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아름다운 사물과 대상에 대해서는 호들갑을 떨지만, 더럽고 추한 것은 입에 담기조차 꺼려한다. 하지만 이중적인 면모를 취하고 있는 미(美)와 추(醜)의 모습은 서로의 존재감을 알아차리며, 현실과 초현실의 영역의 구분 없이 조화와 대립을 꿈꾸고 있다. 그렇다면 한 개인의 삶과 그 개인의 집합체인 사회의 역사에서는 아름다움과 추함의 역학적 관계는 어떠한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두 저자는 신라 성덕왕 대의 학자 김대문의 ≪화랑세기≫를 들어, 사회 제도가 갖는 집단적 성격과 미실의 존재가 갖는 인간 본연의 형태를 근간으로 제시한다. 미실(美室)이라는 여성, 한 인간에 대해, 더 나아가 당시 시대의 평가의 요소가 되는 사회의 구조를 든다.

 색공(色供)은 골품과 지위가 낮은 사람이 그 아내의 성(性)을 골품과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바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확한 접근 과정을 통해 저자는 ‘나는 결코 이 시간 여행에서 현대 한국의 윤리나 관습 그리고 각종 현행 법률을 들이대며 미실을 부도덕하다고 비판하거나 간통죄로 고발하지 않을 것이다. 한평생 왕국의 정상에서 삶에 대한 열정과 절실함으로 살다간 미스터리의 여인 미실을 만나러 길을 나서자’고 한다.

 고대와 현대의 시간적인 간극 차에서도 개인과 사회와의 정치적 잣대의 평가로써가 아니라, 미실은 초월된 존재 자아의 역할과 신분제 사회의 정치 구조적 모순을 고발한다. 하지만 역사학자의 비판적인 시각과 체계적인 관점은 미실과 신라 사회의 원형에 집중한다. 팜므 파탈(femme fatale)과 에로티시즘(eroticism)에 의한 내용만이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 연관성과 사회적 변용에 대한 개인의 입장을 분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문학적인 영역에서도 소설가의 시선은 몇몇 지금까지도 성녀와 창녀로 양분된 관점에서 제시되었던 여성의 세계를 폭넓은 영역으로 확대한다.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구도와의 관계 속에서 양분된 미실의 여성성, 인간의 본질적인 주체를 탐구한다. ‘미실은 실제로 내가 감당하기 버거운 인물이었다. 내가 훈련받은 도덕을 간단히 뛰어넘는 여인, 내가 아는 역사를 단단히 배반하는 여인, 자신이 부여받은 시대를 가장 충실하게 살아가는 배덕자(背德者). 그녀에게 사로잡혀 시간 여행을 하는 일은 즐거웠다’ 주류의 역사와 허구의 가공된 세계 속에서 미실은 실재의 존재로서 탈바꿈 한다. 사람들의 아름다움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추함의 기준은 그 평가의 가능성마저 상실한 채 바로보지 못하고 있다. 미실(美室)은 은밀한 형태로 추악한 인간 본성에 의해 드러난 또 다른 공간으로써, 역사 내부에서 현실의 공간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천 명 구 (인문학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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