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할리우드 최고 기대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가 개봉됐다. 사회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ㅎ 씨는 <어벤져스3>가 개봉되자마자 조조 영화로 관람했다고 한다. 입소문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영화의 중요한 내용이 퍼지기 전에 영화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다. 이미 마블을 포함한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스포일러를 당하기 전에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개봉 첫날 영화관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포일러는 콘텐츠의 줄거리나 반전을 예비 관객이나 독자에게 미리 밝히는 행위 또는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앞서 등장했던 ㅎ 씨는 평소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유명 아이돌 그룹의 사진을 클릭하고 들어 갔다가 영화의 범인을 스포일러 당했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트위터를 하다가 '범인은 누구다'라고 아주 큰 글자로 올려서 타임라인에서 도저히 안 볼 수 없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주위에서 가장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영화의 스포일러는 교묘한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중요한 내용을 미리 밝혀 감상하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스포일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고자 하면 언제든지 원하는 것을 찾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스포일러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정보를 떠안게 되고, 그것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느끼는 것이 태반이다.
 스포일러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대학 학생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영화 및 웹툰 등의 작품에 관련해 스포일러를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학생은 93.3%(56명)에 달했다. 스포일러를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학생들 중 '스포일러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64.4%로 가장 높았고, '아무 느낌이 없었다'고 답한 학생이 33.9%였으며, '스포일러를 당해 좋았다'고 대답한 학생이 1.7%로 가장 낮았다. 설문자 10명 중 9명은 원하지 않는 작품의 정보를 접하게 되고, 그중 5명 이상은 그것에 불쾌함을 느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설문조사에 참여한 원예산업학과 ㅈ 씨는 "스포일러를 싫어해서 영화를 예매할 때도 평점 말고는 잘 찾아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영화 상영관 앞에서 먼저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중요한 내용을 다 들리게 얘기하거나, 다시 보는 사람들이 영화관 내에서 알고 있는 내용을 말하는 일이 있었다"며, 공공장소에서의 스포일러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스포일러를 통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관객이다. 온전히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편을 겪고 있는 일부 관객들은 오래전부터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2010년 <헬로우 고스트>가 개봉된 후 관객들은 영화의 충격적인 결말의 감동을 모든 사람이 느끼기를 원했다. 그래서 결말을 유포하지 않기 위해 후기 글을 작성하지 않는 등 자발적으로 '결말 지킴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홍보했다. 그 결과 <헬로우 고스트>의 마지막 10분은 지금까지도 충격적이고, 감동적인 결말로 회자되고 있다.
 마니아층이 두터운 <어벤져스3>는 영화 제작자와 출연 배우 측에서도 '스포일러 방지 캠페인' 활동을 펼쳤다. <어벤져스3>의 감독 루소 형제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스포일러 방지를 약속하는 서약서를 보여주며, 영화의 비밀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닥터 스트레인지 역을 맡은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홍보 영상을 통해 "기억해주세요. 절대 스포일러 하면 안 된다는 점!"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제가 매번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거든요. 절 위해 도와주실 거죠? 사랑합니다"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제작사 측에서는 출연 배우들이 결말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유머러스한 영상을 제작해 게시했다. 피터 파커 역을 맡은 배우 톰 홀랜드는 인터뷰할 때마다 영화 내용을 유출해온 전적이 화려하다. 그래서 톰 홀랜드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아무 말도 하지 못하도록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배우들은 영화 관람의 기본인 '노 스포일러'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하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에티켓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작품의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영화계뿐 아니라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매주 새롭게 업데이트 되는 웹툰은 최근 작가들의 비축분을 유료화해 1주에서 3주 정도 만화를 미리 볼 수 있는 미리보기 서비스를 제작했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기존 웹툰 서비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스포일러' 문제를 심화시켰다. 이에 대한 독자들의 원성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 사이트는 해결책으로 댓글을 작성할 때 '스포성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무방비로 노출되는 다음회의 내용을 일차적으로 방지해 관람 예정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스포성 댓글을 클릭하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스포성 댓글'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만족도도 높인 것이다.
 서사를 지닌 장르에서 줄거리는 긴장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소다. 다음 상황이나 이야기 전개를 알 수 없을 때 관객이나 독자는 그 작품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작품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자신이 느낀 것을 다른 사람도 느낄 수 있도록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조금 더 의식 있는 문화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문승리 기자 anstmdfl97@wku.ac.kr
정명선 기자 sjfkd191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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