다. 친구와 뽀뽀를 두 번 했다가 뺨을 맞았다고 한다. 뺨 맞기 전의 대화는 "뽀뽀 한 번 ------."이었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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