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ㄱ 씨는 음식을 시킬 때 주로 배달 어플을 통해 주문하는 것을 선호한다. 매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말을 하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꼭 통화해야 하는 경우에는 나누게 될 대화의 시나리오를 미리 종이에 적어서 준비한다. 그래야 두려움이나 떨림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현상을 콜 포비아(Call phobia, 전화 공포증)라고 한다. 콜 포비아란 전화와 공포증의 합성어로, 전화통화를 기피하고 무서워하는 현상이다. 최근 현대인 사이에서 콜 포비아를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콜 포비아는 왜 생길까
 심리학 전문가들은 콜 포비아의 첫 번째 원인을 간접소통의 일상화라고 말한다. 요즘은 굳이 통화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어플을 통해 배달 음식 주문과 쇼핑을 하며, 심지어 택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상호작용에 대한 두려움 확대를 꼽았다. 문자 메시지는 생각을 정리하면서 답장을 보낼 수 있지만, 전화는 생각할 틈 없이 바로 반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뉴스의 보도에서, 서수연 교수(성신여대 심리학과)는 "사회적 기술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학습하는 것인데 그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사회적 기술에 대한 자신감 결여가 콜포비아로 이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콜 포비아, 힘들어요
 오늘날 음성 전화는 일상생활 속에서 의사전달을 위해 꼭 필요한 매개체 중 하나로 꼽힌다. 음식을 주문하거나 아르바이트 지원 정보를 문의할 때, 위급한 상황에서 신고할 때 등 비대면식 의사소통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부가기능 확산과 더불어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콜 포비아는 원활하게 이뤄져왔던 의사소통에 장애를 가져왔다. 학생들은 대학 생활에서 느낀 불편함을 관계자에게 전화로 문의하는 것보다 커뮤니티나 메일로 문의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고, 신속한 음성 전달과는 달리 확인이 느린 답변에 답답함을 토로한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의 일방적인 확산도 소통의 부진에서 일어나곤 한다.
 장기간 음성 소통의 부재로 인해 발표나 면접 등 '말하는 것'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생각이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두려움을 갖는 것이다.
 농식품융합대학에 재학 중인 ㅇ씨는 "주말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싶어 대학로에 붙어 있는 전단지들을 사진으로 찍었지만, 전화하는 것이 두려워 포기한 적이 많다"며, "아르바이트만이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로 주문한 옷에 하자가 있거나, 학교 행사 중 문의 사항이 있을 때도 전화가 아닌 다른 방법이 없으면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의사소통이 중요
 지난 1월 31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2017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 가운데 메신저를 이용하는 사람은 77%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반면, 음성 및 영상 통화를 선호하는 사람은 44%에 불과했다. 2012년 메신저 이용률이 음성전화 이용률보다 16%가량 낮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해를 거듭할수록 콜 포비아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콜 포비아를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단순히 대화의 기술만을 두고 노력한다면 개인이 시도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많다. 친구나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해야 하는 말을 미리 종이에 적어 놓고 짧은 시간이라도 통화량을 늘려가는 방법이 그것이다.
 그러나 대화의 기술 이전에 본질을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던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콜 포비아 현상에 대해 "미디어는 모든 것을 쉽게 연결하고 많은 사람을 동시에 연결하는 힘을 발휘하지만 결국 실질적인 소통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 사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연결에 대한 기피의 방법으로 고립을 선택하는 문화를 양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콜 포비아를 빠르게 일어나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비롯된 하나의 부작용으로 정의했다. 발전에는 변화가 필요한 법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터넷에 의존해 완벽한 모습만을 노출하려는 행동은 오히려 부족함을 초래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변화가 필요하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스마트폰 기능의 확대에 따라 메신저로만 소통하는 현 사회 속에서 우리는 목소리를 내고 대화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승리 기자 anstmdfl97@wku.ac.kr
정명선 기자 sjfkd191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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