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니고 있는 ㅇ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일감을 받아 고스란히 휴일을 반납해야 하고, 연차를 낼 때도 눈치를 봐가면서 연차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 뿐인가 결혼해서 아이라도 낳으면 육아휴직이나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싶다. ㅇ 씨는 회사 선배들 중 육아휴직을 이용한 남자 선배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걱정이 앞서 결혼 생각도 없다는 것이 ㅇ 씨의 씁쓸한 마음이다. 
 한편, 학교 선생님인 ㅅ 씨의 핸드폰도 시도 때도 없이 울린다. 바로 학부모들의 전화 때문이다. 막상 받아보면 긴급한 일이 아닌 "녹색어머니회 순서가 어떻게 되냐", "오늘 숙제는 무엇이냐"등의 사소한 이야기다. 얼마 전에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불금'을 보내는데, 학생의 어머니에게 전화가 와, 1시간 넘게 술집 밖 골목길 통로에서 전화를 받아야 했다. ㅅ 씨는 퇴근 후까지 이어지는 전화 응대 스트레스 때문에 앞으로 담임을 맡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구인 구직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6명이 높은 월급보다 여가가 충분히 보장되는 아르바이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에 재학중인 박 씨는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여가 시간이 너무 없다"며, "알바 하는 시간이 아닌데도 사장님께서 가게가 바쁘면 나를 부른다. 저번에는 과제를 하는데 전화가 와서 할 수 없이 과제를 미루고 일을 하고 왔다. 내 여가시간이 보장되면 좋겠다"며 심정을 토로했다. 
 위 사례의 ㅇ 씨, ㅅ 씨 그리고 우리대학 학생 박 씨 세명의 공통점은 일과 생활이 균형을 이루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일과 생활의 균형 즉, '워라밸'을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워라밸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워라밸은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개인의 일과 생활이 조화롭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이 개념은 본래 일하는 여성들의 일과 가정의 양립에 한정돼 사용됐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화를 배경으로 남녀, 기혼, 미혼을 불문하고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근래에 들어 워라밸이 강조되고 있다. 매일의 끼니 해결이 과제였던 기성세대와 달리, 1988년 이후 출생자들은 경제적 풍요속에서 돈보다 자신의 만족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또한 저성장 시대의 과잉 경쟁과 고용 불안 등으로 작지만 확실한 일상의 행복을 중시했다. 따라서 달라진 근로자의 가치관과 선호가 기업 문화에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잘 쉬어야 일도 잘 할 수 있다는 인식이 기업전반에 퍼지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17년 기준 워라밸 1위는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가 일과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노동자 평균 근무 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짧다. 전체 노동자의 0.5%만이 초과 근무를 한다.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두 번째는 양육 제도다. 네덜란드 기혼 여성은 대부분 아이가 태어나도 경력 단절 없이 계속 일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제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만 15세 이상 64세 미만 네덜란드 여성 중 70%가 현재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사실상 경제 활동 가능 인구가 모두 일하는 셈이다. 마지막 비결은 근무 시간 대비 높은 임금 수준이다. 네덜란드 주당 근무시간은 30.3시간으로 하루 평균 7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반면 평균 임금은 매우 높다. 네덜란드 평균 연봉은 5만 2천 933달러(한화 약 5천 732만원)로 OECD 평균인 4만 4천 290달러(한화 약 4천 796만원)보다 17% 이상 높다.
 한편 네덜란드 국민은 삶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OECD의 조사에 따르면 10점 만점의 9.4점이라는 점수를 기록했다. 네덜란드의 높은 워라벨 지수가 삶의 만족도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사실이다.
 워라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워라밸 실천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지원 또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연장근무를 줄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공무원에게 부여되는 법정 공휴일을 민간기업에서도 유급휴일로 인정했다. 기업들은 유연근무제 도입, 다양한 휴가 제도 등을 통해 직원들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있다.
 단국대학교 김태기 교수(경제학과)는 "일반적으로 근로자의 행복지수가 한 단계 상승하면 생산성이 12% 높아진다"고 말했다. 워라밸은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그 이전에 직원들의 행복과 여가시간을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기업가들은 잊지말아야 한다.
 
 
  정은지 기자 dytjq0118@wku.ac.kr

  오진향 수습기자 oh96223@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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