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서울에서 열리는 문학행사에 참석했을 때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짐작하겠지만 여기서 ‘명문 W대 출신’이란 우리대학 출신 문인들을 말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기분이 사뭇 흐뭇해져서 옆자리 사람에게 술 한 잔 더 따라 주고 싶어진다. 지방 사립대학 출신이라는 열등감과 자괴감 따위는 그 자리에 눈곱만큼도 없다. ‘원광대 사단’이라 일컫기도 하는 모교 출신 문인들의 눈부신 ‘위력’은 이미 한국문단 안에서 정평이 나 있다. 굳이 그 이름들을 여기에 일일이 적지 않아도 되리라.

 모교의 개교 6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인데 자화자찬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어떠랴. ‘익산시 신용동 344-2번지’에서 공부하고 술 마시고 청춘을 불태웠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60년 역사의 입자들이 아니겠는가. 한솥밥 먹은 가족의 따뜻함으로 어느 정도 잘난 척하는 것을 아량으로 감싸주지 않겠는가.

 개인적으로 대학시절을 생각하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따라 나오는 기억들이 있다. 아버지가 우체국 소액환으로 보내준 생활비를 술값으로 날려버리고 가게 아줌마한테 외상 달아놓던 일, 계엄군한테 얻어맞고 빨간약 발라대던 기억, 라면 끓이다가 심심찮게 폭삭 엎어버리고 말던, 일 년에 한 번 꼴로 이불보따리에 책 몇 권 싣고 옮겨 다니던 자취집들, 그 시원찮은 빨래들이며 하이타이 냄새, 십이월마다 찾아오던 통지 없는 신춘문예 낙선의 기억, 아픔도 없이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아프던 기억…….

 이렇듯 사소한 기억의 도랑물들이 모이고 모여 마침내 60주년이라는 바다에 이르렀다. 그 바다, 참으로 깊고 푸르다. 이제 그 바다에 큰 배를 띄울 일이 남았다. 누가 그 배의 선장이 되고 항해사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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