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영 기자

 

옛 선조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속담 중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속담이 있다. 급하다면 얼른 가야지 왜돌아가라는 것일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는 새로운 기술들과 로봇들의 등장으로 급격한 발전을 이뤄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중·고등학생들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취직과 스펙을 위해 학원을 다니거나, 졸업요건을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 경쟁에 들어가기 두려워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도 우리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편리하게 해주는 새로운 기술들과 로봇이지만, 이로 인해 일자리는 점점 줄어가고, 남은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우리는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취업에 필요한 토익 성적, 학점, 대외활동 등의 스펙은 누구보다 빠르게 쟁취하려 하지만, 정작 우리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인 휴식은 작은 다락방 속에 넣어 꺼내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기자 또한 3학년으로서 취업의 문턱에 한걸음 가까워져 있다. 고등학교의 입시 해방에서 벗어나 대학 캠퍼스를 처음 밟았을 때, 모든 것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비록 내가 생각하고 원했던 학과는 아니었지만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점차 흥미를 가지게 됐고, 학과 내의 많은 활동들을 주도하고 이끌어나갔다. 그렇게 1~2학년을 보냈다.
  나에겐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3학년이 돼 보니, 마음은 조급해졌고, 스펙을 쌓기 위해 더 많은 활동들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학과 과제뿐만 아니라 신문사 정기자, 청소년 나눔지기, 도시 및 건축 공모전, 익산지역연구, 교과 외 수업, 학생회 간부 등을 단기간에 소화해 내다보니 나는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잠을 자지 못한 터라 신경은 날카로워졌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감정이 억제되지 않아 화가 났다. 내가 하고 싶어서, 내가 좋아서 한 일이었지만, 어느새 나에게 독이 돼 나를 아프게 했다.
  너무 힘들고 지친 나머지 울면서 하루를 보냈고, 나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해보았다.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수없이 많은 질문 끝에 결국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의 나는 스스로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고,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이 급하고 초조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못나거나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충분히 보완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불안했던 탓에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고, 이로 인해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과제나 연구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았으며, 자신감과 일에 대한 능률도 떨어졌다.
  기자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이런 상황을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자신에게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휴식은커녕 자신을 더욱 가혹하게 채찍질해가며, 상황을 이겨내려 했을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은 다소 모순적이지만, 빠르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대사회속에 사는 우리들에게 '힘들면 조금 쉬어 가도 돼', 혹은 '너 자신을 한번 돌아봐봐'라는 말로 우리를 위로하고 힘이 되는 메시지를 제시해 주고 있다.
  저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방식이 옳고 그른지 쉽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급하고 초조할수록 자신을 돌아보며 여유를 찾고, 한 템포 쉬며 다음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 만약 여유 없이 앞만 보고 급하게 달려왔다면, 작은 다락방 속에 넣어두었던 자신만의 쉼표를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

김하영 기자 hamadoung13@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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